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처방합니다 - 삶을 다시 일으키는 미적 경험 너머의 힘
데이지 팬코트 지음, 조현욱 옮김 / 디플롯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실이 답답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예술이다. 마음의 여유를 찾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전시회 두 곳을 찾았다. 작가에 대해 알고 작품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새로운 동기부여를 받은 시간이었다. 내가 예술에 대한 관심을 놓지 못하는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나를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예술. 실제로 예술은 우리에게 얼마나 유익할까.

​

예술의 결핍이 초래할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위기에 주목한 과학자이자 예술가인 저자는 삶을 다시 일으키는 예술의 역할을 설명한다. 미술치료와 음악치료를 비롯한 예술치료가 실제 환자들에게 어떠한 효과를 발휘하는지 살펴보고, 예술이 오래도록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야기한다.

​

저자는 뇌졸중 환자가 미술 활동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고, 고령의 치매 환자가 음악을 통해 인지 기능의 변화를 경험한 사례를 소개한다. 또한 뇌성마비 소년이 마술을 배우면서 신체 기능을 개선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예술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는 경험은 많이 들었지만, 그 효과가 구체적인 신체 기능과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예술을 치료적 관점에서 다시 보게 한다.

​

물론 예술이 모든 질환을 치료하는 만능 처방은 아니다. 개인마다 효과가 다를 수 있으며 의학적 치료를 대신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예술을 감상하고 직접 경험하는 일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는 예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

돌이켜보면 내가 현실의 답답함을 느낄 때마다 예술을 찾았던 것도 우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시회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간, 음악을 듣는 시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는 도피가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

예술은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지친 마음을 회복시키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며, 다시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게 한다. 예술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어쩌면 그 자체로 충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예술을처방합니다 #디플롯 #뇌과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뇌는 자연을 원한다 - 환경신경과학 석학이 밝혀낸 지친 뇌를 가장 빨리 회복하는 방법
마크 버먼 지음, 김미선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날의 알록달록한 꽃, 여름날의 푸르른 이파리, 가을날의 울긋불긋한 나무들, 그리고 겨울날의 새하얀 풍경.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보고 자란 자연의 풍경이다. '자연'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이처럼 풍부한 색감과 편안함을 연관시킬 수 있다. 자연은 우리의 주의를 부드럽게 끌어당기며 지친 뇌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도시에서 살면서 자연을 접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일부러 시간을 내야만 자연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지친 뇌를 회복시키는 자연의 힘을 더 알고 싶어졌다.

​

세계적인 환경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인지과학과 신경과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자연환경이 인간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환경신경과학'이라는 분야에서는 자연환경이 뇌와 몸, 나아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정서적 신체적으로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왜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여 자연과 뇌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곁들여진 설명은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게 한다.

​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자연을 산책한 참가자들의 사례였다. 날씨가 춥든 덥든 자연 속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집중력 등이 향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놀라울 뿐이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뒷받침되면서 자연 속에서 걷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었다. 평소 자연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귀찮음과 날씨 탓을 하며 집 밖으로 잘나가지 않던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반드시 특별한 장소를 찾아갈 필요 없이, 편안하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산책하면 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

아침 슬로 러닝을 할 때나 산책을 할 때 의도적으로 평소 즐겨 듣던 팟캐스트나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주의력을 의도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활동을 줄이면 자연이 주는 회복 효과를 더 잘 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화 역시 의도적 주의를 소모하기 때문에 혼자 조용히 걷는 행위가 인지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이 책을 읽을 후 아침 운동을 할 때는 팟캐스트나 음악을 듣는 대신 온전히 달리는 행위에 집중하게 되었다. 내 삶에 작은 변화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

50분이 힘들다면 20분 만이라도 산책을 하려 해보자. 틈틈이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의지가 아니라 환경이다!" 집중력 저하와 번아웃의 시대에 회복을 위해서 이제는 환경을 돌아보자.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지내는 공간으로 시야를 넓혀보자. 자연이 주는 혜택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작은 지침까지 담고 있는 이 책은 우리의 삶을 좀 더 편안하게 바꾸어 줄 것이다.

