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현장이 미루어뒀던 책을 읽게 한다.
아주 옛날 스물댓때 녹십자 현장에서 일했는데
하루는 옆 실험용 토끼장에서 장기에 회충을 알아본다고 사내 둘이 토끼 여나무마리 배를 갈라 여기저기 던져놨더구만.
옆을 네 발 뻗구 자빠진 꼴이 참.
어찌나 가슴이 거시기한지 일손을 놓고 토끼장으로 가서 토끼 한마리 집어 빨리 숨을 끊어줄라고 목을 졸랐는데 두손에 힘을 주면 줄수록 혈관에 꿀떡꿀떡 넘어가는 피를 막을수가 있나.
힘아리하나 없는 토끼 심장이 그리 센것을 그때 알았지.
숨을 끊어주지 못하고 내려놀 수밖에.
지금도 꽉 누른 손에 밀고 올라온 피가 느껴져. 따뜻한 피가.
같이 간 친구는 말이 없고 멋적게 서있던 사내 둘 토끼는 헐떡이고.
단편 '불편한 온도'가 손바닥에 붙은 그때 그 토끼의 체온을 생각나게 하누만.”
- *건설 현장 노동자로 일을 하며 글을 쓰는 최경주 소설가의 단평이 고맙다. 손바닥에 남은 수년 전 토끼의 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