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고수리 지음 / 첫눈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사는 시대는 몸이 지치는 것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시대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우리의 몸이 지치기 것보다 '도대체 내가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어? 내가 이런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특별해질 수 있을까?'는 고민을 하면서 우리의 마음이 먼저 의욕을 잃어버린다.


 어떤 희망도 품지 못하고, 그저 지금 이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일조차 하기 어려워진 세대를 일본에서는 사토리 세대라고 부른다.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포기를 한 것이다. 이미 한국도 과거 일본의 사토리 세대를 따르듯이 많은 청년이 그와 같은 길을 걷는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20대 청년 중 한 사람으로써, 나 또한 그런 길을 걷고 있는지 모르겠다. 필요한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뒤로 미룬 채 대학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 이동과 수업 시험 준비로 몸이 지치는 것보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여유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사람은 몸보다 마음이 망가지게 되면, 다시는 앞을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우리는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면, 마음이 가지는 따스함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혼자서 버틸 수 없게 된다. 현대인이 자주 겪고 있지만, 사람의 시선이 무서워 병원을 가지 못하는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바로 그런 사례다.


 나는 몇 번이나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죽음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늘 책을 곁에 두고 읽으면서 내 마음을 다른 곳으로 잠시 옮기곤 했다. 책에서는 지금의 몸으로 하지 못하는 여행을 할 수 있고, 현실에선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셀 수 없을 정도로 울었고, 책을 읽으면서 셀 수 없을 정도로 위로를 받았다. 책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있는 책은 항상 곁에 두면서 힘들 때마다 책을 꺼내어 읽는다. 늘 혼자서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던 내게 책은 마음의 여유였다.


 얼마 전에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다음에서 새롭게 진행한 작가 발굴 프로젝트 브런치북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으로, 책을 읽는 동안 오랜만에 정말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맺히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의 고수리 작가는 한때 KBS 인간극장 팀에서 작가로 일했던 분이다. 책에서는 그 당시에 겪은 에피소드도 있고, 작가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글도 있다. 어느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진실함과 온기가 담긴 글은 어느 사이에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복학하여 아직 익숙하지 않은 대학 생활에 서서히 몸이 아니라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일과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인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 사이에서 마음 에너지가 방전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다시 내 마음을 돌아보며 다시금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의 삶이라는 것은 이렇게 책으로 위로도 받을 수 있고, 책으로 여유를 되찾아 우리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존재인 것 같다. 봄비가 내리는 3월에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통해 글을 읽으면서 나의 글을 쓸 수 있어서 좋았다. 멋진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마음이 답답해서, 도무지 내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을 알지 못해 혼자 때때로 울면서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뜻한 온도로 다가오는 고수리 작기의 글은 내 삶의 의욕이 차갑게 식어가는 마음이 다시 온기를 품을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믿는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짧은 글을 남긴다.


살아도 살아도 세상은 모르는 것투성이. 툭하면 상처받고 툭하면 우는 우리가 어른이라니. 어쩌면 우리는 평생 아이지만, 세상이 '너는 이제 어른'이라고 귀띔해준 걸 그냥 철석같이 믿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어른이니까 젊어져야 한다고. 어른이니까 희생해야 한다고. 어른이니까 살아가야 한다고. 그런 무거운 말들에 기꺼이 고개를 끄덕이고 묵묵히 살아갈 때,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본문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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