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귄터 발라프,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보잘것없이-인권 사각지대 잠입 취재기(알마, 1985/2012)

책이 저항의 도구가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니 저항의 도구로서 책이 쓰여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80년대 대학생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노동운동에 투신할 때, 독일에 사는 한 남자는 우리의 '노동자문학회'와 비슷한 노동자 글쓰기 모임인 '61그룹'에 가입해 르포를 쓰기 시작한다. 물론 그의 글쓰기 배경은 위장취업을 통해 얻어진 것이었다. '산업르포'라 불리는 그의 르포들은 스스로를 "자유주의자이자 아나키스트, 사회 속의 훼방꾼"으로 자처하는 권터 발라프에 의해 새로운 장르를 획득한다. 어떻게 쓰여지느냐면, 사회에 발표된 하나의 기사를 보고 과연 그런가 실험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그는 독일 사회의 이민자인 터키인 알리로 변장해 위장취업을 하고 그들과 똑같이 일한다. 그 보고서가 이 책이다. 영상과 독특함이 미학으로 포장되는 사회에서 저항의 글쓰기 또한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몇 년 전 한겨레기자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위장취업 후 내놓은 리포트(일어나라, 인권 OTL)도 이런 시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책을 보며 사회적 분위기와 자료들, 인터뷰식 취재만으로는 르포가 문학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용기와 과감한 도전, 그리고 진짜 현장은 어떠한지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줄 수 있는 르포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시몬느 베이유가 쓴 노동일기(이삭, 1983)의 세세한 기록과는 또 다른 현대적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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