"여자의 울음은 깊고도 고요했다. 소리를 악물고 깊이 자기 안으로 울음을 밀어 넣고 있는 모습이 처음 봤을 때의 그 자세와 같았다. 그가 다가가 여자의 등을 어루만졌다. 울어요, 크게 소리 내서 울어도 돼요. 여자의 몸이 흔들리면서 그의 품으로 들어왔다. 오랫동안 잠을 못 잤어요. 밤과 낮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견디다가, 겨우 수면제에 의지해 눈을 붙여도 불현듯이 잠이 깨요. 안간힘을 쓰며 버티다가 겨우 여기까지 와요. 누군가 한 사람은 내 얘기를 들어줄 것 같아서. 여자의 말은 혓바닥이 잘린 듯 끊어졌고, 말의 상간엔 울음이 치고 올라와 몸을 떨었다.
(...)
여자는 울음을 그치고 넝쿨처럼 두 팔로 그의 몸을 감싸 안았다. 섹스는 어둡고 슬프기도 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여자의 몸에서 순간순간 냉기가 느껴졌다. 여자는 죽은 남편의 허상을 껴안고 뜨거운 여름을 건너왔을 것이다. 그가 이마를 쪼는 불볕의 사양을 힘겹게 건너왔듯 어쩌면 여자가 견딘 것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세부와 이유를 가졌든 때때로 이 삶이 내 것인가 순간순간 의심하고 불안했던 것처럼, 그는 오랫동안 혼자의 시간을 견디며 이 순간까지 다다랐다.
사랑한다는 말은 해줄 수 없지만, 그는 여자를 깊이 안았다. 그리고 더 뜨겁고 순전하게 욕망의 끝을 향해 빠져들었다. 어느 순간, 이것이 환영이 아닐까 싶을 땐 여자의 목을 조르고도 싶었다."
-홍명진, <해피크리닝> 중, 《당신의 비밀》(삶창, 2017)
*감각적이고 세련된 현대 소설의 바다에서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도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그 자체로 빛나면서 주변을 밝히는 반딧불이가 있다. 쓸쓸하지만 사라져가는 호타루를 만났을 때처럼 곁을 보게 하는 소설. 여럿이 같이 있는데 유독 외로울 때는 조용히 빠져나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을 때처럼 홍명진의 소설을 뒤적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