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리샤르드 카푸시친스키, 헤로도토스와의 여행(크림슨, 2008/2013)
한 사람의 생 이후에 출간된 책이다. 그는 마지막 책을 집필하고 떠났다. 나는 언제나 그랬다. 어디로 갔을까가 궁금하지 않고 그 사람의 생이 어디에 앉아 쉬고 어디서 격노하고 어디서 사랑을 얻는지, 그리고 그가 있던 자리에 무엇이 남는지가 더 궁금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유몰론자다. 세계를 세계 안에서 보고자 한다. 그래서 상상의 영역이 비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리샤르드 카푸시친스키와 여행하는 동안 나는 한 사람 안에 자리잡은 하나의 책을 발견한다. 하나의 책과 살고 떠나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여행이 이 책이다. 헤로도토스가 찾고자 했던 것도 그 미지의 것, 자신이 모르는 것, 그러나 알고 싶은 것들을 향해 떠나는 것이었다. 나는 그 떠남의 아름다움을 이 책을 통해 수혈받는다. 시베리아로 떠나게 된다면 나는 평생 간직하고 싶은 하나의 책을 가방에 넣을 것이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그가 보았던 것, 그가 고민했던 것들을 더듬어볼 테지만, 그 사이 백년이나 지난 풍경이 처음으로 내게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