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에서 ‘평전’의 의미는 각별합니다.

‘책’이 ‘기록된 역사’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평전’은 한 인간의 ‘기록된 삶’이기 때문이죠.

평전은 ‘자서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죠. ‘자서전’이 ‘아전인수’라면, 평전은 제3자가 기록한 ‘비판적 삶의 기록’ 쯤 될테니까요.

평전을 읽으면 그 사람과 그 시대가 보입니다. 평전은 한 사람의 인물을 다루지만, 그가 속했던 환경과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진실한 인간의 삶을 찾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태일 평전]은 그 존재부터가 고난과 투쟁의 역사였고, [체 게바라], [마르크스], [호치민], [레닌], [로자 룩셈부르크], [안토니오 그람시], [간디] 등 진보적인 인물들에 대한 평전을 읽다보면 그들이 살았던 시대가 얼마나 험난한 시대였는가를 잘 알게 됩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느쪽인가는 개인의 가치관, 세계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노력을 누가 하는가를 묻는다면, 평전의 주인공들은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평전이 항상 역사에 도움이 인물들만 씌어지는 것은 아닐테니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실패한 인물, 부도덕한 인물의 평전에서도 배울 점은 있겠지요.

평전은 항상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고, 역사적인 결과의 이면에는 개인과 조직이 어떤 고뇌를 가지고 결정을 내리는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많은 진실들이 사실은 상당히 잘못 전달되었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그의 생전에는 잘못도 저지르고, 실수도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평전의 주인공들은, 한 시대를 이끌고간 뛰어난 인물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이 비범했던 이유는 어디있을까를 되새기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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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대중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중작가’라는 단어에는 ’2류’, ‘문학적으로 수준이 낮은’이라는 경멸의 의미가 있기도 한데-제 생각입니다만-제가 스티븐 킹을 다시 보게 된 계기는, 그가 쓴 소설-이미 영화화 된-을 읽고나서입니다.

특히, 중편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을 읽고나서 그의 팬이 되었습니다.

스티븐 킹은 대중작가지만, 그 자신이 ‘대중작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또한 그것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그가 쓴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은 분명해졌습니다.

이른바 ‘문학’을 한다는 작가들 가운데는 허영심과 돈에 눈이 먼, 수준 이하의 인간들이 많다는 것인데, 스티븐 킹은 작가가 빠질 수 있는 함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것이 작가와 독자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 가운데 누구라도 재미없거나 불행하다면 그 글쓰기는 이미 실패한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킹은 이미 35권의 책을 출판한 유명작가이고, 이제 한국에서도 그의 전집이 출판된다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우리나라가 미국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작가는 소개가 잘 안되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스티븐 킹은 나름대로 독특한 세계를 가지고 있는 작가라는 점에서 좋은 작가라는 생각입니다.

스티븐 킹이 또스또옢프스키에 버금할 만큼의 무게  있는 작가가 될 것인지는 후세가 판단하겠지만, 에드가 알란 포가 미국작가로 세계문학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작가라는 것을 보면-헤밍웨이도 있지만-

미국에서도 좋은 작가가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요.

전반적으로, 미국 문화는 천박하고 수준이 낮아서-제 판단입니다-독자들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작가들의 수준도 낮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의식도 희박하고, 그들의 세계관, 가치관 등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보다 훨씬 조악하다고 할까요.

그런 면에서, 특이할 만한 작가는 역시 에드가 알란 포입니다.-헤밍웨이는 좀…노벨문학상을 받았어도 좀….

에드가 알란 포의 뒤를 이어 스티븐 킹이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지 궁금합니다.

물론, 존 스타인벡이나 잭 런던, 업튼 싱클레어같은 뛰어난 작가들이 미국 문학사에 있기 때문에 그나마 미국도 문학이 있다고 생각하지, 만일 이런 작가들이 없었다면, 미국은 문학이라는 것 조차도 없는 나라라고 매도해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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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읽기에서 ‘전작주의’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시도되었고, 소수의 사람들은 이것을 하나의 룰로 지키고 있습니다.

