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백수는 휴가가 있다? 없다?

한달동안 병원에서

어머님을 잘 모셨다고

3일간 휴가를 받았다

새벽부터 물호스를 들고

마당으로 뒤안으로 뺑뺑이를 돌았다

어찌 노동없이 꽃 한 송이

고추 하나

쉽게 보고 먹을 수 있으랴

감자를 쪄놓고 앉아있다

햇살은 금방 퍼져 마당을 달군다

참 요즘 불편한 온도다

부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밤으로 새벽으로 시원하니

책도 좀 보란다

난 책은 싫다

꽃을 두고 어찌 책을 보란 말인가

말도 안된다

난 처음으로 아내 말을 거역할 것이다 -김용만 시인

*올해 봉선화는 김용만 시인의 마당에서 다 보았다. 김용만 시인의 형은 동네의 수재, 문재였다고 한다. 그래서 형에게 공부할 자리를 내주고 당신은 일용 노동자로, 간판쟁이로, 섬진강 지킴이로, 지금은 어머님의 고향집을 꽃밭으로 가꾸며 살아가는, 내가 보기엔 형보다 더 섬진강 같은 분이다. 조영관 문학기금을 받는 자리에서 슬쩍 다가와 주신 말씀은 한 사람의 삶의 태도를 그대로 담고 있었는데, 이러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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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녘 내려올 일 있으면 가보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 다 만나고 열차 시간이 애매하고 남고 그럴 때가 있을 텐데, 그럴 때는 나도 보고 가요. 늙은이는 그럴 때나 땜빵하는 거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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