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섬
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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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가 만든 <책 섬>은 책으로 만들어진 섬이면서, 책을 만드는 섬이자, 책을 만드는 재료이면서 동시에 그 섬으로 가는 책이기도 하다. 그 섬에서는 힘들고 오래 걸리는 삽질’ - “파는 게 반이야, 책은” - 과 단어들의 조립을 통해 시를 붙잡을 수 있는 문장을 만든다. 책 섬에서 책을 만드는 그는 시인이다. 동시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다. 나는 그에게 묻는다. “시가 뭔데요?” 그러면 그가 말한다. “시는 단어로 된 함정이야. 문장으로 꼬은 올무. 볼래? ! 행 하나만 망가져도 바로 도망가지. 하지만 고도의 집중력과 산만력을 발휘하면 정교한 함정을 설치할 수 있어. 보여? 이렇게. 단 한 개의 문장으로도 포획할 수 있고 수십개의 문단으로도 놓칠 수 있어.” ! 무언인가가 보여? 내가 여기 인용할 수 있는 건 그의 문자 뿐이다. 그를 인용하려면 난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의 책을 인용할 수 없다. 그의 책은 그가 이야기하는 숙련공들의 게임원리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 “문장하나 이미지 하나 문장 둘 이미지 셋, 그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고 이미지의 띠를 잇고, 문자, 그림, 그림, 문자...” 그의 문자와, 그의 이미지는 핑퐁을 치듯 서로 관계를 맺는다. 그림이 받아주지 않으면 문자가 쳐낸 공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 때문에 김한민은 결국 나 혼자 이쪽갔다, 저쪽갔다 북치고, 장구치면서 문자와 이미지가 쳐 넘긴 공을 다 받아낸다. 그에게 기록한다는 건’, 쓰는 것이면서 또 그리는 것이다. 쓰기의 근원을 이루던 쓰기와 그리기는 그렇게 결합되어 있다. “문자와 이미지로 짬뽕된우리의 뇌에 새겨지는 건, 글자들만이 아니다. 그래서 이라는 단어로 그의 책을 지칭해 말하는 건 너무 적거나 너무 크다.

책 섬에서 만들어진 책은 두루마리처럼 말려져 있다. 문장 속으로 들어갈 만큼 작아진 저자가 거기 새겨 놓는 건, 아직 펼쳐져 있지 않다. 그 책을 탄 아이가 뭍에 도달한 후에도. 그렇게 저자는 자신이 만들었지만 자신의 것이 아닌 - “책은 만든 사람 게 아니니까” -‘ 갓 지어놓은 책을 떨구어 놓았다. 그건 미끼일까? ’책이 쇠락하는 시대‘, 책을 좋아하기 보다는 책속에서 처방을 찾기를 좋아하는 시대지만, 입질을 할 독자를 기다리는? 난 미끼를 물고, 덮여있는 그의 책을 펼쳐 타고는 그의 섬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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