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쓸쓸하냐 - 2004년 1월 이 달의 책 선정 (간행물윤리위원회) 운문산답 1
이아무개 (이현주) 지음 / 샨티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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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으로만 살 수 없는 사람들, 지구라는 곳이 어떤 의미인지, 여기서 왜 사는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21세기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끊이지 않는 질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손에 휴대폰을, 다른 손에는 경전을 들고 종교생활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달리 말하면 21세기는 종교의 시대이기도 하다.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고개를 들어보면 막다른 곳. 주어진 세상에 대한 도전은 언제나 피곤하다. 그런 이유로 세상을 해석해주는 종교는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쉼터다. 

 

현재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던지며 책 <지금도 쓸쓸하냐?>(샨티. 2003)를 읽어 보자.



이 책의 저자는 이 아무개라는 필명을 쓰는 ‘이현주 목사’. 그는 두 화자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책을 꾸민다. 현실에서 에고인 이 아무개와 본래의 이 아무개가 두 화자다.



 

에고의 이 아무개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처럼 다양한 모습을 띈다. 상처받고 아파하는 나, 삐져서 토라진 나, 다가올 날들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나, 지난날에 묶여있는 나, 욕망에 달아오른 나, 고민에 빠진 나. 일상에서 흔한 사람의 모습이다. 본래의 이 아무개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령, 불교에서 말하는 불심, 비종교인에게는 양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에고인 자아가 본래 자아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면 답을 해준다. 현실자아는 늘 불만이이 많다. 불만과 고민을 본래 자아가 귀담아 들어주고 왜 그런지 답을 던져준다. 현실 자아는 마치 내 이야기를 들은 것 마냥 외로운 삶과 쓸쓸한 세상살이에 대해서 꼬치꼬치 묻는다.



목사는 사람들을 이끌고 챙기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생긴다. 목사 역시 흔들리고 갈등하는 사람이 아닌가? 흔들리는 사람이 흔들리는 사람을 잡아준다? 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종교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마치 해탈한 듯 안정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방황과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자기의 한계를 인정한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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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인 자기는 한계가 있어 바람에 나부끼고 불안하지만 참자아는 안정되어 있고 평화스럽다고 말한다. 얼아(참자아)는 누구에게나 있으니 정진하라고도 전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 비록, 쓸쓸함이 줄어들지는 않지만 쓸쓸함을 똑바로 쳐다보고 껴안을 수 있게 된다.



가는 모습이 다를 뿐, 종교는 한 길로 통한다. 삶에 신비를 느끼는 모두가 종교인이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다를지라도 종교인들이 가는 방향은 같다. 가고 있는 길이 빠른지 알려고 조급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가는 길이 막혀서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지 신중하게 살피며 걸으면 된다.



어떻게 믿고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세상이 바뀐다. 너는 이미 나무랄 데 없이 옹근 존재”일 뿐 아니라 실은 “우주가 동원하여 너를 돕고 있다”고 책은 말한다,



<장자, 도를 말하다>(청아출판사. 2006)를 보면 “삶이 우리를 돌본다”라는 대목이 있다. 걱정과 불안만 있는 것 같지만 지금처럼 잘 살고 있는 걸, 감사로 받아들인 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볼 일이다.



내일은 내일의 새로운 힘이 솟을 거라는 믿음만 있다면 삶은 충분히 감사하다. 숨은 책 <지금도 쓸쓸하냐?>. 쓸쓸한 창 밖 불빛에 마음을 뺏긴 이들을 위한 아늑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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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말하는 기자 부키 전문직 리포트 2
박대호 외 지음 / 부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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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 나오는 기자는 현장을 뛰어다니며 진실을 파헤친다. 위험도 감수하며 사회정의를 위해 활약하는 모습이 여간 보기 좋은 게 아니다. 하지만 기자가 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기사를 물어오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직업도 아니다.

 

기자가 말하는 기자[2003. 부키]는 24명 전·현직 기자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기자의 세계를 알려 준다. 기자 지망생들에게는 꼭 읽어야 할 책이고 막연하게 기자를 알고 있던 사람에게는 궁금증을 채워줄 책이다.

