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상가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1
The School Of Life 지음, 김한영.오윤성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평범하고 덕이 있는 삶,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절대 현명하다고 할 수 없는 삶도 버젓한 성취인 것이다



세 명이 같이 길을 걸으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는 공자의 말씀을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뜻이며, 더 나아가서는 그렇기 때문에 겸손한 자세를 취하라는 이야기이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서도 배울 것이 참으로 많은데, 위대한 사상가들은 어떨까? 그들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 크기는 짐작하기도 어려울 만큼 넓고 깊고, 방대할 것이다.

 

도서 <위대한 사상가 Great Thinkers>는 누구나 익히 들어보았던 위대한 사상가들의 삶과 그들의 철학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플라톤, 헤겔, 홉스, 막스 베버, 프로이트. 그들의 이름을 들었을 때 어느 정도의 친숙함은 있지만 , 정확히 그들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알고 있지 않다.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대한 사상가들 또는 선인들의 논리는 어렵고 때로는 지루하다. 그래서 그들은 '고전'으로 분류된다.

 

우리의 겉모습이 과거에 철학을 했던 사람들과 딴판이라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전혀 없다. 몽테뉴가 새롭게 그린 제대로 된 반이성적인 인간의 초상에서는 그리스어가 아닌 언어로 말하고, 방귀를 뀌고, 식후에 마음을 바꾸고, 책을 보면 지루해하고, 발기가 안 되고, 고대 철학자를 한 명도 몰라도 상관없다. 평범하고 덕이 있는 삶,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절대 현명하다고 할 수 없는 삶도 버젓한 성취인 것이다. 몽테뉴는 지금도 우리가 그의 장단에 맞추어 지식인과 이런저런 허식을 비웃을 수 있는 위대하고 이해하기 쉬운 지식인으로 남아 있다. 세속을 떠나 상아탑에 은둔한, 속물적인 16세기 학계에서 몽테뉴는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이었다. 그리고 학문은 애석하게도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몽테뉴는 이른바 영리한 사람들의 현학과 거만에 매일 압박감을 느끼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과 위안을 준다. (94p)

 

<위대한 사상가>는 고전으로 분류되는 사상가들부터 근대를 살아온 사상가들까지, 다양한 시대와 분야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1부의 주제는 '철학'인데 윤리나 철학 시간에 자주 접하던 철학자들(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니체)을 비롯해 사르트르, 카뮈까지 총 15명의 사상가를 소개한다. 재미있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어렵거나 난해해서 중간에 포기했던 사상가들의 고서들을, 최대한 친숙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다가가기 어려웠던 철학자들의 사상이 생각보다 우리의 삶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2부는 토머스 홉스나 마키아벨리, 존 롤스와 같은 정치 이론가, 3부는 부처와 노자, 공자 등의 동양철학자, 4부는 에밀 뒤르켕, 성 베네딕트와 같은 사회학자, 5부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멜라니 클라인과 같은 정신의학자, 6부는 안드레아 팔라디오, 코코샤넬, 앤디워홀과 같은 예술 분야(미학과 건축)의 사상가들, 7부는 제인오스틴, 톨스토이, 버니지와 울프처럼 문학사에 획을 그은 사상가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너무 바쁘고, 불안이나 야망에 너무 사로잡혀 있을 때, 인간이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수많은 순간을 놓치게 된다. 우리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잔물결, 다른 사람들이 웃을 때 짓는 표정, 바람 이 머리카락을 날릴 때의 느낌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경험을 할 때 우리의 흩어졌던 자아는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노자의 글에는 또 다른 요점이 있다. 자신의 본모습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고자 노심초사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러기보다는 자신의 본모습을 지키는 데 힘써야 한다. 그럴 때 우리가 잊고 있었던 관대한 충동이나 쾌활한 면을 다시 발견할지 모른다. 우리의 에고, 의식적 자아는 우리의 본모습을 자주 방해한다. 우리는 비판적이고 너무 거창한 자아상에 집중하기보다는 바깥 세계에 마음을 열어 본래의 자신을 발견해야 한다. (284p)

 

동서양, 분야를 막론하고 위대한 사상가로 꼽히는 60인의 삶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경이로운 느낌마저 든다. 특히 지금까지는 사상가들이 남긴 철학과 유산을 이해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도서 <위대한 사상가>에서는 그들의 사상과 철학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대한 사상가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까지 위대하게 변화시켜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삶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문제들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힘과 혜안을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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