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ea죠] 맛의 예술 '페르시아궁전'
[기획/연재] 2002년 08월 28일 (수) 12:36
'페르시아 궁전에서 먹는 카레찜닭.'
비행기를 타고 중동까지 날아갈 필요도 없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정문 앞 카레전문점 '페르시아궁전'에 가면 왕자(?)같은 이 집 주인이 직접 요리한 이란식 닭요리를 먹을 수 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카레는 인도·중동사람들이 즐겨 먹는 양념의 총칭. 갖가지 향신료와 약초를 섞어 만드는데, 무엇을 섞느냐와 비율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수십·수백가지의 카레소스가 만들어진다. 최근 많이 오픈한 '본고장 카레' 전문점의 소스는 모두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것. 진짜 현지사람들이 즐기는 카레는 우리 입맛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강한 향이 많이 첨가된다고 한다.
'페르시아궁전'의 카레소스는 정통식과 한국식을 절충한 비율이 절묘하다. 이란 현지에서 공수해오는 향신료와 약초들을 '맛의 예술'로 조합하는 주방장의 손놀림은 양약을 조제하는 의사만큼이나 엄정하다. 주방장 겸 주인인 샤플씨가 의사 출신인 것도 무관하지는 않을 터. 원료만 봐도 그 자체가 '약'인 카레를 샤플씨는 맛의 황금비로 조제, 약발을 배가한다.
'페르시아궁전'의 인기메뉴는 '카레닭'. 닭의 육질에 스민 진한 레드카레맛은 깊고 오묘하다. 처음 접하는 맛이 거부감 없이 입에 착착 붙는다. 개점한 후 넉달 동안 손님 한명한명에게 맛 평가를 듣고 호응도를 살펴 조절한 '결정판' 소스의 힘.
"'새우카레라이스'는 장난 아니게 맵다"는 주인의 경고가 진짜 장난 아님을 다섯숟가락쯤에서 깨닫게 된다. 무교동낙지에도 거뜬한 혀에 은근슬쩍 불씨를 놓는 매운맛은 얼얼하게 당하고도 황홀하다.
놀란 혀는 페르시아 허브티 '바하루'차로 달래주면 된다. 이란사람들은 약초와 꽃잎이 향긋한 바하루차로 더위를 이겨낸단다. 차 향을 음미하며 식당 벽면의 아라비아 미인도와 이국적인 소품들에 관한 주인장의 친절한 설명을 듣노라면 저렴한 페르시아 여행에 기분이 흡족해진다.
윤현수 기자 chopin@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