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모든 것 -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설득의 기술, 프로페셔널라이팅
송숙희 지음 / 인더북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토마스 만의 장편 <마의 산>에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인물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인물은 `세템브리니'라는 인문주의자였다.  모든 게 미숙한 주인공 청년 한스 카스트로프에게 그는 "인식하고 표현하려는 용기, 그것은 바로 문학이며 인문정신"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대학 시절 읽은 이 소설을 다시 읽게 된다면 그 평가가 달라질지 모르지만, 지금껏 세템브리니의 이 대사만큼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각인 돼 왔었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 영화를 보고 무언가 글로 표현해보고자 하는 노력, 주어진 주제에 꽉찬 글 한 편을 완성해 보려는 시도에 담긴 `열정'을 잘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하루 세 끼 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존재다. 하여, 예술과 철학이 탄생했고 궁극적으로 가장 기본적 표현도구라 할 수 있는 언어가 발전했다.  누구나 글을 익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바로 언어교육의 본질이다. 하지만,  자신이 쓴 글에 만족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은 역설적으로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글을 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단순히 작문 기술의 탁월함을 말하는게 아니다.  내용과 기술, 모두를 충족시켜야 한 편의 뛰어난 글이 탄생한다.   글밥먹고 사는 사람들조차 글쓰기를 힘들어 한다.  하물며, 글을 단순히 소비하는데 익숙해 온 일반 독자들에게 글쓰기는 넘지못할 거대한 산이었다.  글쓰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전직 저널리스트였고 이제는 책쓰기 코치로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는 송숙희는 그간 출간된 저서들에서 독자들의 이같은 고민을 잘 이해하고, 속시원히 풀어줄 방법들을 연구해 왔다. <책쓰기의 모든 것>(인더북스,2011년)은 책쓰기와 글쓰기 노하우를 집대성해 놓은 훌륭한 책이었다. 또 다른 저작 <글쓰기의 모든 것>(인더북스,2013년)에서 그가 집중해 다룬 것은 진화한 글쓰기인 `프로페셔널라이팅'의 정체를 풀어낸 것이었다.  전작들과 중복된 내용들이 없지 않지만, 이 책에서 새롭게 정의한 프로페셔널라이팅을 통한 글 잘 쓰는 방법들은 수많은 사례와 문장가와 작가들의 경험담을 인용하면서 독자들을 유능한 정보컨텐츠 생산자로 커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SNS가 대중화된 소셜시대의 최고 병기로, 프로페셔널라이팅을 지목한다. 프로페셔널한 글쓰기란 `글로써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설득기술'을 말한다.  또, `하고 싶은 말을 독자의 흥미와 관심사에 맞게 포장하여 전달하는 방법'을 통칭한다.  중요한 것은 프로페셔널이 쓴글에는 독자들이 원하는 컨텐츠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 있는 글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열어, `기꺼이 그 대가를 지불할 만큼 잘 쓴 글이자 그들의 갈망을 충족시켜주는 글'이다.  돈이 되는 글쓰기가 어감상 속되게 보이지만, 돌려 말하면 그런 글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선 팔리는 글이며, 가치있는 글이 된다는 의미다.   하여, 저자는 이 책에서 가치있는 글쓰기란 무엇인지 프로페셔널라이팅으로 진화하는 방법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 잘 팔리는 모든 것에는 콘셉트란 게 있다.  독자고객의 `묻지마' 구매를 유도할 만한 매혹적인 그 무엇, 이것이 바로 콘셉트다.  정보콘텐츠 또한 콘셉트가 내장되었을 때 잘 팔린다. 따라서 프로페셔널라이팅은 돌연히 떠오르는 어떤 영감에 의해서가 아니라 고도의 창의적인 사고와 실행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30쪽, 송숙희 <글쓰기의 모든 것>

 

무턱대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해서 프로페셔널라이팅의 세계에 발 디딜 수 있는게 아니다. 그 분야을 오랜 시간 연구하고, 가르쳐온 사람들의 조언을 들을 때 우리가 바라는 좋은 글, 가치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송숙희는 그간 내가 만나본 글쓰기 관련 분야의 저자 가운데서도 탁월한 코칭 기술을 선보이는 저자다.  그의 책에는 이 기술들이 흡입력 높게 요리 돼 나온다.  그가 언급한 프로페셔널라이팅의 주요한 기술을 몇 가지만 맛보자.

