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나 홀로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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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나 홀로》라는 제목 덕분일까, 제목을 보곤 캐빈 맥콜리스터(맥컬리 컬킨)주연 영화 <나홀로 집에>를 떠올렸다. 실수로 남겨져 모든 가족들이 여행을 떠난 빈집을 지켜내기 위해 고분분투해야 했던 어린 소년의 모습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전건우 작가는《밤의 이야기꾼들》로 알게 되었고 내용이 마음에 들어《소용돌이》와《고시원 기담》등을 연달아 읽어 내려갔다. 어떤 책에 꼿히면 그 작가의 다른 저서들을 찾아 읽는 버릇이 발동한 것, 큰 글씨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말이겠지? <구멍>이 중편 소설로 좀 더 길게 나왔으면 싶다. 다른 누구도 등장하지 않고 구멍에 팔이 끼인 한 남자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복수하는 여자라~.


히치하이커(들)/ 검은 여자/ 마지막 선물/ 취객들/ Hard Night/ 구멍/ 크고 검은 존재 등 7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딸과 내가 공통적으로 만족스럽게 본 단편은 <구멍>, 폐공사장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알몸으로 있었다면 얼마나 당황하게 될까? 그것도 몸의 일부분이 어떤 구멍에 끼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면. 나 또한 서서히 남자가 느낄만한 공포에 젖어들어갔다. 누군가 그를 구해주는 사람이 나타나길 바라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야 했지.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또 신기한 것을 보면 직접 만져보고 행동에 옮기려 한다. 그것이 위험을 자처하는 일일지라도. 하지만 어린 소년도 아닌 중년이 위험에 처해질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인과응보(因果應報,), '구멍'을 다 읽고 떠올린 사자성어다. 사람이 짓는 善惡(선악)의 인업에 응하여 과보가 있음. 또는 행한 대로 업에 대한 대가를 받는 일을 뜻하는 인과응보, 또 결과를 보면 <구멍>이란 제목도 좋지만 '선택'이란 제목을 붙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현재의 나는 과거 삶의 결과물이자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히치하이커(들)에서는 뜻하지 않은 반전을 목격해야 했고, <검은 여자>는 읽는 내내 여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더해 갔다. <마지막 선물>은 이런 선물이라면 하는 따듯한 감정에 푹 빠져봤고, <취객들>은 순수한 공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취객들>을 읽고도 야간 알바를 할수 있다면 당신은 용감한 사람.


전건우 작가에 대한 기대가 크기에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을 치워두고《한밤중에 나 홀로》부터 읽어 내려갔다. 딸이 옆에서 "엄마는 여름만 되면 공포소설만 읽는 것 같아~"라고 쫑알대는 소리를 들으며, 결론은 책을 다 읽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는 것, 단편의 장점은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도 되고 짧은 시간에 원하는 것만 골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짧은 장수에서 깊이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평도 긴 것보다 집중요약하는 짧은 글을 쓰기 더 힘들기에 난 단편보다 장편이 좋다. 한여름밤 곁에 냉커피 한잔을 타 놓고 앉아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내용이 안겨주는 공포감살갓에서 닭살이 일어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공포소설은 이런 재미로 읽는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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