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몽골비사元朝秘史, 유원수 역주(사계절, 2004)
1권~12권으로 이뤄진 몽골의 시조 징기스 카한의 영웅 일대기 서사. 한대에 번역된 책을 몽골어를 복원하면서 재번역했다고 함. 몽골의 비유적 표현들이 인상 깊었는데 특히 징기스 카한은 형제들을 죽이고 여행을 시작하면서 고난을 당할 때마다 조력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터져나오는 고원무립의 대사와 여행기에서 볼 수 있는 각 지역의 몽골식 속담들은 비슷한 듯 낯선 상징으로 다가온다. '나무꼬리'라는 이질적인 조합이 조롱으로 쓰였다 하는데 비슷한 속담이 뭐가 있을까. 영웅담보다는 낯설게하기의 충돌로 보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림자밖에는 다른 동무가 없고, 꼬리밖에는 다른 채찍이 없을 때"
"내가 늙어/높은 곳에 오르니/나도 옛것이 되었다"
"긴 것의 끝까지/깊은 것의 바닥까지"
"이빨 있는 뱀에게/부추김을 받아도/그 부추김에 빠지지 말자!/이빨로 입으로 확인하고 나서 믿자!"
"어금니가 있는 뱀에게/이간질당해도/이간에 속지 말자!/입으로 혀로 확인하고 나서 밎자!"
"코에서 연기가 나오도록/분명하게 얘기들 하자"
"갈색 대지가 흙 덩어리만할 때부터/바다로 들어가는 강이 개울만할 때부터 동무했습니다, 저는"
"기름(같이 부드러운) 마음이 굳어버리도록/젖(과 같이 부드러운) 심장이 엉켜버리도록"
"입으로만 죽인 것은/말에 실을 수가 없습니다/말로만 죽인 것은/그 가죽을 벗길 수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나무꼬리를 붙여주자"(조롱하는 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