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하나 타는데 드는 시간은 대략 50분 정도다.
아침 119배를 마치고 모두 아침 식사하러 가는 동안 분향소에 앉아 책을 조금 읽었다. 어제 들췄던 불편한 온도인데, 다 읽는데 향 하나가 필요치 않았다. 짧은 분량이기도 했지만 재미 있었기 때문이다.
크레인 기사 이야기. 기린 심장의 무게가 11킬로 심장 크기가 60센티, 두께가 무려 7.5센티(책에선 7.5미터로 나오는데 오타인듯하다). 이 수치에 압도당했다. 겨울을 버티는 새와 경골류 어류의 부레 얘기도 있다. 괴망이라는 시스템으로 버티고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작 반복해서 읽었던 대목은 정혜언니의 일기. 크레인 기사들의 죽음을 담담하게 사실만 기록한 일기이자 일지였다.
예전 2011년 평택시청 앞이였던가. 쌍용차 집회를 하고 있었다. 언론 담당인 나는 집회에서 발언하는 기회는 거의 없다. 기자회견 사회가 나의 주된 업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발언을 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돌아신 분들에 대해 자료처럼 읽듯이 해달라는 요청이었고, 회견문 쓰듯 쓰다가 그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다시 처음부터 작정하고 썼던 기억이 났다.
빠르게 숨이 찰 정도로 읽어내려갔던 기억. 2009년 4월부터 돌아가신 분들의 사연을 짧게 짧게 끊으며 달리듯 써내려간 글을 읽었던 기억. 그때까지는 14명이었는데도 너무 힘들었고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금 다시 그때 그 버전으로 글을 써서 읽으라면 자신이 없다. 30명이다... 서른 목숨을 단숨에 읽기도 그렇게 취급하는것도 그리고 이제는견디고 읽어 낼 수 있는 괴망이 내겐 없기 때문이다.
불편한 온도를 읽으며 그때가 생각났다. 상여을 들고 요령을 울리며 평택 시내 중심을 뚫고 공장 앞으로 갔던 장면들.
그때는 정말 몰랐다. 2018년 7월까지도 내가 이 글을 쓰고 있을 것이란 사실을.
-쌍용자동차 해고자 이창근 님이 주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