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한국추리문학선 7
한수옥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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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이라~ 살아가면서 상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두번쯤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여기서 '상대'란 특정 대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바뀔수도 있음이다. 저자 한수옥(미세스한)은 이책《죽이고 싶은》을 통해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났지만 오래된 지인처럼 느껴지는 그런 사람? 아니 책이다.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저질러지는 성범죄, 가해자는 떳떳한듯 세상을 활보하는데 피해자는 상처를 입고 어둠속으로 숨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 보는 내내 안타가웠다. 다른 범죄보다 유독 세상의 질타를 받는 것이 성범죄처럼 보여졌다. 가해자에 의해 한번, 세상에 의해 또 한번 당하고 나면 피해자는 평생 얼굴들고 살지 못한다.

 

'죽이고 싶은'~ 제목 한번 잘 지었다. 제목에 모든 것을 담아내는 것이 소설이라면 이 책은 그것에 100% 성공했다. 여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박쥐 모양의 목각인형만이 유일한 공통점이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생생함을 가지고 있는 박쥐 인형, 첫번째 피해자는 매춘을 업으로 하는 30대 여성이다. 살아있는 상태로 가슴이 드려졌고 출혈과다로 사망한 것이라나? "자기의 행복을 위해 자식 같은 건 쓰레기 버리듯 버린 우리 엄마가 제일 싫다고요!" (p.190) 희망보육원의 경철이 한 말이자 버려진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상대가 엄마 혹은 아버지 아니면 둘 다 일수도 있겠지.

 

어느 누구도 부모(보호자)로부터 버려지고 싶지는 않다. ​그나마 보육원에 버려지는 아이들보다 조부모에게 맡겨지는 아이가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상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만 있는 줄 알았다. 세상이 그렇게 단순한 삼원칙으로 흘러갈리 없는데 말이다. 일정 경찰서 강력2팀 강재용 팀장이자 은옥의 남편이기도 한 그는 연쇄살인의 용의자로 아내를 의심하게 되고 그의 다음 행동은? 양수 경찰서 이우현은 현재 사건을 맡고 있지만 30년 전 사건에도 연관이 있는 인물이다. 30년 전 사건에서도 가해자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세상을 활보했꼬 피해자는 어둠 속으로 숨어버려야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넌 법이 바뀐 것도 몰라? 성범죄는 이제 친고죄가 아니야. 고소가 없어도 증거만 있으면 잡아넣을 수 있어." (p.360) 새롭게 바뀐 법 중 마음에 드는 ​법이 이것이다. 그전에는 서로 합의만 하면 처벌을 받지 않았다던가? 2013년 6월 19일부터 성범죄 관련 친고죄 조항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소중한 정보를 획득한 기분, 책을 읽으며 '나영이 사건'이 떠올랐다. 2008년 12월에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교회 안의 화장실에서 발생했던 8살 나영이를 강간 성폭행한 사건의 범인 조두순의 출소가 2020년으로 이제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다른 미성년성폭력 사건도 많지만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사건이기에 더 기억에 남았다.

 

'죽이고 싶은', 정말 죽이고 싶은 아니 죽어 마땅한 인간이라는 말이 더 옳겠다. 한번은 실수라지만 그것을 반복하면 더 이상 실수가 아닌 고의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성폭력에 있어서는 한번도 실수라고 치부할수 없는 것이다. 아내를 보호하고 싶은 재용, 남편을 사랑하지만 과거로 인해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은옥, 은옥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아직도 은옥이 가장 소중하다는 태수, 가해자는 법에 의해 철저하게 처벌받고 피해자는 세상의 보호를 받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 피해자가 세상의 가혹한 시선으로 다시 상처받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싶어. 책을 읽으며 그런 세상이 되길 다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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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공포증
배수영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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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햇빛이 무서워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은 계절이지요. 어디로 가야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을까요?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지만 그것은 더위에는 해당되지 않나 봅니다. 햇볕 아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속이 미식거리며 어질럽기까지 해요. 그런 가운데 만난 몽실북스의 신작《햇빛공포증》,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읽어서일까요? 제목에 강하게 공감이 갑니다. 애인에게 프로포즈하러 갔다 엘리베이터에 갇혀버린 한준, 그런 사고야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해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김한준, 직업은 경비행기 조종사이며 나이는 35살이다. 구출되었을때 열린 문 사이로 비춰진 햇볕을 보며 기절했고 깨어나니 정신병원의 환자로 등록되어져 있었다. 단순 사고로 인해 일시적으로 병원에 간 것 아니었어? 누가 왜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격리?)시킨 것일까? '햇빛알레르기'가 있다는 말은 들어봤다. 그런데 '햇빛공포증'이라는 병명도 있는거야? '성 루시아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김주승이 김한준의 담당의사다. 주승은 한준에게 햇빛공포증이란 희귀질환에 걸렸다는 진단을 내리는데.


