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안재성, 거짓말잔치-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전말기(주목, 2015)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그림책 '앵무새의 부활'은 이런 이야기다. 부글부글 냄비가 끓는 걸 보던 앵무새가 도대체 냄비 속에 무엇이 있나 궁금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다가 그만 냄비 속에 빠지고 만다. 앵무새 친구를 잃은 소녀가 운다. 그 모습을 보던 오렌지가 스스로 껍질을 벗고 자신을 소녀에게 바친다. 불꽃이 자신을 후회하며 스스로 불을 꺼버린다. 돌멩이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벽에서 빠져나온다. 나무가 부르르 떨며 잎을 떨군다. 지나가던 바람이 잎이 없는 나무의 슬픔에 몸서리를 친다. 바람은 창을 열고 나가 이 슬픈 소식을 하늘에 전한다. 소식을 들은 하늘은 하얗게 질린다. 그 하늘을 한 신사가 누워서 바라본다. 신사는 슬픔으로 입을 다문다. 도자기를 만드는 남자가 입을 다문 신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궁금해 한다. 그리고 신사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가 끝나자 도자기를 만드는 남자는 모두의 슬픔을 하나하나 모아 슬픔을 정성껏 빚는다. 그가 빚은 도자기는 불꽃과 하늘과 나뭇잎과 돌멩이와 오렌지의 빛깔, 인간의 말과 눈물과 세상을 향한 창을 갖고 바람을 타며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앵무새의 부활이다. 새벽에 "거짓말 잔치는 끝났다"는 안재성 선생의 글을 보며 저 앵무새의 부활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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