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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도 종종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아이를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그를 떠올리면 꽃에게 물을 주고, 화산을 쑤셔주고 활화산에서 밥을 해먹는 어린 왕자의 모습은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몸을 동그랗게 구부려 아주 작은 별을 껴안은 채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모습만 생각난다. 꼭 그러고 있을 것만 같다.

오늘도 나는 수평선을 향해 배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왔다.

-한창훈, <네가 이 별을 떠날 때>(문학동네, 2018)

 

 

*그러고 보니 어린 왕자는 바다를 본 적이 없겠지. 작가는 일만 번 걸어본 바닷가에서 그걸 주운 게 아닐까. 그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는. 수평선으로 사라진 것들의 아련한 것들을. 모래사막의 코끼리 말고 “바다가 뭐야?” 묻는 소년에게 물고기 그림을 그려주는 생텍스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물고기를 만나러 바다로 들어갔던 어린 왕자와 함께 수평선을 오래 바라보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그려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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