책은 한준이 입원한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과 어린 소년이 지속적으로 폭행과 학대를 당하는 모습이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어린 소년의 정체가 궁금하다. 소년은 한준일까 주승일까? 주승이 환자 한준을 대하며 언뜻 비쳐지는 감정은 단순한 환자와 의사 사이로 보여지지는 않았다. 뭔가 증오심을 가지고 복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에게 미움받는 느낌이 든다면? 환자가 의사를 믿지않고는 병을 치료하기란 힘들다. 어린 소년에게 구타를 하고 어두운 방에 감금을 하는 등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


"넌 그때 죽었어야 해." (p.81) 소년의 귀에 대고 이 말을 속삭이는 사람은 누구? 김한준/ 김주승(의사/ 김영준)/ 이희우/ 권소영/ 채송화(간호사) 등이 중요인물로 등장한다. 책을 읽으며 '태아알콜증후군'이란 질병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임신 중 여성이 알코올을 섭취함으로 인하여 아기에게 정신적 신체적인 결함이 나타나는 질환인 '태아알콜증후군'은 아기의 건강을 위해 계획적인 임신이 중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훗~ 임신기간 중 술을 마시는 것을 금하는 것은 물론 아기 피부가 까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커피도 금지당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결정하는 것은 누구일까? 자신이 피해자라 생각해왔는데 누군가에게 가해자일수도 있다는 것, 또한 가억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저장된다는 것도 알았다.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국민학교)시절 친구와 당시의 추억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이 서로 다른 기억으로 남겨져 있었다면? 한준이 꿈속에서 만나는 소년의 이야기 속에는 약사복을 입은 천사가 등장한다. 소년에게 마름모꼴의 약을 내밀며 이것을 먹어야 행복해진다고 말하는 수상한 인물, 만약 천사가 소년의 가족 중 한 사람이라면?

 

책을 다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첫장부터 다시 읽어내려갔다. 어느정도 내용을 알고 읽으니 스토리가 이해가 되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제각기 다른 행동이 이해가 되었던 것, 25년간 방치되어 망각했던 기억이 최면치료를 통해 돌아오기 시작했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잊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잊어버린 어린 시절의 기억이 돌아오는 것은 행복한 일일까, 불행한 일일까? 최면치료를 행하는 것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함이다. 만약 의사의 결정이 환자를 위함이 아니라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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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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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봐도 시원해 보이는 표지,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평화로워 보인다. 그러나 그 표지와 어울리지 않는(?) 섬뜩한 문구에 이끌려 책을 집어들었다. “당신의 눈빛, 온기, 살결이 그리워, 당신 시체를 묻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과연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덤을 파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더는 궁금해할 필요 없다. 엄청나게 오래 걸리니까. 얼마를 예측하든, 그 시간의 두 배가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p.11) 책의 내용은 이렇게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내 무덤을 내가 파는 일이 얼마나 될까? 아니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실수 혹은 고의로 다른 이를 해치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무덤을 파는 것이라면 모를까.

