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베스트셀러나 새 책에 대한 관심이지만, 헌책을 찾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도 헌책방들이 하나 둘 생기더니 지금은 십 여개가 넘게 보이고, 올라오는 책들도 종류가 많아졌습니다.

거의 대중적인 헌책방이지만 고급 취향의 비싼 헌책방도 있습니다.

저도 요즘 헌책방에서 책을 구입하는데, 책을 고르고 구입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70년대 말, 80년 초 중반-제가 형하고 길거리에서 헌책 장사(리어커를 끌고 다녔죠^^)를 할 때만 해도 좋은 책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하는 장사는 늘 해가 떨어질 때 시작해서

밤 늦은 시간에 짐을 쌌는데, 그 어두운 저녁 시간에, 칸델라(카바이트를 넣고 물을 부으면 불이 켜졌죠) 불빛 아래에서 흔들리는 불빛 속에서 오랜 시간 책을 고르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그냥 책만 사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을 구해달라거나, 아니면 책을 두고 토론을 하고는 했죠.

책장사 수준이 그래서 그때는 꽤 높았습니다.^^;

길거리 헌책 장사를 하면서 돈을 좀 모아서 허름한 가게를 얻어 헌책방을 냈습니다.

헌책방을 내고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가까운 고물상 위치를 파악하고 날마다 하루에 한 두번씩 고물상을 돌아다니는 거였죠.

고물상에 가면 책들이 참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고물로 나온 책들 가운데서 돈이 될만한 것들을 골라 권당 몇 십원, 몇 백원 씩에 사오곤 했죠.

청계천책방 골목은 헌책으로 유명하지만 80년대에는 이미 덤핑책 출판으로도 악명이 높았습니다.

지금은 저작권 때문에 거의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서점가에서 히트한 책을 곧바로 베껴서 출판하는 해적 덤핑 출판이 대단했습니다.

그런 책들은 값이 싸기 때문에 헌책방에서도 취급을 했습니다. 하지만 덤핑은 역시 덤핑. 종이, 인쇄 상태가 아주 조악해서 한번 읽으면 그냥 못쓰게 되는 경우가 많았죠.

책이 좋아서 책장사를 하다가 결국 책가게도 하고…하지만 얼마 못가서 군대 입대하는 바람에 책과의 인연은 끝이 났습니다.

전역하고 다시 사회생활을 하면서 책을 사모으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돈이 없어서 새 책은 엄두를 못내고 늘 헌책만 사러 다녔습니다. 그래서 동네, 청계천 헌책방은 거의 모르는 곳이 없었죠. 지금도 청계천의 어느 책방이 어떤 책을 전문으로 하고, 어떤 책들이 자주 나오는지, 어디 가면 좋은 책을 싸게 살 수 있는지 대강 압니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생활이 되면서 이제는 인터넷 헌책방에서 주문을 하게 되는군요.

인터넷 헌책방을 이용하면서, 오프라인 헌책방과 다른 점을 몇 가지 느꼈습니다.

우선, 책값이 오프라인보다 좀 비싸다는 겁니다. 인터넷 헌책방에 있는 책값을 보면 제가 알고 있는 헌책값보다 대략 두 배 정도 하더군요. 청계천 가면 2천원 정도에 살 수 있는 책이 4천원, 5천원에 살 수 있는 책이 1만원…책을 아는 사람들은 쉽게 알 수 있죠.

물론 편리하게 쇼핑을 할 수 있으니까 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하면 사실 그게 그겁니다. 그래도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냄새를 맡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더군요. 헌책방의 그 고유한 냄새, 알싸하면서 항긋하기도 하고, 구수한 듯한 그 냄새는 책에서 나는 냄새입니다. 종이에 좀이 슬거나 곰팡이가 피거나, 종이가 바래거나, 책에 쌓인 먼지에서 나는 냄새들이 섞여서 그런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이지요.

산더미같은 책을 뒤적이며 좋은 책을 고르는 재미가 없어진 것도 아쉬움입니다. 책방 주인과 잡담을 하는 재미도 없구요…^^

책방 주인이 숨겨두었다가 몰래 내주는 책도 없어서 아쉽고…

그래도 인터넷 헌책방이 생기면서 헌책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면 그건 좋은 일입니다. 책이란 한번 보고 버리는 일회용 용품이 아니니까요. 책은 오래도록 보관하고, 많은 사람들이 돌려보고, 그것을 가졌던 사람의 추억과 역사가 있는 재산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달에만 벌써 용돈의 전부를 헌책 사는데 써버렸습니다. 책은 쌓여서 마음은 든든한데, 정작 주머니는 텅 비어버렸군요.

그래도 좋은 책 한 권을 샀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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