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림보
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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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림보>는 한겨레 신문에 "감수성 전쟁"을 연재하고 있는 김한민 작가의 신작이다. 처음에 감수성 전쟁을 보았을 때 나는 이건 아니지 않는가라고 느꼈다.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패러디하는 것이 아니라 난 네 삶의 방식이 혐오스러워라고 말하는 직설법. 그것이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고 어떤 인식에 도달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카페 림보>를 읽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비판이나 패러디는 비판하고 패러디하는 대상에 대한 내적 거리감을 전제한다. 그건 비판과 패러디를 행하는 자신을 그 대상보다 '우월한' 인식의 위치에 세우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도달한 그 자리로 달려오기를 권유한다. 그렇기에 비판은 더 합리적이고, 더 이성적인 보편의 상태를 지향한다는 고귀한 명분을 얻는다. 거기에는 감수성의 문제, 감성적 차원에서의 '불일치'가 차지할 자리가 없다. 감성과 감수성은 이성적, 합리적 비판이라는 외적 명분 속에 은밀히 숨어있거나 공공화시키기 힘든 취향의 문제로 사유화되어왔다. 감성과 감수성은 혼자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며 눈물을 찔끔거리는 지극히 사적인 감정 분출의 문제로만 여겨져 왔다. <카페림보>는 사적 개인의 아름다운 감옥속에 갇혀있는 감수성을 탈출시키려 한다. 이 책은 점점, 아니 우리 사회 전체를 잠식해버린 바퀴족들에 대한 역겨움과 혐오감을 공공화한다. 바퀴족들, 결국 우리 자신인 이 바퀴족들이 스스로 만족하며 혹은 자위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감성적으로 얼마나 끔찍하게 치명적이고 역겨운 가를 보여준다. 논리와 규범, 명분과 이론의 차원에서 점잖게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 감수성적 차원에서 그에 명확한 분리를 긋는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네 삶의 방식, 지긋지긋하고 혐오스러워라고 이야기하고 그를 향해 전쟁을 선언한다.


바퀴족에 대한 전쟁을, 아니 전쟁이라기보다는 테러를 테러는 미약한 소수가 거대 시스템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실천 방식이다! - 기획하는 여섯 명 림보족 대원들은 바퀴족의 세상을 견디지 못한 감수성의 피해자들이다. 그들의 힘겹고 처절한 작전은 애초부터 실패할 운명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을 림보족 대원으로 만든 그들의 민감한 감수성은 거대하게 시스템화된 바퀴족의 질서를, 철저히 그 속에 편입되어 버린 우리의 공격적 삶의 방식 앞에서 치명적인 손상을 입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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