한밤중 깊은 숲 속에서 누군가의 시체를 몰래 파묻고 있는 한 여자, 그녀는 대체 누구를 파묻고 있는 것일까? 소설은 그 여자 에린이 이 모든 일이 시작된 세 달 전의 일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열열한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린 마크와 에린. 그들은 달콤한 허니문을 꿈꾸며 보라보라 섬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도 잠시 그들은 신혼여행지에서 전혀 예상밖의 일과 맞닥뜨린다. 해안가에서 우연히 한 가방을 줍게된 것. 그 가방에 들어 있던 것은 다름아닌 거액의 돈과 다이아몬드 여러개, USB, 그리고 권총 한자루가 들어있었다. 누가 봐도 수상해보이는 상황. 만약 내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일단 행복해하겠지.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데 그리고 주인이 나타날까 불안한 마음에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이 될 것 같아. 그렇지만 길에서 주운 돈 한두푼도 아니고 이 거액을 그냥 꿀꺽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역시 세상에 꽁짜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라면 애초에 그 가방에 아예 손 대지않거나 만약 호기심에 그 가방을 열어봤더라도 처음 발견했던 자리에 버려두거나 근처에 맡길 것 같다. (각자 제각기 다른 선택~)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이 가방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Something in the Water 직역하면 '물 속에 무언가가'라는 뜻이 된다. 제목이 의미하는 '물속의 무언가'는 무엇일까? 훗~ 쓸데없는 말이지만 나도 이런 선택의 순간이 와봤으면 좋겠어.

혹시 이들이 주운 가방을 뜻하는 것일까? <어바웃 타임>의 배우 캐서린 스테이먼의 데뷔작「썸씽 인 더 워터」, 요새 같은 무더운 여름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 결말을 이미 알고 읽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영화로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다. 일단 시원한 물 속 풍경이 마음에 든다. 무더위를 피해 피서를 가면 좋을 장소로 수영장이 떠올랐다. 멀리 있는 바다로 피서를 떠나는 것보다 가까운 수영장이 더 좋은 피서코스로 여겨지는 것은 귀차니즘 탓이겠지? 그리고 책을 좋아한다면 도서관은 강력추천 대상, 시원함과 조용함 그리고 원하는 책을 마음 것 읽을 수 있으니 피서지로 1순위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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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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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이란 한국에서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배심원 재판제도.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참여하여 유죄·무죄 평결을 내리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국민참여 재판의 배심원이 되기위한 방법은?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초대장>이라~ 신청을 통해 자격이 얻어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책을 통해 배우는 것도 괜찮지만 직접 현장을 느껴보고 싶기도 하다. 배심원이 힘들다면 방청객으로 재판을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무이유부기피신청'이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사나 변호인이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리한 배심원들을 골라낼 수 있는 제도라면, '이유부 기피'란?

 

재판을 하기전 이미 범인이 정해져 있다면? 그럼에도 재판은 해야겠지? 십대 소녀(김꽃님)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노숙자 강윤호)도 있다. ​본인의 자백까지 있는 상황, 재판은 전적으로 검사측에 유리한 상황이다. 국선변호인(김수민)이 유능한 검사(윤진하)를 상대로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마흔 명의 배심원 후보 중 일곱 명의 배심원을 선정, 검사와 변호사는 다양한 이유로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을 배심원으로 선정되게 힘쓴다. 62세 무직의 남자 장석주, 그는 어떤 이유로 검사측의 기피 대상 인물이 된 것이며 세간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현재는 무직이지만 그가 유명인인 이유가 밝혀졌다.

 

어찌보면 재판 자체보다 장석주라는 사람 자체가 재판을 더 유명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국선변호사란 법원이 직권으로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선임하는 변호인으로서 형사피고인(刑事被告人)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변호인을 붙이도록 하고 있다(헌법 12조 4항). 일반인으로 재판에서 스스로 변호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경제적인 이유로 변호인을 쓸 여유가 없다면 국선변호인을 쓰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전직 판사 출신의 변호사 도진기 씨의《판결의 재구성》과《합리적 의심》이 떠올랐다. 재판정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판사도 사람이기에 결정(판결)에 대한 고뇌하는 모습을 잘 보여줬던 책.