저도 비교적 그런 편인데, 최근에 김소진의 전작을 구해서 읽었고, 안정효, 이윤기의 작품은 전부 사 모아서 읽거나 참고하고 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도 전작에 빠질 수 없고, 가능하다면 루쉰의 전작을 구해보고 싶습니다. 루쉰은 작품집으로 전집은 가지고 있지만, 그가 쓴 모든 전집은 아직 다 번역되지는 않고, 중국에만 있더군요. 홍벽초, 백남운, 황석영, 신경림 등은 전작을 다 가지고 있고, 비교적 작품 수가 적은 작가들, 신동엽, 백석, 이상, 김유정 등 작가들 작품은 다 구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태준, 김태준, 채만식, 이광수, 김동인 등 작품이 많은 작가들의 전작은 모두 구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국내 작가의 작품도 구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외국 작가들 작품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유명한 작가들이라해도 겨우 대표 작품 몇 편만 소개가 되거나 책으로 한 두권 나오는 정도..그나마 요즘은 완역이니 전집이니 해서 형편이 좀 좋아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채만식 전집은 창비에서 나왔다가 절판되고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완역판으로 다시 나올 것 같긴 합니다만…많은 작가들의 작품집이 전집으로 나오고 있지만, 제가 봤을 때, 올바르게 나오는 책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김유정 전집만 해도, 워낙 오류 투성이여서…

이상 전집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인데, 그것도 좀 마음에 안 들고…

프로이트 전집이 처음에 나왔을 때, 엄청 기대를 했는데, 아직 구입은 못하고 있습니다. 프로스트의 ‘시간을 찾아서’도 전집이 나왔다고 하는데…이것도 좀 너무 어려워서 선뜻 손대기가 어렵고…카프카 전집이 나왔는지 잘 모르겠네요. 카프카하면 흐이구…..그 회색빛 얼굴과 죽음의 눈동자…^^

벽초도 임꺽정만 나와 있지, 그 외에 많은 글들은 아직 정리도 안 된 상태입니다. 저는 요즘 중국 고대 신화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건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쓰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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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베스트셀러나 새 책에 대한 관심이지만, 헌책을 찾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도 헌책방들이 하나 둘 생기더니 지금은 십 여개가 넘게 보이고, 올라오는 책들도 종류가 많아졌습니다.

거의 대중적인 헌책방이지만 고급 취향의 비싼 헌책방도 있습니다.

저도 요즘 헌책방에서 책을 구입하는데, 책을 고르고 구입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70년대 말, 80년 초 중반-제가 형하고 길거리에서 헌책 장사(리어커를 끌고 다녔죠^^)를 할 때만 해도 좋은 책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하는 장사는 늘 해가 떨어질 때 시작해서

밤 늦은 시간에 짐을 쌌는데, 그 어두운 저녁 시간에, 칸델라(카바이트를 넣고 물을 부으면 불이 켜졌죠) 불빛 아래에서 흔들리는 불빛 속에서 오랜 시간 책을 고르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그냥 책만 사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을 구해달라거나, 아니면 책을 두고 토론을 하고는 했죠.

책장사 수준이 그래서 그때는 꽤 높았습니다.^^;

길거리 헌책 장사를 하면서 돈을 좀 모아서 허름한 가게를 얻어 헌책방을 냈습니다.

헌책방을 내고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가까운 고물상 위치를 파악하고 날마다 하루에 한 두번씩 고물상을 돌아다니는 거였죠.

고물상에 가면 책들이 참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고물로 나온 책들 가운데서 돈이 될만한 것들을 골라 권당 몇 십원, 몇 백원 씩에 사오곤 했죠.

청계천책방 골목은 헌책으로 유명하지만 80년대에는 이미 덤핑책 출판으로도 악명이 높았습니다.

지금은 저작권 때문에 거의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서점가에서 히트한 책을 곧바로 베껴서 출판하는 해적 덤핑 출판이 대단했습니다.

그런 책들은 값이 싸기 때문에 헌책방에서도 취급을 했습니다. 하지만 덤핑은 역시 덤핑. 종이, 인쇄 상태가 아주 조악해서 한번 읽으면 그냥 못쓰게 되는 경우가 많았죠.

책이 좋아서 책장사를 하다가 결국 책가게도 하고…하지만 얼마 못가서 군대 입대하는 바람에 책과의 인연은 끝이 났습니다.

전역하고 다시 사회생활을 하면서 책을 사모으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돈이 없어서 새 책은 엄두를 못내고 늘 헌책만 사러 다녔습니다. 그래서 동네, 청계천 헌책방은 거의 모르는 곳이 없었죠. 지금도 청계천의 어느 책방이 어떤 책을 전문으로 하고, 어떤 책들이 자주 나오는지, 어디 가면 좋은 책을 싸게 살 수 있는지 대강 압니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생활이 되면서 이제는 인터넷 헌책방에서 주문을 하게 되는군요.

