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마천, 사기(민음사, 2007/2013)

기원전 104년에 시작해 기원전 93년경에 완성된 사기(史記)는 본기(오제부터 한 무제까지 왕조나 군주들의 사적을 연대순으로 기록) 12, (각 시대의 연표) 10, (각 시대의 제도, 즉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천문학에 대한 문화사 혹은 제도사) 8, 세가(주변 제후국의 역사) 30, 열전(각 시대의 인물들) 70편으로 총 130편으로 구성된 상고시대부터 한 무제 때까지의 중국 역사서이다. 중화서국(中華書局)에서 나온 10권짜리 원전으로 1년간 사기를 구경했다. 구경만 했다. 처음에는 사마천은 어떻게 130(열전의 '태자공자서'에 나오는 '공자세가''진섭세가'를 합치면 총 132)의 사기를 구성하게 되었을까가 궁금했는데 알아나갈수록 사마천이라는 인물이 더 궁금해졌다. '본기'를 통해 왕조의 역사를 개괄하고, '연표'를 통해 시대적 흐름을 짚어내며, ''를 통해 각 시대의 제도와 문화, 사회상을 살피고, '세가'를 통해 주변 제후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한편, '열전'의 인물들(사상가, 전략가, 모략가, 장수, 세객, 재상, 법가, 가객, 경영가, 상인, 의학자, 점술가 등)을 통해 인간사를 이해하고 싶어했던 사마천은 그 넓은 땅덩어리를 발로 뛰어 취재한 최초의 기자이기도 했다. 인물만이 아니라 그 인물이 살았던 지역에 찾아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곳의 지리적인 풍경을 담아내는 것까지 감행했으니 사기는 역사 여행기이기도 하다. 70편의 열전은 서가에 있는 책을 통해 끄집어내진 것만이 아니라 그렇게 발로 뛰어 취재한 것이라는 점에서 헤로도토스의 역사이후 나온 세계적인 르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방대한 역사서인 사기를 통해 내가 얻은 하나의 지식은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란 괜히 미운 눈빛 하나로도 천하의 행로가 바뀔 수도 있다'는 역사의 우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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