 

노숙자가 가출한 십대 소녀를 구타하고 사망케 한 사건, 자체만으로 봐도 끔찍한 사건이다. 또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져 재판정의 구형만 남아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능력있는 변호사가 등장 사건을 뒤집을 가망성도 없다. 그것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신기루 같은 것,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고 선택된 일곱 명의 배심원단은 어떤 결론을 내게 될까? 국민첨여재판에서 배심원으로 선정된 인물로 인해 사건이 유명해진 케이스가 있을까?《일곱번째 배심원》에서 일곱번째 배심원으로 선정된 인물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 또한 그를 떠올리며 글을 써내려 갔던 것이겠지. 가출한지 6개월 된 17세 소녀의 죽음, 자신이 범인이라 자백한 노숙자 강윤호. 결과는?


"저는 변호사가 아닌 배심원입니다. 제가 무슨 수로 재판에 관여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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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나 홀로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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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나 홀로》라는 제목 덕분일까, 제목을 보곤 캐빈 맥콜리스터(맥컬리 컬킨)주연 영화 <나홀로 집에>를 떠올렸다. 실수로 남겨져 모든 가족들이 여행을 떠난 빈집을 지켜내기 위해 고분분투해야 했던 어린 소년의 모습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전건우 작가는《밤의 이야기꾼들》로 알게 되었고 내용이 마음에 들어《소용돌이》와《고시원 기담》등을 연달아 읽어 내려갔다. 어떤 책에 꼿히면 그 작가의 다른 저서들을 찾아 읽는 버릇이 발동한 것, 큰 글씨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말이겠지? <구멍>이 중편 소설로 좀 더 길게 나왔으면 싶다. 다른 누구도 등장하지 않고 구멍에 팔이 끼인 한 남자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복수하는 여자라~.


히치하이커(들)/ 검은 여자/ 마지막 선물/ 취객들/ Hard Night/ 구멍/ 크고 검은 존재 등 7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딸과 내가 공통적으로 만족스럽게 본 단편은 <구멍>, 폐공사장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알몸으로 있었다면 얼마나 당황하게 될까? 그것도 몸의 일부분이 어떤 구멍에 끼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면. 나 또한 서서히 남자가 느낄만한 공포에 젖어들어갔다. 누군가 그를 구해주는 사람이 나타나길 바라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야 했지.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또 신기한 것을 보면 직접 만져보고 행동에 옮기려 한다. 그것이 위험을 자처하는 일일지라도. 하지만 어린 소년도 아닌 중년이 위험에 처해질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인과응보(因果應報,), '구멍'을 다 읽고 떠올린 사자성어다. 사람이 짓는 善惡(선악)의 인업에 응하여 과보가 있음. 또는 행한 대로 업에 대한 대가를 받는 일을 뜻하는 인과응보, 또 결과를 보면 <구멍>이란 제목도 좋지만 '선택'이란 제목을 붙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현재의 나는 과거 삶의 결과물이자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히치하이커(들)에서는 뜻하지 않은 반전을 목격해야 했고, <검은 여자>는 읽는 내내 여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더해 갔다. <마지막 선물>은 이런 선물이라면 하는 따듯한 감정에 푹 빠져봤고, <취객들>은 순수한 공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취객들>을 읽고도 야간 알바를 할수 있다면 당신은 용감한 사람.


전건우 작가에 대한 기대가 크기에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을 치워두고《한밤중에 나 홀로》부터 읽어 내려갔다. 딸이 옆에서 "엄마는 여름만 되면 공포소설만 읽는 것 같아~"라고 쫑알대는 소리를 들으며, 결론은 책을 다 읽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는 것, 단편의 장점은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도 되고 짧은 시간에 원하는 것만 골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짧은 장수에서 깊이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평도 긴 것보다 집중요약하는 짧은 글을 쓰기 더 힘들기에 난 단편보다 장편이 좋다. 한여름밤 곁에 냉커피 한잔을 타 놓고 앉아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내용이 안겨주는 공포감살갓에서 닭살이 일어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공포소설은 이런 재미로 읽는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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