인터넷 헌책방을 이용하면서, 오프라인 헌책방과 다른 점을 몇 가지 느꼈습니다.

우선, 책값이 오프라인보다 좀 비싸다는 겁니다. 인터넷 헌책방에 있는 책값을 보면 제가 알고 있는 헌책값보다 대략 두 배 정도 하더군요. 청계천 가면 2천원 정도에 살 수 있는 책이 4천원, 5천원에 살 수 있는 책이 1만원…책을 아는 사람들은 쉽게 알 수 있죠.

물론 편리하게 쇼핑을 할 수 있으니까 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하면 사실 그게 그겁니다. 그래도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냄새를 맡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더군요. 헌책방의 그 고유한 냄새, 알싸하면서 항긋하기도 하고, 구수한 듯한 그 냄새는 책에서 나는 냄새입니다. 종이에 좀이 슬거나 곰팡이가 피거나, 종이가 바래거나, 책에 쌓인 먼지에서 나는 냄새들이 섞여서 그런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이지요.

산더미같은 책을 뒤적이며 좋은 책을 고르는 재미가 없어진 것도 아쉬움입니다. 책방 주인과 잡담을 하는 재미도 없구요…^^

책방 주인이 숨겨두었다가 몰래 내주는 책도 없어서 아쉽고…

그래도 인터넷 헌책방이 생기면서 헌책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면 그건 좋은 일입니다. 책이란 한번 보고 버리는 일회용 용품이 아니니까요. 책은 오래도록 보관하고, 많은 사람들이 돌려보고, 그것을 가졌던 사람의 추억과 역사가 있는 재산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달에만 벌써 용돈의 전부를 헌책 사는데 써버렸습니다. 책은 쌓여서 마음은 든든한데, 정작 주머니는 텅 비어버렸군요.

그래도 좋은 책 한 권을 샀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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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책 읽은 얘기는 못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만 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하는 행사 때문에, 뭐 좀 내놓을 게 없나…하고 여기 저기 뒤져봤습니다.

없더군요.^^;; 살림살이가 없는 것은 아닌데, 아직도 물건들을 내놓는 것이 아까울만큼 집착이 많은가 봅니다.

이 어리석은 욕심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할텐데…

책장에 꽂힌 책을 골라 내놓을 생각으로 책장을 둘러 봅니다.

거실에 책장 하나, 안방에 책장 6개, 작은 방에 2개, 어머니 방에 2개, 똥이 방에 2개, 주방 옆에 1개, 화장실 옆에 1개, 베란다에 묶인 책 약간…대략 이렇습니다.

오랜만에 책들을 하나 하나 찬찬히 들여다 봅니다. 문득, 오래된 책들이 말을 걸어옵니다.

새삼스럽게 발견한 책들도 있습니다. ‘내가 이런 책도 가지고 있었구나…’하며 신기해 합니다.

10년, 20년 전에 헌 책방에서 샀던 기억이 나는 책들도 있습니다. 읽은 책들도 있고, 아직 읽지 못한 책도 있습니다.

그 책들이 나를 보고 한마디씩 합니다.

‘이렇게 책장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지겨워 죽겠다’

‘너, 이렇게 처박아 놓으려고 나를 샀냐?’

‘마음이 변했어, 책은 안 읽고 매일 영화만 보고…’

‘그래, 이제 난 쓸모없는 존재다. 그러니 버리던지, 불에 태워서 없애던지 해라…’

‘비싼 돈 주고 사서 이렇게 잠만 재우면 되겠냐?’

‘책은 폼으로 사냐? 책만 많으면 네 인격이 훌륭해 진다니?’

‘책 욕심만 많지, 정작 책은 안 보는 녀석이네….’

흐이구…이런 얘기들을 듣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좋은 책들도 있고, 버리고 싶지만 애매한 책들도 있습니다.

오래된 책들은 이마에 먼지를 덮어 쓴 채 묵묵히 잠들어 있습니다.

한 때는 싱싱하게 자기 존재를 과시했던 책들입니다.

이제, 책들을 하나 하나 모두 깨끗하게 씻기고 닦아서 이름을 달아줄 생각입니다.

책과 나는 주종의 관계가 아니라, 좋은 친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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