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마야인의 성서 포폴 부, 고혜선 옮김(문지, 1999)
제임스 프레이저는 『황금가지 』에서 왕의 살해를 설명하면서 전왕의 힘이 쇠해지면 아들을 비롯해 주변에서 왕을 살해하는 것이 당연한 예식이었고 이러한 왕의 살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행해졌음을 설명했다. 덧붙여 왕이 살해됨과 동시에 전왕이 살았던 때에 쓰였던 단어들도 새로운 왕의 단어로 바뀌기 때문에 원시 부족일수록 언어의 소통이 더욱 어려웠으리라고 쓰고 있다. 그들이 새로운 왕의 출현과 함께 언어를 바꾸는 것은 죽을 수밖에 없는 약한 왕의 언어는 그 사물까지 쇠하게 만든다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서 언어의 타락이란 곧 사물의 타락을 의미한다. 이러한 주기적인 언어의 변화로 그들이 겪은 사회적인 문제들은 부족간 소통의 문제뿐 아니라 역사성을 획득하는 데 방해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그들에게는 '책'이라는 증거보다는 '이야기'라는 구습이 살아 있다. 마야인의 27개 방언 중 하나인 키체족의 언어로 쓰여진 『포폴 부』는 아스테카,잉카 문화와 함께 중남미 3대 문화 중 하나인 마야 문화를 기록한 '공동체의 책'으로 구전되어오던 것을 제식을 위해 나무판에 새긴 것으로 1550년 스페인 점령 이후 원본은 소실되고 스페인 선교사들에 의해 채록된 것이 라틴어, 스페인어로 번역된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는 사실 별로 재미가 없다. 복수와 간교 속임수와 부활을 다루는 이야기들이 마치 이집트 사자의 서와 같은 재판과 심판의 목소리 같다. 그 중에서 마야인들의 시간 계산은 흥미를 끈다. 음력으로 한달은 20일 1년은 13개월 해서 260일이고, 양력으로 한달은 20일 1년은 18개월로 총 360일이다. 여기에 흉일인 5일을 더해 1년을 365일로 계산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