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리샤르드 카푸시친스키, 흑단(크림슨, 1998/2010)

'르포 에세이'라는 새로운 접근이다. 카푸시친스키는 폴란드의 기자이자 르포작가이자 시인이다. 1958년 아프리카를 취재할 기회를 얻은 그는 유럽의 식민지에서 막 깨어나기 시작하는 아프리카의 혼란한 내전 현장을 발로 뛰어다닌다. 전쟁만 취재하려 했다면 긴박함을 전해야 하는 기사식 르포가 나왔을 테지만 그는 이 책을 1998년 출간한다. 아프리카와 만난 첫 대면 후 다시 아프리카와 만난 기간이 40년에 이른다. 때문에 그는 이 책을 에세이 형식으로 출간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것이 시인의 눈과 기자의 경험, 그리고 그 시간만큼의 사상적 깊이가 담긴 책으로 완성되었다. 다시 읽어보니 곳곳에 그가 처음 소개하는 아프리카라는 대지의 아름다움, 느리고 아무것도 할 것 없는 사람들의 정신세계, 물질관념, 즉 세계관 등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해준다. 코끼리의 죽음이나 딱정벌레, 거미에 관한 이야기들, 태양이 모든 것 삼키는 곳에서 물의 증발이 가져오는 사람들의 생황양식, 내전의 뿌리를 파헤치고 내전이 아이들의 전쟁이 되어가고 있는 참상, 특히 말라리아에 걸린 자신이 겪은 극심한 고통을 멈출 수 있는 위로의 방식은 문학적 상상력을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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