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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 리더 - 왜 우리는 문제적 리더와 조직에 현혹되는가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이지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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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적 용어인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자기 자신에게 애착하는 일'을 뜻하므로,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가 꽤나 충만한 사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 리더>를 읽기 전에 제목의 사전적인 의미를 먼저 밝히는 까닭은 생각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나르시시스트 리더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머릿속으로 트럼프를 떠올려 보자. 쉽게 할 수 없는 말들을 거침없이 하며,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압도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저자 배브벨 바르데츠키는 책의 서문에서 정치적인 분석을 위해 집필을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가 책을 집필한 목적은 나르시시즘의 특징과 그에 함축된 사회적, 정치적 시나리오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나르시시즘을 다룰 때 핵심 주제는 자아존중감, 그리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획득하고 드높이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지닌 사람을 타인보다 두드러져 보이게 만드는 것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자아존중감이다. 이들은 마치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진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이는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자기회의와 불안정한 자아존중감 체계를 감추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 (17p)
저자는 '나르시시즘'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서 친절하게 그 용어에 대해, 그리고 나르시시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과한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자신이 충분히 뛰어나지 않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기 때문에 항상 최고가 되는 데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타인의 언행이나 거부를 감당할 수 있는 유연성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과도한 분노, 고집, 폭력으로 반응한다고 설명한다. 북한 김정은이 자신의 책상에 '핵단추'가 있다고 선언하자, 이에 노발대발하며 자신의 책상에는 '더 큰 핵단추'가 있다고 발언한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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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자기도취적인 사람 중에는 커리어 면에서 놀라울 만한 성과와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인간관계에서는 문제가 드러난다. 어느 정도까지는 감출 수 있지만 완벽하게 포장되지는 않는다. 물론 나르시시즘이 부정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형태의 나르시시즘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긍정적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은 자의식이 강하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며, 자아성찰을 할 줄 안다. 이들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진정으로 관심을 보임으로써 나르시시즘의 가면 뒤에 숨지 않고도 타인에게 확신을 준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은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배브벨 바르데츠키에 의하면 나르시시즘은 역병과 같아서 조직과 가족, 사회 전체를 특징짓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의 어느 시대보다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자기를 과시하고 권력을 표출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나르시시즘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신의 의견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신을 부각시키며 주목받는 일을 즐긴다. 이렇게 자기 존재의 중요성과 의미를 드높임으로써 영향력을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29p)
그렇다면 우리는 나르시시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에게 매혹되는 것일까? 저자는 유혹은 사람들이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는 확신을 얻고, 이로 인해 상대방을 무조건적으로 믿게 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밝힌다. 사람들은 유혹하는 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고, 약속과 아첨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나르시시즘적 유혹은 종종 쇼, 화려함과 호사스러움의 과시, 괴벽스러운 모습으로 발현된다.
저자는 나르시시즘이 '권력'과 함께 만났을 때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지닌 사람에게 있어 권력은 자아 존중감을 다지는 데 최적의 수단이며, 권력자의 환상을 키우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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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바에 따르면, 인간은 커다란 권력을 획득할수록 사회적 규범을 소홀히 하게 된다. 자기만족감을 높이고 자신의 지위를 다지기 위해 도덕적, 인간적 규칙도 무시해버린다. 이들은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는 노련한 거짓말쟁이다. 이들의 행동은 매우 강압적이고 무자비하다. 이들이 쉽게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85p)
저자는 나르시시즘이 권력과 만났을 때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바탕으로 권력에 대한 집착 버리기, 지혜와 독단 등 나르시시즘을 긍정적인 형태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특히 권력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것을 강조한다. 권력보다는 무엇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가치를 찾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라는 것이다. 자기도취적인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성공을 필요로 하므로 권력을 내려놓는 일을 해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권력을 내려놓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개인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르시시즘적 강박관념을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