 

첫째, 글쓰기에 앞서 스마트하게 생각하기. 쓰기는 생각하기가 전부다. 쓰기 전에 생각하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정보컨텐츠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과 에너지 90%는 생각하기의 과정이고, 그 생각들을 문자로 표현하는 데 나머지 10%가 쓰인다. 둘째, 새로운 정보는 없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는 세상에 이미 다 나와 있다. 성서에도 나오지 않던가.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창의적인 직업군인 기자,에디터,광고 및 상품 서비스 기획자들은 이미 나와 있는 정보를 조직하는데 달인들이다. 가치있는 정보컨텐츠를 생산하는데는 세상의 정보를 창의적으로 묶어내고 편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글쓰기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가치있는 정보를 엮어내는 기술이다.

 

셋째, 글을 쓸 때는 대중의 언어를 구사하라. 당신은 전문용어를 써가며 폼나게 쓰고 싶겠지만 독자는 쉽고 재미있게 듣고 싶어한다.  독자 즉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어떤 글쓰기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넷째, 글쓰기에 속성과정은 없다.  하루 아침에 글을 잘 쓰겠다는 것은 그저 욕심일 뿐이다. 경험을 아이디어로 재창조하고 설득력 있게 스토리텔링 하는 기술은 오랜 연마를 필요로 한다.

 

 " 가치 있는 모든 일은 그것을 잘 해내기 위해 시간과 관심과 구체적인 연습과 훈련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가치 있다'"  210쪽

 

햇수로 8년 째, 책을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써 왔다. 지난 8년간 내 일상에서 3가지는 변함 없었다.  일하고 책읽고 글쓰는 것 !  살면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언가를 이렇게 오래 해본 적이 없다. 서평이나 영화평 등 리뷰 중심으로 글을 썼지만, 어떤 글이 됐든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내 경험으로 보자면 처음 서평을 쓰는 데는 2시간이면 족했다.  그 이상 책상에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 다시 글 한 편을 쓰는데 그 두배의 시간이 들었고, 다시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왜 그랬을까?  잘 쓰겠다는 염원과 자신의 글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엔 다시 그 중간 지점으로 되돌아왔다.  너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게 !   또,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면 쓰지 않았다. 하지만, 요즈엔 쓰겠다고 마음 먹으면 피곤해도 무조건 쓴다.  여전히 어떤것이 글쓰기의 정답인지 나 자신도 모른다. 

 

어떤 기술이나 예술이 됐든, 처음엔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만 그 뒤로 오랜 시간 부딪치고 깨어지면서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내게 지난 8년은 숱한 시행착오의 시간이었다.  여전히 그 시행착오는 계속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자 좋은 글을 썼느냐 아니냐란 문제보단 그런 `노력' 자체가 보상이 되고, 글쓰기의 발판이 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1년에 30편에 밑도는 서평을 발표하고 서평 분야의 파워블로그가 됐을 때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3년째 그 정도의 서평을 쓰고 그 감투를 유지했다. 글을 잘 썼다기 보다는 계속 썼다는 것, 30편의 글을 12개월로 나눠 잘 배분해 썼다는 것. 글 한 편 한 편 고민하며 썼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줬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내게 가끔 글쓰기를 조언하는 메일이나 쪽지가 날아온다. 내가 해주는 조언은 특별하지 않다. 나또한 배우는 사람으로서 특별한 비방이 없을 뿐더러 사람은 경험으로 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꾸준하게 읽고 쓰시길 바랍니다!"   송숙희라는 탁월한 글쓰기 코치도 이 책의 말미에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미국의 영화 감독 우디 알렌이 말했다. " 성공의 8할은 일단 출석하는 것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석해서 1등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런데, 그런 목표를 세웠지만 출석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과 독서와 글쓰기, 이 세가지는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 되고 말았다.  그것을 탁월하게 잘 해내겠다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욕심을 채울만큼 능력이 되지 않기에 계속해 써 나가겠다고 `약속'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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