 

편집기자, 취재 기자, 교열 기자, 방송 기자, 통신 기자, 인터넷 기자같이 다양한 기자들과 사진 기자, 종교 담당기자, 북한부 기자, 지방부 기자, 외신 기자, 프리랜서 기자, 지역 신문 기자 같이 특수한 기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많은 기자들의 초년생 기억부터 배태랑 경험까지 하나하나 풀어낸다. 스포트라이트를 보며 이미지로만 느껴졌던 기자들의 세계를 자세히 알려준다. 그들의 글을 보면 무지하게 고생 하는 게 느껴진다. 글을 쓴 기자들이 읽는 이에게 측은하게 물어볼 거 같다. ‘이래도 기자를 하실래요?’

 

그럼에도 책은 싱싱하고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다. 그들의 고생에 묻어나는 보람과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그들의 의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잡은 펜대의 방향에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다. 세상과 사람들을 잇는 그들의 땀에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요즘 언론에 대해 말들이 많다. 입법, 행정, 사법을 넘어선 제 4부로서 권력화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언론개혁은 사회외부에서 오는 개혁뿐 아니라 언론 안에서 기자의식을 지닌 기자들의 내부 개혁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진실을 향해 뛰는 기자들의 목소리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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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포트 - 여름 고비에서 겨울 시베리아까지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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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네요. 이마를 씻어주는 산바람과 발바닥을 간질이는 바닷물이 생각나는 여름의 복판으로 가네요. 떠나고 싶지만 일과 식구, 날짜, 돈 등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네요.

 

이런 날은 찬물로 세수하고 여행기 보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에요. 눈으로 입국한 글자들은 상상력이란 비행기를 타고 나를 저 멀리로 출국시키죠. 셀 수없이 쏟아지는 여행기 가운데 패스포트[2007, 랜덤하우스]가 눈에 딱 들어온 것은 이 구절 때문이었어요.


 

이 여행은 당신과 나 ‘사이’에 있는 거리인 것입니다. - 책에서

 

이 여행의 끝에는 당신이 있을까? 당신은 누굴까? 저마다 ‘당신’을 떠올리며 지은이와 같이 여행을 떠나자고요. 여행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는 가장 섬세한 타인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지은이 따라 배낭을 메 볼까요?

 

이 책 지은이 김경주는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2006. 랜덤하우스중앙]로 문단에 주목받은 시인이죠. 그가 사진작가 전소연과 함께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2월까지 고비와 시베리아를 횡단한 이야기예요. 여름에 고비사막에서는 걷거나 지플 탔고 겨울에 시베리아에서는 기차를 타거나 걸었죠.

 

무더운 여름에 유목의 땅인 고비 사막을, 추운 겨울에 유형의 땅인 시베리아를 여행간 거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릴 분도 계실 거예요. 시인은 일부러 때를 골라 고비와 시베리아를 건너고 이렇게 말하네요.

 

‘고비에서 나는 인간이 지상을 유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저 스스로 바람 속으로 떠나는 유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유형이란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의 시간을 견디는 빛의 시차라는 걸, 눈에 뒤덮인 나무처럼 빛이 얼어버린 시베리아에서 느낄 수 있었다.’ - 책에서

 

이 책은 시간대별로 자기가 거친 곳이나 경험을 나열하지 않고 순간 묻어나는 감성과 떠오른 시상과 이야기들로 엮었어요. 그래서 책 내용들은 쭉 이어지지 않고 고비와 시베리아로 크게 묶일 뿐, 서로 독립성을 띄며 하나의 작품이 되요.

 

시인은 시인이네요. 단어 연결이 시 같아 글이 참 아름답네요. 기차를 바꿔 타려고 기다리는 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적네요. ‘기억이란 우리가 지나친 생의 정거장이다.’

