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존 리드, 세계를 뒤흔든 열흘(책갈피, 1919/2005)

엠마 골드만의 자서전 living my life52장에는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는 구호가 실현되는 러시아혁명 당시 지식인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지구상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의 출현을 목격했던 지식인들은 그들의 이상이 실현되는 현실에 고무되었다. 그들이 프롤레타리아 독재 정부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나는 10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윤곽을 따라가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러시아 혁명기에 미국에서 쫓겨난 망명자로 러시아에 도착한 엠마와 자진해서 러시아를 취재하려고 도착한 존 리드는 어쩌면 아나키스트의 입장과 세계주의자(나는 존 리드가 그렇게 보인다)의 입장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엠마는 의식주를 배당받는 국가체계를 세우고 있는 일당 독재 사회에서 그것으로부터도 배제된 사회의 가장 밑바닥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들을 배제하는 관료제의 문제점을 보고 있다. 반면 존 리드는 세계의 정신, 역사상 출현한 적 없었던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의 출현에 고무되어 그 10일 간의 전쟁과 같은 현장을 종군하며 취재한다. 존 리드의 책은 레닌이 서문을 쓸 정도로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는 역사 교과서가 되지만 스탈린 시대에는 금서로 지정된다. 영화의 거장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이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을 때도 검열로 잘려나가기도 한다.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혁명의 순간에 그곳에 있었던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는 일은 그 과업에 올라타 혁명을 완수하는 사람들과 혁명 이후를 내다보는 사람의 차이라는 것. 엠마가 사회의 가장 밑바닥 인생들의 암거래 시장이 관료들에 의해 진압되는 현장을 보며 관료제의 문제들, 훼손된 자유의 의미를 찾는다면 존 리드는 그 사회의 모순을 이런 식으로 기술한다.

"신발 한 켤레에 1백 루블이 넘고 한 달 평균 임금은 35루블에 불과했기 때문에, 하인들은 더는 신발이 닳도록 줄을 서려 하지 않았다."

엠마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스탈린 시대의 도래를 예감했던 것 같다. 내가 춤출 수 없으면 혁명이 아니라고 했던 엠마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존 리드의 이 책은 내가 처음 접한 르포르타주이기도 하다. 존 리드는 기자 정신을 발휘해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분 단위로 뛰어다니며 거리 곳곳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다. 누구든 이 책을 보면 영화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회주의 국가가 탄생했다. 그 긴박했던 10일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는 분명 현대 영화의 문법으로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드라마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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