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리더 - 왜 우리는 문제적 리더와 조직에 현혹되는가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이지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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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적 용어인 나르시시즘(Narcissism)'자기 자신에게 애착하는 일'을 뜻하므로,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가 꽤나 충만한 사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 리더>를 읽기 전에 제목의 사전적인 의미를 먼저 밝히는 까닭은 생각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나르시시스트 리더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머릿속으로 트럼프를 떠올려 보자. 쉽게 할 수 없는 말들을 거침없이 하며,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압도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저자 배브벨 바르데츠키는 책의 서문에서 정치적인 분석을 위해 집필을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가 책을 집필한 목적은 나르시시즘의 특징과 그에 함축된 사회적, 정치적 시나리오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나르시시즘을 다룰 때 핵심 주제는 자아존중감, 그리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획득하고 드높이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지닌 사람을 타인보다 두드러져 보이게 만드는 것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자아존중감이다. 이들은 마치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진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이는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자기회의와 불안정한 자아존중감 체계를 감추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 (17p)

  

저자는 '나르시시즘'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서 친절하게 그 용어에 대해, 그리고 나르시시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과한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자신이 충분히 뛰어나지 않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기 때문에 항상 최고가 되는 데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타인의 언행이나 거부를 감당할 수 있는 유연성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과도한 분노, 고집, 폭력으로 반응한다고 설명한다. 북한 김정은이 자신의 책상에 '핵단추'가 있다고 선언하자, 이에 노발대발하며 자신의 책상에는 '더 큰 핵단추'가 있다고 발언한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놀라운 것은 자기도취적인 사람 중에는 커리어 면에서 놀라울 만한 성과와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인간관계에서는 문제가 드러난다. 어느 정도까지는 감출 수 있지만 완벽하게 포장되지는 않는다. 물론 나르시시즘이 부정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형태의 나르시시즘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긍정적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은 자의식이 강하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며, 자아성찰을 할 줄 안다. 이들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진정으로 관심을 보임으로써 나르시시즘의 가면 뒤에 숨지 않고도 타인에게 확신을 준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은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배브벨 바르데츠키에 의하면 나르시시즘은 역병과 같아서 조직과 가족, 사회 전체를 특징짓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의 어느 시대보다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자기를 과시하고 권력을 표출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나르시시즘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신의 의견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신을 부각시키며 주목받는 일을 즐긴다. 이렇게 자기 존재의 중요성과 의미를 드높임으로써 영향력을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29p)

 

그렇다면 우리는 나르시시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에게 매혹되는 것일까? 저자는 유혹은 사람들이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는 확신을 얻고, 이로 인해 상대방을 무조건적으로 믿게 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밝힌다. 사람들은 유혹하는 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고, 약속과 아첨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나르시시즘적 유혹은 종종 쇼, 화려함과 호사스러움의 과시, 괴벽스러운 모습으로 발현된다.

 

저자는 나르시시즘이 '권력'과 함께 만났을 때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지닌 사람에게 있어 권력은 자아 존중감을 다지는 데 최적의 수단이며, 권력자의 환상을 키우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바에 따르면, 인간은 커다란 권력을 획득할수록 사회적 규범을 소홀히 하게 된다. 자기만족감을 높이고 자신의 지위를 다지기 위해 도덕적, 인간적 규칙도 무시해버린다. 이들은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는 노련한 거짓말쟁이다. 이들의 행동은 매우 강압적이고 무자비하다. 이들이 쉽게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85p)

 

저자는 나르시시즘이 권력과 만났을 때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바탕으로 권력에 대한 집착 버리기, 지혜와 독단 등 나르시시즘을 긍정적인 형태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특히 권력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것을 강조한다. 권력보다는 무엇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가치를 찾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라는 것이다. 자기도취적인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성공을 필요로 하므로 권력을 내려놓는 일을 해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권력을 내려놓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개인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르시시즘적 강박관념을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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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사다리 -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키스 페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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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불평등'을 머릿속으로 떠올렸을 때 '불평등은 가난의 문제'라는 공식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그 가난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고 혹은 사회 제도의 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문을 갖지 않은 이 문제에 대해서 '과연 불평등이 가난함에서 오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갖고 연구를 시작한 사람이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불평등과 차별이 인간의 마음을 형성하는 원리에 관한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키스 페인(Keith Payne). 그는 <부러진 사다리>라는 책을 통해서 그동안의 연구를 집약적으로 밝혔으며, 불평등의 문제가 소득의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 아닌 상대적 '인식'과 '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자주 보도되었듯이,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몇 세대 전보다 더 심해졌다. 현재, 세계 최고 부자 85명이 전 세계 빈곤층 35억 명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있으며 역사상 가장 부유한 국가인 미국에서는 상위 1퍼센트가 전체 소득의 20퍼센트 이상을 벌어들인다. (12p) 

