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존 캐리 편저, 김기협 옮김, 역사의 원전-역사의 목격자들이 직접 쓴 2500년 현장의 기록들(바다출판사, 1987/2006)

존 캐리가 편저자로 펴낸 또 한 권의 책 지식의 원전을 보며 재미있는 발견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기억나는 건 시각, 본다는 의미의 발견과 어느 소설에서 읽다가 메모해놓았던 메니스퍼늄의 확인, 어느 출판사 사장의 책상에서 훔친 아껴두었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올리버 색스의 재발견(그때는 재출간 되기 전이었다), 그리고 뉴턴의 사과를 '지구의 중심이 사과를 끌어당긴다'가 아니라 '사과도 지구를 끌어당긴다'로 다시 볼 수 있었던 중력의 법칙... 편집자라면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번에 나온 역사의 원전(아마 원제는 보고문학 모음집The Faber Book of Reportage인 듯)도 재밌다. 아무 쪽이나 펴서 보는데 플라톤이 전한 '소크라테스의 최후 모습'(기원전 399)에서 소크라테스는 독이 사타구니를 경직시키는 순간(아직 입이 경직되지 않은 순간)에 얼굴을 덮고 있던 이불을 치우며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크리토여, 우리가 이스쿨라피우스에게 수탉 한 마리 값을 치르지 않은 것이 있다네. 잊지 않고 갚아주기 바라네."(ㅋㅋ비극적인 순간을 페이소스로 날려버리는 플라톤이나 인간의 작음을 죽음 앞에서 털어놓은 소크라테스나 웃긴 사람들이다. 만화가들이 이런 순간을 포착하곤 하는데)

조사관들의 조사 방법을 엿볼 수 있는 엘리자베스 벤틀리의 '공장의 근로조건'(1815)이나 기록자를 알 수 없는 '굴뚝소년의 죽음'(1813) 등은 현대식 르포의 기본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그외 다른 책에서 부분적으로 언급되었던 사건이나 인물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 예를 들어 최근에 엠마의 자서전을 읽다가 다시 읽게 된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나 좌파에 연재돤 김태호의 '러시아혁명과 볼셰비키' 중에 나온 1904122일 피의 일요일 행진의 당사자인 가폰 신부의 당시 보고서('상트페테르부르크, 피의 일요일')를 직접 보는 일은 생생함을 더해준다. 생각날 때마다 한 편씩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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