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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이야기
세스 고딘 지음, 박세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월
평점 :
그리스 신화에는 `이카루스의 날개'란 에피소드가 있다. 이 에피소드에는 다수의 인물이 등장한다. 먼저 크레타의 왕 미노스가 있다. 그의 곁엔 대장간의 신(神) 헤파이토스의 자손인 `다이달로스'라는 건축과 공예의 명공이 있었다. 그는 미노스 왕의 총애를 받지만, 훗날 미노스의 왕비 파시파이의 부정에 연루된 죄로 미움을 사서, 자신이 설계한 감옥에 아들과 함께 갇히게 됐다. 이들 부자는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만들어 감옥의 탑을 날아올라 탈출에 성공한다. 날아오르기 전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루스에게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 당부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날갯짓에 감동한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충고를 잊고 끝없이 날아올랐다.
이카루스는 결국 깃털을 이어붙인 밀랍이 태양열에 녹아내려 바다로 추락해 죽고 말았다. 이 허무한 신화에는 특별한 가르침이 있다. 왕 혹은 어른의 충고를 어기지 말 것, 자신의 능력을 너무 믿고 나서지 말 것, 하여 이 신화는 겸손의 미덕을 가르치는 에피소드로 든든한 자리매김을 해왔다. 신화학자 조지프 켐벨은 "신화는 사회가 꾸는 꿈"이라 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이 신화에서 다른 형태의 꿈을 꾸고 있다. 이카루스여, 추락을 걱정하지 말고 더 높이 날아보라고 다그치는 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 경영 구루, 세스 고딘이다. <이카루스 이야기>(한국경제신문, 2014년)에서 세스 고딘은 이카루스 신화에 숨겨진 이야기 하나를 공개한다.
알려진 것처럼 다이달로스는 너무 높게 날지 말라 한 것처럼, 또 너무 낮게 날아서도 안된다고 경고했다. 바닷물에 날개가 젖으면 역시 추락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신화는 오랜 시간 너무 높게 나는 것만을 터부시했다. 공정치 못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바로 산업화 시대가 요구한 인재의 요건이 바로 보스와 조직의 명령에 복종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세스 고딘은 세상이 산업화 시대를 거쳐, 연결경제(connection economy)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선언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았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의 세계에선 사람과 사람의 `연결과 관계' 자체가 돈벌이와 직결된다.
세상이 요구하는 인재상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직장인들은 무너진 산업화 시대의 향수에 젖어 있다. 그들은 다이달로스의 경고를 금과옥조로 모시고 추락을 상정하지 않는 `안정'과 `복종'의 습관에 안주한다. 과거 안전한 직장과 직위는 새로운 영역으로 옮겨간지 오래라고 고딘은 선포한다. 안전지대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금껏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이 이동한 것 뿐이다. 하여, 과거에는 조직의 임원, 대학의 교수, 신이 내린 직장이 직업인의 이상향이었다면, 지금은 `아트와 혁신'이 있는 곳이 바로 안정의 블루오션이다. 하여,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사람과 아이디어를 연결하며, 정해진 규칙없이 무언가를 시도하는 사람"을 고딘은 아티스트라 부른다.
연결경제의 시대에 각광받는 인재가 바로 직업과 삶 속에서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뽐내는 아트(art)에 능한 사람이다. 이카루스의 날갯짓을 오만으로 치부하는 세상은 갔다. 자신의 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야만 한다. 지시를 따르고 안전한 방식으로 일하면 더이상 먹고 살 수 없다. 하여, 고딘은 실패와 추락을 감수하고 더 높이 날아오르려는 이카루스의 무모함을 지지한다.
" 우리는 새롭게 배우기보다 정답을 외우고,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으로,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제 우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45쪽, 세스 고딘 <이카루스 이야기>
연결경제에서 `아트'는 독창성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독창성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추면 그럭저럭 물건은 잘 팔려나갔고 고객들은 만족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특색이 없는 상품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고객들의 눈높이가 획기적이고 놀라운 제품으로 옮겨가 있다. 그런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어떤 사고방식을 가져야 할까? 과거 시대에는 상품이 성공하는 정답이 존재했다. 하지만, 독창성에 정답은 없다. 정답을 찾는 일은 아트의 적이라고 고딘은 단언한다. 이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올바른 대답이 아니라 `흥미로운 대답'이다. 가치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현재 상황에 도전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 성향이 바로 연결경제의 아트다.
