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정혜윤, 그의 슬픔과 기쁨(후마니타스, 2014)
정혜윤은 이 책을 통해 국내에 '르포 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는데, 독자들이 르포에 좀더 친숙하게 다가가게 하는 장르로 '에세이'가 편하긴 하다. 그런데 나는 이 책에서 조금 다른 지점을 보고 싶다. 우리가 안다는 것, 타자의 현실을 알고, 그간의 싸움의 과정을 알고, 그 싸움의 주체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사실이니까.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것이 소비된다는 점. 슬픔이 소비되고, 참혹한 현실이 소비된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작가의 시점을 망각한 것은 아닐까. 싸움의 주체들이 공장으로 들어가면 끝나버리는 것일까. 많은 질문을 던졌으나, 그리고 그 파장이 적지 않았으나 돌연 이런 생각으로 주저앉게 만든다. '그러니까 왜 싸우는 거지?' 그들의 싸움이 나의 싸움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런 싸움을 피하면서 살고 싶게 만드는 이 거지같은 감정은 어디서 생기는 걸까. 이건 타자의 기쁨과 슬픔에 공감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다 알겠으나 '나'들의 고립감을 더 깊게 하는 이건 뭘까? 고민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