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사다리 -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키스 페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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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불평등'을 머릿속으로 떠올렸을 때 '불평등은 가난의 문제'라는 공식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그 가난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고 혹은 사회 제도의 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문을 갖지 않은 이 문제에 대해서 '과연 불평등이 가난함에서 오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갖고 연구를 시작한 사람이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불평등과 차별이 인간의 마음을 형성하는 원리에 관한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키스 페인(Keith Payne). 그는 <부러진 사다리>라는 책을 통해서 그동안의 연구를 집약적으로 밝혔으며, 불평등의 문제가 소득의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 아닌 상대적 '인식'과 '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자주 보도되었듯이,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몇 세대 전보다 더 심해졌다. 현재, 세계 최고 부자 85명이 전 세계 빈곤층 35억 명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있으며 역사상 가장 부유한 국가인 미국에서는 상위 1퍼센트가 전체 소득의 20퍼센트 이상을 벌어들인다. (12p) 

저자는 중산층이든 부자든 '상대적 빈곤'을 느끼면 가난한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며, 이는 우리의 사고나 도덕적 개념은 물론 면역체계, 기대수명, 정치성향, 신앙심에 이르기까지 삶 전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람들은 남들과 비교하여 자신이 부유하거나 가난하다고 느끼지만, 그런 비교가 항상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맹점이 생겨난다고 이야기 한다. 생각해보면 자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나, 나를 온전한 나로 만들어주는 가치는 대개 '경제적'인 능력이 아니라 '사랑', '믿음', '의리', '정직', '진실성' 같은 비교적 이상적인 것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불평등의 문제를 '부의 불평등'이라는 시각으로만 보아 왔다. 단순히 빈곤하기 때문에 혹은 부유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라고 치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불평등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에 가장 초점을 맞췄다. 불평등이 개인의 심리를 포함한 의사결정이나 정치적인 성향, 질병 등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한 것이다. 물론 과거에 이러한 연구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키스 페인처럼 논리적으로 풀어나간 연구자는 없었다. 특히 그가 저명한 심리학 교수라는 점에 우리는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책 중간 중간에 심리학적, 신경과학, 의학적인 이론을 넣어 '나는 저 사람보다 가난해'라는 심리적인 인식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일러주고 있다. 



불평등과 종교성이 왜 서로 연결되는지 규명한 연구는 아직 없지만 연구가 이루어지면 아마도 핵심 요인은 지위에 대한 주관적 느낌과 안정감이 될 것이다. 불평등이 심한 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부와 지위를 더 낮게 느낀다. 그리고 사람들은 무력감이나 소외감을 느낄 때 세상이 공정하고 예측 가능하며 의미 있는 곳이라는 믿음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불평등한 환경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종교에 기대고 싶은 마음도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181p) 

저자는 불평등의 문제는 빈곤층 뿐만 아니라 그 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불평등의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 범죄, 교육, 정치 등 복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불평등이 사람들의 건강과 선택, 정치적/사회적 분열에 미치는 영향을 보았을 때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을 해결한다고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불평등'이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이해할 때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키스 페인은 불평등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를 권하고 있다. 그가 알려주는 첫 번째 해결방법은 사회적 맥락으로서 더 평평한 사다리를 구축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다리의 층계 사이에서 사는 데 더 능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즉, 사다리를 축소하는 것은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많은 문제들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평등이 깡그리 없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유토피아적 이상은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이 되어버릭 십상이다. 따라서 불평등의 수위를 조절하여, 승자독식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삶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248p)


저자는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장기적인 프로젝트인 반면, 좀 더 가까운 미래에 개인의 삶을 평등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사회적 비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생활의 일부이다. '옆집 친구가 어떤 차를 샀더라'는 것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듯이 말이다. 그는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타인과의 비교를 조금 더 현명하게 할 것을 권고한다. 상향 비교는 우리 자신을 더 가난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느끼게 만들므로,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인지하는 현명한 비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에서 불평등을 완벽히 없앨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 마음 속에 있는 평등하지 않은 사다리는 부러뜨릴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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