세스 고딘이 지목하는 아티스트는 선택받기 보다는 스스로 선택하는 독립적인 사람을 가리킨다. 그는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내놓고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하는 사람이다. 달인의 경지에 오를 때까지 매일 끊임없이 몸에 배도록 추구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습관을 평생동안 연마한다. 아티스트는 신뢰와 공감, 독창성과 리더십,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는 스토리를 품고, 연결과 공감, 겸손이라는 인간적인 요소를 갖춘 인재를 말한다. 아티스트에겐 자신이 직접 겪은 반복된 실패의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면,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것은 과정과 방향, 연결에 대한 열정이지 그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 다들 알다시피 우리는 항상 실패한다. 모든 일이 성공할 것이라는 말이 아니라, 언제나 춤을 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기든 지든 즐겨야 한다. 나는 항상 모든 프로젝트와 관계에 지나친 부담감을 느끼지 말자고 다짐한다. 우리의 목표는 이기는 게 아니다. 계속해서 즐기는 것이다. 위로의 말은 오래가지 않는다. 모든 일이 성공할것이라는 격려 역시 그렇다. 정말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여행 자체가 핵심이라는 깨달음이다." 256쪽
요즘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직업이 공무원이란다. 우리 시대 직장인들이 갈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바로 `안정'이다. 그런데, 세스 고딘은 <이카루스 이야기>에서 안정이 전근대적 가치라고 평가절하 한다. 안정 자체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더 이상 안정을 줄 수 없는 구역에서 안정을 찾고 있다는 질책이다. 하여, 그는 도전과 용기 안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가질 때 삶이 새로운 안정 영역에 진입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시대를 앞서가는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는 `직장보다 직업'이 중시되는 세상이 될 것으로 예언했다. 직장은 일시적인 돈벌이지만, 직업엔 한 사람의 전문성이 깃든다. 직장은 은퇴할 수 있지만 직업엔 은퇴가 없다.
우린 세스 고딘이라는 걸출한 경영 구루를 통해 변화의 날갯짓을 시도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했다. 그는 지도없이 새로운 길을 갈 것을 요구했고, "확실함과 보장과 안전망"이 없는 아티스트의 삶으로 나아가야 할 동기를 주입했다. 인류의 삶에 굵은 발자국을 남겨준 예술가들이 살아온 길을 이제 평범한 우리들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패를 상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생들조차 공무원이란 지극히 `평범한' 직장을 얻으려고만 한다. 그들은 직장을 얻겠지만 꿈은 잃을 것이다. 그들은 돈을 얻겠지만, 일생일대의 기회는 놓칠 것이다. 세스 고딘은 그렇게 살지 말자고 속삭인다.
연결경제에선 평범한 것은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개성이 묻어 있는 컨텐츠 자체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우린 자신만의 컨텐츠를 갖고 연결경제의 승자로 태어날 수 있다. "연결과 관계"를 중시하는 시대에는 아트하는 인간, 즉 아티스트가 산업화 시대의 바톤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세스 고딘은 가르쳐줬다.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스 고딘은 이 책을 집필하기에 앞서, 펀딩사이트를 통해 후원금을 모금했다. 불과 세 시간도 되기 전 목표금액 4만 달러를 넘어 25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단다. 고딘은 이 열렬한 호흥에 내색하지 않고, 곧바로 노트북을 들고 일터로 향했다. 왜냐면 그런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최고의 특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는 뒷 일이다.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느끼는 일을 할 때, 연결경제 시대의 이카루스들은 아트적 재능으로 비상할 수 있다.
"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물고기들을 나무 타기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형편없다고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62쪽
세스 고딘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아트적인 직업이다. 예술가는 월급을 받는 직장이 없다. 그는 자신의 업으로 돈을 벌고, 인생을 완성한다. "자신에게 살고 싶은 대로 살아 볼 기회를 한 번은 주어라"고, 변화경영전문가로 살았던 故 구본형은 말했다. 달리 표현했지만 그가 강조했던 것 역시 아트적인 삶이다. 추락할까 두려워 높게도 낮게도 날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이카루스들에게 세스 고딘과 구본형은 생애 한 번은 마음껏 날아올라 볼 것을 요구했다. 스티브 잡스에게 직업이란 돈과 안정을 보상하기 보단 세상과 사람들에게 놀라운 제품을 선물하는 기회였다. 패기 가득해야 할 젊은이들조차 돈과 안정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퇴행의 시대, 세스 고딘의 혁명적인 목소리가 뜨겁고 벅차게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