 

패스포트, 즉 여권은 나그네 문서라는 뜻이죠. 여권을 보면 어디를 거쳐 어디를 여행 했나 알 수 있죠. 삶 역시 긴 여행 같죠. 사람을 보면 어디를 거쳐 어떻게 살고 있나 알 수 있죠. 여행의 끝에는 ‘더 나은 나’라는 ‘당신’이 있죠. 이번 여름에는 더위만 피하지 말고 당신을 만나러 떠나는 건 어떨까요?

 

사는 동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과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한 개의 별자리.

자신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몇 개의 연필.

지갑 속에 평생 보관할 수 있는 한 장의 사진.

그리고 언제든 돌아가서 다리를 녹일 수 있는

한 개의 욕조로 충분하다. -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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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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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화천에서 만난 까마귀는 정말 이렇게 울었어요. 그 섹시한 울음에 싱긋 웃게 되네요. 쉽지 않지만 어렵지도 않은 세상,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고 삶이 달라질 거라고 이외수 선생은 [하악하악](2008. 해냄)에서 이렇게 얘기를 하네요.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 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책에서

 

소설가 이외수는 인터넷으로 젊은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현재 흐름을 눈여겨보는 작가죠. 그래서 그는 펼쳐놓은 그물(web)에 걸린 깨달음들을 요리하여 읽는 이들에게 전달하는 책 ‘하악하악’을 내놓았네요. 맛있게 요리된 글들은 이외수 열풍을 다시 일으키네요. 책 인기 요인을 살펴볼까요.

 

먼저, 이 책은 이외수가 혼자 쓴 책이 아니라는 것, 이외수 홈페이지에서 누리꾼들의 댓글과 반응들이 엮인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네요. 이제껏 지은이가 읽는 이에게 한 방향으로 베푸는 글자들이었다면 ‘하악하악’은 이외수와 누리꾼들이 양 방향에서 이룬 작품이라는 거죠. 자기의 글이 책에 실렸고, 보통 사람의 글도 실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 인기를 끌 수 있죠.

 

다음으로 현재 유행과 대중의 입맛에 딱 떨어지는 책이에요. 책에 나오는 단어들을 주목해보죠. 우선 흥분한 거친 숨소리인 ‘하악하악’ 이란 인터넷 어휘를 제목으로 쓰네요. 이런 섹시한 제목부터 호기심을 일으키죠. 그 다음 책장을 넘겼더니 5장의 목차 제목이 1장 털썩, 2장 쩐다, 3장 대략난감, 4장 캐안습, 5장 즐! 이네요. 인터넷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털썩’ 주저 않으며 ‘대략난감’할 제목들이지요. 그러면서 이것도 책이냐? 라고 뭐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인터넷 세대들은 그런 사람들을 쩐다, 하는 표정을 짓고 캐안습하며 이 책을 사들고 즐! 이라고 한마디 하겠죠.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책이냐 그건 아니에요. 소설가 이외수가 성찰하는 삶과 세상이야기가 책 전반에 녹아있어 산뜻하게 사람들 가슴을 두드리죠. 똑똑, ‘저기요, 너무 바쁘게 뛰어가지 말고 요거 읽어봐요’ 라고 말을 건네며. 요즘 두꺼운 책 손가락에 침 묻혀가며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겨가는 걸 참지 못하고 책과 멀어진 사람에게 ‘하악하악’은 책 세상으로 가는 초대장이 될 수 있죠. 독서의 재미와 함께 교훈을 은근히 풀며 생각할 기회를 주는 책이죠.

 

아, 책도 재미있구나. 이외수는 이렇게 인터넷, 온라인 게임, TV, 영화 등에 밀린 구닥다리 장르인 책을 ‘하악하악’ 소리 지르며 다시 살리네요. 재미만 쫓아가는 현대인에게 재미와 성찰을 같이 던져주려는 그의 시도가 빛을 낸 거죠.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2007. 해냄)에서 호흡을 맞춘 정태련 화백의 그림들과 어우러져 책의 가치를 높이네요.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얘기 옮겨요.
 

