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귄터 발라프, 암행기자 귄터 발라프의 언더커버 리포트-세계화가 만들어낸 '멋진 신세계' 탐험기(프로네시스, 2009/2010)
귄터 발라프라는 작가가 있다는 걸 재작년 연말 시상식에서 알았다. 시인이면서 르포를 쓰는 한 작가가 내 옆에 앉았는데 내가 르포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자 그가 귄터 발라프를 아냐고 물었다. 내가 이름을 못 알아듣자 그는 바로 쪽지를 꺼내 '귄터 발라프'라는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소개해주었다. 암행기자라고 했다. 독일인이라고 했고 그가 내는 책은 유럽에서 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기작가라고 했다. 그런 르포작가가 있다고? 나는 의아했다.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으니까. 나는 막연하게 미국식 추리소설처럼 혹은 미드처럼 다음을 보게 만드는 대중성이 그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짐작했다. 정직하게는 대중추수적인 접근을 하는 작가가 아닐까 의심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내가 모르는 작가이니 그 정도 삐딱함은 괜찮겠지 싶었다. 그런데 내 예상이 틀렸다. 그는 끊임없이 접근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내부자의 시선을 얻기 위해 암행을 하고, 위가 아닌 아래의 시각을 얻기 위해 직접 체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런 방법은 유럽 사회에 충격을 주고 시민의식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정책 변화까지 이뤄내고 있다고 했다. 1967년 알코올중독자, 노숙자 속으로 숨어 들어가고, 화학공장 노동 현장으로 들어가 취재한 이야기는 『13가지 불편한 르포』로 발표되었다. 이후 1977년에는 『빌트』지의 실상을 고발하기 위해 편집부에 취직하고, 1985년엔 앞서 본 터키 이민자로 변장해 튀센 철강회사에 위장 취업해 『가장 낮은 곳에서』를, 2007년에는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로, 2009년에는 흑인으로 위장해 독일사회의 인종주의를 공격했다. 이런 작업들을 통해 그는 이민을 바라보는 독일사회 시민의식에, 유럽에 침투한 미국식 세계화에 의해 뒤틀린 노동현장에, 도시인이지만 도시에서 밀려난 노숙자의 생활에, 서비스 노동으로 포장된 감정노동의 세계에, 민영화되어 가는 세계의 작동원리에, 자본이 깊숙이 침투한 법률적 싸움에 접근해 그 피폐한 삶의 현장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온 2009년 그의 나이는 68세였다. 늦은 나이는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