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의 시대, 르포 읽기

 

 

0. 김진숙, 소금꽃나무(후마니타스, 2011)

10년쯤 되었을까. 르포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대략 그런 것 같다. 2011년 김진숙 지도위원의 소금꽃나무가 나왔을 때 당분간 소설가들은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설의 본령은 이야기이지만,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을 현실과 뒤섞어놓은 죄, 그것은 꿈꾸기가 아니라 죄였다. 소금꽃나무를 보며 소설가들의 허황된 이야기가 한 시대의 죄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소금꽃나무는 꾸며지지 않은 현실의 비극이었고, 작가들이 외면한 인간들의 끝없는 저항의 처절한 내부 보고서였다. 목숨을 담보로 한 현실의 저항은 한 사람의 일생을 보게 한다. 그 사람을 둘러싼 사람들을 보게 하고, 그 사람이 몸 담고 있었던 사회 현실을 보게 한다. 해서 소금꽃나무는 한 시대의 작품으로 내게 남았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저 정도의 치열한 현실(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상상/환상'을 포괄한다)을 가지지 않은 글은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비겁한 자기애나 감상만으로 글을 포장하고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선언 정도였을 것이다. 그때로부터 나는 얼마나 돌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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