저자는 중산층이든 부자든 '상대적 빈곤'을 느끼면 가난한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며, 이는 우리의 사고나 도덕적 개념은 물론 면역체계, 기대수명, 정치성향, 신앙심에 이르기까지 삶 전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람들은 남들과 비교하여 자신이 부유하거나 가난하다고 느끼지만, 그런 비교가 항상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맹점이 생겨난다고 이야기 한다. 생각해보면 자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나, 나를 온전한 나로 만들어주는 가치는 대개 '경제적'인 능력이 아니라 '사랑', '믿음', '의리', '정직', '진실성' 같은 비교적 이상적인 것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불평등의 문제를 '부의 불평등'이라는 시각으로만 보아 왔다. 단순히 빈곤하기 때문에 혹은 부유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라고 치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불평등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에 가장 초점을 맞췄다. 불평등이 개인의 심리를 포함한 의사결정이나 정치적인 성향, 질병 등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한 것이다. 물론 과거에 이러한 연구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키스 페인처럼 논리적으로 풀어나간 연구자는 없었다. 특히 그가 저명한 심리학 교수라는 점에 우리는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책 중간 중간에 심리학적, 신경과학, 의학적인 이론을 넣어 '나는 저 사람보다 가난해'라는 심리적인 인식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일러주고 있다. 



불평등과 종교성이 왜 서로 연결되는지 규명한 연구는 아직 없지만 연구가 이루어지면 아마도 핵심 요인은 지위에 대한 주관적 느낌과 안정감이 될 것이다. 불평등이 심한 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부와 지위를 더 낮게 느낀다. 그리고 사람들은 무력감이나 소외감을 느낄 때 세상이 공정하고 예측 가능하며 의미 있는 곳이라는 믿음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불평등한 환경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종교에 기대고 싶은 마음도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181p) 

저자는 불평등의 문제는 빈곤층 뿐만 아니라 그 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불평등의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 범죄, 교육, 정치 등 복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불평등이 사람들의 건강과 선택, 정치적/사회적 분열에 미치는 영향을 보았을 때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을 해결한다고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불평등'이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이해할 때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키스 페인은 불평등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를 권하고 있다. 그가 알려주는 첫 번째 해결방법은 사회적 맥락으로서 더 평평한 사다리를 구축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다리의 층계 사이에서 사는 데 더 능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즉, 사다리를 축소하는 것은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많은 문제들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평등이 깡그리 없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유토피아적 이상은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이 되어버릭 십상이다. 따라서 불평등의 수위를 조절하여, 승자독식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삶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248p)


저자는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장기적인 프로젝트인 반면, 좀 더 가까운 미래에 개인의 삶을 평등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사회적 비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생활의 일부이다. '옆집 친구가 어떤 차를 샀더라'는 것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듯이 말이다. 그는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타인과의 비교를 조금 더 현명하게 할 것을 권고한다. 상향 비교는 우리 자신을 더 가난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느끼게 만들므로,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인지하는 현명한 비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에서 불평등을 완벽히 없앨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 마음 속에 있는 평등하지 않은 사다리는 부러뜨릴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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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의 철학
엠리스 웨스타콧 지음, 노윤기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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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과거에 비해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고 산다. 물론 물질적인 혜택이 모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이폰으로 기사를 검색하고, 햄버거와 콜라를 먹는 이 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하루에 채 한 끼도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 빈부의 격차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된 요즘, '물질의 풍요''단순한 삶'에 대해서 조명한 책이 있다. 엠리스 웨스타콧의 저서 <단순한 삶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한 삶이 행복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주장은 행복을 설명하는 특정 관점에 분명하게 남아 있다. 그러한 관점의 핵심에는, 기본적인 욕구와 욕망만 충족되면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수많은 현인들의 가르침이 놓여있다. (121p)

