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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작고한 작가 이문구 선생이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누가 너에게 하루 세끼 밥을 먹여준다면, 네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책을 읽는 것이라고 말하겠다.

좀 이상적인 말씀이지만, 나름대로 느낌이 옵니다.

우리 인간의 삶은 8시간 잠 자고, 8시간 일하고, 8시간 휴식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죠.^^

이 정도만 되어도 사실 상당히 괜찮은 삶일 것입니다.

저에게도 위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산에 올라서 책을 읽으며 살고 싶다.’

뭐, 이문구 선생을 흉내낸 것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거짓은 아닙니다.

지금의 삶이 하루 하루 노동과 짧은 휴식으로 조금의 여유도 없어서 더욱 그렇지만

마음을 비우고, 삶도 덜어내고, 욕심도 비우고, 생활을 소박하게 살고 싶습니다.

하루 세 끼가 해결된다면-이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요즘 더 뼈져리게 느낍니다만-

좋은 책,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고 싶습니다.

책을 배낭에 넣고 산에 올라 산에서 책을 읽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움일테구요.

더 늙으면 햇볕 따뜻한 양지녘에 앉아 그저 풍경을 바라보기만 하겠지요, 가끔 자울자울 졸면서…

무념의 상태, 그것은 모든 것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함한, 내가 그 속에 포함된

일체의 상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읽을 필요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무념, 이렇게 늙는 것이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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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욕심이 줄어드는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욕심이 있습니다.

‘욕심’이라는 말을 한문 단어나 한글 단어로 가만히 되새겨 보면, 참 의미심장합니다.

다른 단어들-예를 들자면, 상쾌, 소쇄-도 그 단어와 뜻이 참으로 절묘한 것들이 많습니다만, ‘욕심’이라는 단어를 보면, 욕구, 욕망처럼 무언가를 강하게 원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그 정도가 지나치면 추하게 보일 정도로 말입니다.

‘욕심’을 입으로 말하면, 뭔가 꾸역꾸역 입안 가득 머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욕심을 낸다’는 것은 여러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 좋은 뜻으로 쓰면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추동이 되기도 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한 획득이나 추구의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욕심’은 좀 정도가 지나친, 그래서 분수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려는 뜻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에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욕심이라면, 책에 대한 욕심이지요.

뭐, 그밖에 전자제품들-앰프, 카메라, 컴퓨터 부품 등등-에 대한 욕심도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꼭 한 가지만을 고르라면 역시 책입니다. 책에 대한 욕심이 이렇게 여전한 것은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집에 책이 없었던 영향인 것 같습니다.

가난했던 우리집에는 책이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 아바이-평양사람입니다-도 월남하고, 가세가 몰락하면서 책을 가지고 다닐 여유가 없었던가 봅니다. 학교 다닐때는 늘 친구 집에 가서 책을 빌려다 보았고, 철이 들 무렵부터는 헌책방에서 책을 한권씩 사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으니까요.

책이 없다보니 눈에 보이는 책이란 책은 닥치는대로 다 읽었습니다. 그 책이 어린이용이건, 성인용이건, 어려운 책이건, 쉬운 책이건….^^ 그래서 어린 나이에 [선데이 서울]이라는 명작도 읽고^^ 한글은 한글이되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읽고…^^ 하여간 만화, 잡지, 소설….모든 영역에서 난독을 했습니다.

이제, 집 책장에는 그동안 모아놓은 책이 꽂혀 있고, 매달 몇 권씩 책을 사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지만, 요즘도 틈나면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합니다. 인터넷에 있는 헌책방을 뒤져서 책을 고르고, 주문하고, 새 책방에서도 책을 고르고, 주문하고…그리고 마음이 뿌듯해지고…왜 책이 이렇게 고플까요?

배를 곯아본 적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책은 여전히 고픈 걸보면 정신의 양식이 아직도 부족한가봅니다. 똥이에게 물려줄 것이라곤 오직 책밖에는 없네요. 그래도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물려준 것이 DNA와 건강한 육체라면, 나는 거기에 책을 조금 더 보태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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