‘이외수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산문집을 내자 평소 이외수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사내 하나가 자기 블로그에 비난의 글을 올렸다. 자기가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에 대해 잘 아는 척 책까지 묶어내는 걸 보면 이외수는 분명히 사이비라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어본 이외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파브르는 곤충이라서 곤충기를 썼냐?' -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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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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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도 않으면서 가볍지도 않고 재미도 있으면서 생각할 거리도 많고 순서대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어디를 펴도 이야기가 연결되는 책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시공간](2003. 그린비)을 만났다. 여러 가지 상식을 깨는 이 책은 충격이었다.

 

먼저, 지은이 고미숙의 글쓰기 능력과 학문의 깊이다. 열하일기를 들뢰즈와 가타리의 노마디즘의 깊은 공부와 이해로 엮어내는 솜씨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유목, 리좀, 경계와 재영토화 등 노마디즘의 개념을 딱딱하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열하일기를 기본으로 우리말로 쉽게 풀어준다. 고미숙은 스스로 다리가 되어 오늘날 노마디즘과 근대의 연암 박지원을 만나게 해준다.

 

이 책은 너무 어렵지도 않으면서 쉽지도 않고 중심이 없으며 시작도 끝도 없는 '리좀'으로 노마디즘을 그대로 실현시켰다. 단락마다 한 편의 완성된 글이 된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내용이 조금씩 겹치는 걸 알 수 있다. 저마다 서로 연관이 되어있으면서 독립된 장은 놀라울 뿐이다. 열하일기 안에 ‘호질’, ‘양반전’, ‘일야구도하기’ 가 서로 한편의 독립되면서 연관된 글이 되듯이.

 

다음으로, 이 책은 연애편지 같은 상큼함이 느껴진다. 지은이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라는 여행지의 ‘열광적’ 팬이 된다. 10대 사춘기 소녀처럼 발랄하면서도 경쾌한 감성이 배어있는 글들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칭찬 일색이라 딴지를 걸 법도 하건만 깊이 있는 몰입에 지은이가 가리키는 곳마다 있는 ‘박지원의 대단함’ 을 보게 된다.

 

신분도 다르고, 나이도 거의 제자 뻘되는 친구를 극진한 정성을 다해 맞이하는 연암의 풍모를 보라! - 책에서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런 식으로 열렬하게 박지원을 ‘찬양’하는 지은이와 연암이 좋아진다. 그 까닭은 칭찬들이 마땅한 근거와 탄탄한 논리를 바탕에 서있기 때문이다. 설득력있는 ‘연암의 재해석’에 ‘연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지은이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책 뒤쪽에 보론으로 [연암과 다산 -중세 ‘외부’를 사유하는 두가지 경로]는 연암(1737~1805)과 다산(1762~1836)을 비교하는 단락이 있다. 이 한편이 하나의 완성된 글로서 연암과 다산, 18세기부터 19세기에 가장 빛나는 거목들에 대한 꼼꼼한 비교는 상당히 흥미롭다. 그들의 글에서 인식론, 세계관을 살펴 ‘유목민’과 ‘정주민’, ‘혁명시인’과 ‘표현기계’ 라고 비교하며 시대를 가로지른 평행선이었기에 서로가 만나지 않고 서로에 대해 침묵한 사실을 찾아낸다.

 

부록으로 열하일기의 원목차와 열하 여정도, 열하일기 등장인물의 캐리커처와 화보가 나와 더 흥미를 돋운다. 지은이 말대로 책을 읽으면서 연암의 초상을 보면 볼수록 다르게 느껴졌다.

 

연암이야말로 머묾과 떠남에 자유로웠던 유목민이었으며, 사물의 '사이'에서 사유할 줄 알았던 경계인이었으며 열하일기는 200년 전에 나왔지만 현대에서 더 높게 평가받는 책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그래서 『열하일기』를 해석하고 재영토화한 이 책을 지금-여기에 내놓는다. 읽는 사람은 지은이의 매개로 연암을 만나 토론과 사유의 장으로 갈 수 있다. 생각과 고민을 찾는 사람은 이 책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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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6:51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