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리치 - 동서문명교류의 인문학 서사시
히라카와 스케히로 지음, 노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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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서양 문화 교류사를 언급할 때 마테오리치는 빠질 없는 인물이다. 그는 유럽사회에 처음으로 자신이 직접 관찰하고 경험한 사실을 근거로 이전의 마르코 폴로의 동방여행기 마르코 폴로의 상상들로 채워져 있었던 것에 반해 중국을 소개했던 인물이었다. 그를 통하여 비로소 유럽엔 물론 많은 부분 유럽인들의 오리엔탈 에피스테메를 통해 변형된 형태로 - 중국의 문화와 역사, 문자와 철학, 문명들에 대해 알게되었고 이러한 유럽의 중국에 대한 인상은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유럽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또한 유럽의 문명과 사상을 처음으로 중국에 소개함으로써 이후 동양사회에서 서양문명에 대한 이해의 첫발을 만들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처음으로 중국에 지리학적으로 제작된 세계지도를 선보였고, 기하학과 수학을 소개했으며, 천주교를 전파시켰다.

 

이러한 역사적, 문화사적으로 커다란 의의를 지니는 리치에 대해 서구사회는 이미 활발하게 연구를 해오고 있었다. 그가 중국에 머무는 동안 모국어인 이태리어로 선교 보고서 이미 1600년대에 라틴어로, 나아가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되었을 아니라, 오늘날에도 그에 대한 수많은 연구서와 논문들이 존재하고 여전히 그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도 있다. 독일어권에만 해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의 전기 다섯 종류 이상이 출판되어 있다.  이에반해 오히려 아시아권에선 그에대한 연구가 지금껏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었는데, 이러한 점에서 비교문화사가인 히라카와 교수의 책은  동서문화교류사의 획을 이루는 중요한 연구가 아닐 없다.

 

그러나 동서 비교문화사의 세계적 석학인 히라카와 교수가 30년간에 걸쳐 집필한 이라는 출판사의 선전을 무색하게도, 책에서 마테오 리치에 대한 동양인의 시각에서 깊이있는 연구를 기대한 내게 책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책의 절반 (5부까지) 차지하고 있는 마테오 리치의 삶과 그의 중국에서의 행적들에 대한 소개는 사실상 독일에 출판되어 있는 두권의 마테오 리치 전기만 읽어보면 알수있는 것을, 그것도 일본 학자답게, 간략하고도 에피소드 중심으로만 소개하고 있다.

 

물론 책의 후반부에선 동서 사상사의 입장에서 리치의 저작들을 분석하고, 나아가 그것들이 일본과 조선 사회에 미친영향, 그리고 리치를 매개로 이루어진 최초의 본격적인 동서양의 만남에 대해 유럽사회가 보여준 다양한 반향들을 아시아인의 시각에서 연구한 부분에선 비교 문화사라로서의 저자의 역량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에서도, 관점으로는, 중요한 마테오 리치의 저작에 대한  연구가 빠져있다. 바로 그의 저술 西國記法 그것이다. 마테오 리치가 과거시험을 앞에두고 있던 중국인 학생들을 위해 저술한 책은 서양의 기억술 중국의 한자에 적용한 책으로, 유럽의 기억술에 내재하고 있는 서양의 형이상학적 세계이해가 서양 알파벳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를 지닌 한자에 적용됨으로써, 데리다가 말하는 의미에서의 음성중심주의 그와는 전혀다른 문자, 한자간의 충돌에서 생겨나는 중요한 문제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라카와 교수는 중요한 리치의 저작 내용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은채 다만 간략한 문헌학적 서술만 남기고 있다.

 

리치 자신도, 그리고 그의 보고서 통해 중국의 한자에 대해 알게된 많은 유럽인들은, 오늘날까지도 한자를 자신들의 알파벳 문자의 정반대의 극을 이루는 순수 표의문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데리다가 지적했던 것처럼 사실 유럽인들의 현존에 대한 형이상학의 뿌리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나아가 유럽인들은 이러한 한자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근거하여, 한자는 알파벳 표음문자에 비해 논리적이고 추상적인 사유에 부적합하며, 그로인해 권위적이고 문맹률이 높은 사회를 만들어낼수 밖에 없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Havellock, Jack Goody  )

 

이러한 유럽인들의 한자에 대한 이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마테오 리치의 서국기법, 동서 비교문화사를 연구하는 히라카와 교수 같은 사람이 아시아인의 입장에서 연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척이나 애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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