​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뇌는자연을원한다 #다산초당 #뇌과학 #인지심리학 #과학 #인문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근미래의 풍경
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술은 언제나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처럼 다가온다.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로봇이 사람을 돌보며, 알고리즘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주는 일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를 생각할 때면 무엇을 할 수 있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기술이 우리의 삶에 들어온 뒤 무엇이 달리질 것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소설을 읽는 내내 두려웠다. 최근 AI의 급격한 발전과 적용으로 인해 내가 하는 일에 큰 타격이 생기는 것을 체감하던 중에 마주한 소설은 마냥 달갑지 않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세대로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이 이제는 두렵기만 하다. 소설 속 짧은 이야기들은 현실을 담은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기술을 선택한 사람들의 욕망과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상품으로 만드는 기업, 그리고 달라지는 사회의 모습을 함께 고민할 때다.

​

가사와 육아, 돌봄의 영역에서 기술의 발달을 반기는 마음은 크다. 하지만 죽은 사람의 모습을 재현하고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상황을 무조건 환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의 결과를 생각하게 한다. 편리함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언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 소설이다.

​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근미래의풍경 #장강명 #해냄 #SF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예술로 읽는 스페인
백인필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페인 하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가우디의 건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스페인에 대한 생각은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본 산티아고 순례길과 시에스타 문화로 이어진다. 문화와 예술에서 시작된 관심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

미술 강연자이자 도슨트인 저자는 안달루시아, 바르셀로나, 마드리드의 예술을 통해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를 전달한다. 알람브라 궁전에서 가우디의 건축으로, 벨라스케스와 고야의 그림에서 소로야의 회화로 이어지는 여정은 스페인 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한 나라의 예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나라가 지나온 시간을 이해하는 일이다. 같은 공간에 서로 다른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고,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이 예술 작품과 건축물에 담겨 있다. 

​

스페인의 예술에서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문화가 한 공간에 남긴 흔적이다. 이슬람 시대의 건축물이 이후 가톨릭 문화의 영향 아래에서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건축물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살며 공간을 변화시킨 사람들의 역사도 남아 있다. 

​

회화 역시 마찬가지다. 최고의 궁정화가로 부와 명예를 누리며 황실과 귀족의 화려한 모습만 그렸던 고야는 민중의 참혹함을 그림으로 남긴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예술이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밝고 경쾌한 초기작과 광기 어린 후기 작품은 급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화풍의 변화는 미술사에서도 드물며, 예술가의 작품 세계가 그가 살아간 시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예술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와 배경을 알고 바라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행지에서 마주한 건축물과 미술관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예술을 통해 한 나라를 이해하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예술을 읽는다는 것은 그림과 건축물을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을 품고 있는 한 나라의 사람들과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예술로읽는스페인 #백인필 #디이니셔티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는 1968년, 뉴욕 명문 대학의 신입생 기숙사에서 시작된다. 노동계급 가정 출신 장학생 조지는 코네티컷의 부유한 명문가 출신 앤과 룸메이트가 된다. 자신이 태어난 계급을 혐오하는 앤은 값비싼 옷가지를 주변에 나눠주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이상주의적 신념을 놓지 않는다. 조지는 그런 앤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서서히 가까워진다.


대학을 졸업한 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간다. 조지는 패션 잡지사에서 경력을 쌓아가고, 앤은 할렘에서 흑인 사회운동가 애인과 함께 활동을 이어간다. 그러다 1976년, 앤은 애인을 구하려다 경찰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앤은 모든 도움을 거부한 채 감옥 안에서도 재소자 처우 개선 운동을 이어갔으며, 조지는 오랫동안 이해할 수 없던 친구의 삶을 다시 들여다본게 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누구보다 다르고 누구보다 함께였던 앤과 조지의 이야기는 나를 혼돈과 광기로 어지럽던 시절로 데려간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독감과 장염으로 일어서지도 못했던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중 마주한 이야기는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앤이라는 인물을 단순한 이상주의자나 광신도로 단정 짓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지의 시선을 빌려 앤의 신념이 어디까지 진심이었는지, 그 신념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끝까지 열어둔 채 서술한다. 극명하게 엇갈리는 삶 속에서 두 청춘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끝까지 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녀의 삶을, 그 신념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렵다.


600여 쪽에 달하는 분량과 1960~70년대 미국 사회 운동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다소 필요하다는 점은 이 소설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삶과 겹쳐보며 나에게도 이런 우정이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이들의 이야기에 조금씩 가까워지게 만든다.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오래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도서제공 #도서리뷰 #서평 #그부류의마지막존재 #소설 #책추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