 

저자는 '단순함'이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책의 내용을 펼쳐간다. 특히 단순함에 대해서 정의한 첫 번째 장을 마친 후에는 '단순한 삶이 어떻게 우리를 고양시키는가', '단순한 삶은 어떻게 행복이 되는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저자는 여러 철학자들과 현인들, 과거의 사람들의 삶의 형태를 바탕으로 단순함에 대해 정의하고, 그 삶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는 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단순한 삶은 사람을 유혹에 빠뜨리지 않게 하고, 올바른 성품을 갖게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렇게 단순한 삶을 유지한다면 그것이 덕을 키우고, 덕이 행복을 키운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소박하게 살수록 생활에 필요한 돈이 적어지고 저축할 돈이 많아진다. 어떤 경우든, 일해야 할 필요는 줄고 여가시간은 늘어나며, 그에 따라 행복도 늘어날 것이다. 이것은 매우 간단한 논리이다. (107p)

 

저자는 이처럼 '소박함'에 대한 예찬을 이어나가지만 단순하게 긍정적인 측면만 조명하지 않는다. 소박한 삶에 열광하다 보면, 돈에 집착하게 되며 너그럽지 못하게 된다는 비판적인 측면도 다룬다. 또 소박한 삶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지나친 검약 등으로 나타나 사회 전체가 정체될 수도 있다고 밝힌다. , 소박함이 무조건적인 미덕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무분별한 사치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임을 이야기 한다. 저자는 다양한 철학자, 현인들의 이론과 주장, 그들의 실제 생활 모습 등을 언급하며 소박하고 단순한 삶은 삶의 충만함에 이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것으로 책을 끝맺는다. 욕망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조금은 그러한 삶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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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나라 -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적의 대화
토르디스 엘바.톰 스트레인저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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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선생님께 한 짓을 용서할 수 있으세요?"

해괴한 질문도 다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가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내가 이제껏 들어본 것 가운데 가장 진심 어린, 천진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그의 폐부 깊숙한 곳에서 폭포처럼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내게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물론이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

"우리는 다 용서했어요. 그래야만 다음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

 


<용서의 나라>'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1996년 겨울, 아이슬란드에 거주하는 소녀 토르디스 엘바는 18살 호주 소년 톰 스트레인저에게 강간을 당했다. 사건이 일어난 이후 엘바는 약 9년 동안 섭식장애와 알코올 의존, 자해 등 스스로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호주로 돌아간 가해자 톰에게 편지를 보냈는데도, 놀랍게도 톰으로부터 후회가 가득한 답장이 도착한다. 그들은 약 8년 동안 300통의 편지를 주고 받게 되며,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다시 만난다.

 

 

"용서가 유일한 길이야.

그가 용서를 받을 자격이 있든 없든 나는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

 


두 사람은 케이프타운에서 약 일주일간 함께 머무르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엘바 스스로 그를 용서하는 방식이었던 셈이다. <용서의 나라>는 성폭력 피해자인 엘바가 2013년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가해자였던 톰과 재회를 하면서 일주일간 쓴 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엘바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톰의 일기도 삽입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었고, 당시 어떤 생각을 했으며, 무엇보다 어떻게 용서의 과정에 이르렀는지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톰은 자기가 '강간범'이라는 인식이 극도로 강해서 혼자 숨어서 도움을 구하지도, 친구를 사귀지도 못하는 건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과 뜻 깊은 관계도 맺지 못하면서 오랜 세월을 보냈다.

"한동안, 우리 둘 다 알다시피, 내가 한 짓이 곧 나였어.“

 


살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일어난다. 또 엘바처럼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좋지 않은 일을 당해 평생의 상처로 남게 되는 일도 경험한다. 이렇게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을 '온전히' 용서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용서의 과정이 그리 녹록하지 않으며, 단단한 마음가짐이 없으면 시도조차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용서의 나라>는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과 쓰라린 상처에 용서라는 약을 발라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타인을 온전히 용서함으로써,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용서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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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상가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1
The School Of Life 지음, 김한영.오윤성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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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덕이 있는 삶,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절대 현명하다고 할 수 없는 삶도 버젓한 성취인 것이다



세 명이 같이 길을 걸으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는 공자의 말씀을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뜻이며, 더 나아가서는 그렇기 때문에 겸손한 자세를 취하라는 이야기이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서도 배울 것이 참으로 많은데, 위대한 사상가들은 어떨까? 그들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 크기는 짐작하기도 어려울 만큼 넓고 깊고, 방대할 것이다.

