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 - Novel Engine POP
미아키 스가루 지음, 현정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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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마음에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지는 상실의 상태를 겪을 때가 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유독 빗소리가 마음에서 크게 울러 퍼지면서 아무것도 없는 마음을 채워준다. 빗소리가 '똑똑' 떨어지는 리듬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마음이 가벼워진다.


 나는 비 오는 날은 좋아한다. 아마 빗소리가 마음을 채워주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마음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나쯤 갖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 누군가에게는 실컷 자는 일, 누군가에게는 침대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몸을 섞는 일일 것이다.


 솔직히 나는 그 세 가지를 어느 것이라도 다 하고 싶다. 하지만 모두 불가능한 일인 동시에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마음이 텅 비었다고 느껴질 때마다 더욱 내 마음을 들여다 보려고 한다. 내 마음 속에 꽁꽁 숨어있는 나를 만나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만약 나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없으면, 나는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책을 읽는다. 오늘 읽은 책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는 잠시나마 마음의 공백을 슬픈 아름다운 사랑으로 채워준 작품이다. 두 주인공의 이름에 사용된 '歪'이라는 한자가 이야기를 나타내는 표시였다.


 한사코 이야기는 한방 중에 내리는 빗소리처럼 또렷하게, 길게 울러퍼졌다. 미즈호와 키리코가 복수를 하는 이야기, 한 번은 떨어졌다가 우연히 만난 것을 알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사랑하는 이야기. 작품은 빗소리만 가득한 고요한 밤에 셀 수 없을 정도의 탄식을 자아냈다.


 미아키 스가루 작가는 절대 행복한 장면에서 행복만 보여주지 않는다. 행복은 슬픔과 교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듯, 항상 슬픔 속에 한정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간직하고 싶어하는 사랑은 한정적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진실한 사랑은 슬프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도무지 작가의 의중은 헤아릴 수 없지만, 과거에 읽은 그의 작품 <3일간의 사랑>에서도 그랬듯이, 이번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에서도 나는 결말에 아쉬워하면서도 메마른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지 마음 속에서 이야기가 쉽게 떠나지 않는다.


 혹시 미아키 스가루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혹시 정말 표지가 일러스트라 손을 대는 것이 꺼려진다는 바보 같은 이유로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한 번 시간을 내서 책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은 절대 책을 펼친 당신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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