 

도서 <위대한 사상가 Great Thinkers>는 누구나 익히 들어보았던 위대한 사상가들의 삶과 그들의 철학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플라톤, 헤겔, 홉스, 막스 베버, 프로이트. 그들의 이름을 들었을 때 어느 정도의 친숙함은 있지만 , 정확히 그들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알고 있지 않다.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대한 사상가들 또는 선인들의 논리는 어렵고 때로는 지루하다. 그래서 그들은 '고전'으로 분류된다.

 

우리의 겉모습이 과거에 철학을 했던 사람들과 딴판이라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전혀 없다. 몽테뉴가 새롭게 그린 제대로 된 반이성적인 인간의 초상에서는 그리스어가 아닌 언어로 말하고, 방귀를 뀌고, 식후에 마음을 바꾸고, 책을 보면 지루해하고, 발기가 안 되고, 고대 철학자를 한 명도 몰라도 상관없다. 평범하고 덕이 있는 삶,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절대 현명하다고 할 수 없는 삶도 버젓한 성취인 것이다. 몽테뉴는 지금도 우리가 그의 장단에 맞추어 지식인과 이런저런 허식을 비웃을 수 있는 위대하고 이해하기 쉬운 지식인으로 남아 있다. 세속을 떠나 상아탑에 은둔한, 속물적인 16세기 학계에서 몽테뉴는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이었다. 그리고 학문은 애석하게도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몽테뉴는 이른바 영리한 사람들의 현학과 거만에 매일 압박감을 느끼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과 위안을 준다. (94p)

 

<위대한 사상가>는 고전으로 분류되는 사상가들부터 근대를 살아온 사상가들까지, 다양한 시대와 분야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1부의 주제는 '철학'인데 윤리나 철학 시간에 자주 접하던 철학자들(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니체)을 비롯해 사르트르, 카뮈까지 총 15명의 사상가를 소개한다. 재미있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어렵거나 난해해서 중간에 포기했던 사상가들의 고서들을, 최대한 친숙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다가가기 어려웠던 철학자들의 사상이 생각보다 우리의 삶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2부는 토머스 홉스나 마키아벨리, 존 롤스와 같은 정치 이론가, 3부는 부처와 노자, 공자 등의 동양철학자, 4부는 에밀 뒤르켕, 성 베네딕트와 같은 사회학자, 5부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멜라니 클라인과 같은 정신의학자, 6부는 안드레아 팔라디오, 코코샤넬, 앤디워홀과 같은 예술 분야(미학과 건축)의 사상가들, 7부는 제인오스틴, 톨스토이, 버니지와 울프처럼 문학사에 획을 그은 사상가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너무 바쁘고, 불안이나 야망에 너무 사로잡혀 있을 때, 인간이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수많은 순간을 놓치게 된다. 우리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잔물결, 다른 사람들이 웃을 때 짓는 표정, 바람 이 머리카락을 날릴 때의 느낌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경험을 할 때 우리의 흩어졌던 자아는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노자의 글에는 또 다른 요점이 있다. 자신의 본모습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고자 노심초사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러기보다는 자신의 본모습을 지키는 데 힘써야 한다. 그럴 때 우리가 잊고 있었던 관대한 충동이나 쾌활한 면을 다시 발견할지 모른다. 우리의 에고, 의식적 자아는 우리의 본모습을 자주 방해한다. 우리는 비판적이고 너무 거창한 자아상에 집중하기보다는 바깥 세계에 마음을 열어 본래의 자신을 발견해야 한다. (284p)

 

동서양, 분야를 막론하고 위대한 사상가로 꼽히는 60인의 삶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경이로운 느낌마저 든다. 특히 지금까지는 사상가들이 남긴 철학과 유산을 이해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도서 <위대한 사상가>에서는 그들의 사상과 철학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대한 사상가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까지 위대하게 변화시켜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삶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문제들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힘과 혜안을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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