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고양이의 비밀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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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책.

<장수 고양이의 비밀>은 하루키만의 여유와 유머가 담긴 책이다.

여기에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이 더해져 한층 더 유쾌한 감정을 전해준다.

이미 <비밀의 숲>이란 제목의 에세이로 출간된 책의 개정이지만

과거에 읽었던 적이 있거나 현재 처음 읽는 이들에게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어쩜 지금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면서 일상에서 경험한 것들에 비추어 하루키의 일상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고

비슷한 상황에 대해선 공감도 하면서 읽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하루키가 외국 생활에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인기 작가가 되면서 느끼는 개인적인 생각,

작가로서 바라보는 일본 출판계의 현실에 대한 솔직한 감상이 담겨 있다.

체벌과 관련한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내 학창 시절을 떠올렸고,

고양이 뮤즈와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는 나도 한번 키워볼까라는 생각만 해보기도 했다.

첫 장을 펼치면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책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편안함이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눈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고 읽어도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때로는 시크하면서도 때로는 위트가 가득한 그의 글을 읽으며 하루를 마감했던 시간들이

기분 좋은 기억들로 남아있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하루키식 에세이는

무겁게 느껴졌던 그의 소설보다는 한층 가볍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내 기분도, 마음도 가벼웠다.

20세기 감성이 가득한 이 책 덕분에 지나간 내 추억을 돌이켜보며

잠시 과거로 돌아가 지나간 기억들을 더듬으며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식 소확행이 궁금하다면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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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스테이트
시몬 스톨렌하그 지음, 이유진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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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굉장한 책을 만났다.

세기말의 멸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고품질의 일러스트를

눈으로 보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997년 금발의 소녀가 노란 소형 로봇과 함께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펼쳐지는 풍경은 황폐하기 그지없다.

글자를 통해 느낄 수 있는 황폐함과 일러스트를 보면서 느끼는 황폐함의 깊이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다른 SF와는 다르게 미래가 아닌 과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두려움보다는 아쉬움이 더 느껴진다.

기술은 발달했지만 그로 인해 황폐해진 인간 세상.

거리에 뒹구는 쓰레기와 널브러진 시체들.

그 어느 때보다 먹먹함이 오래 남는다. 책 속 슬프고도 우울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참혹한 실상을 전해주는 이가 10대 소녀라는 점도 슬픔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했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교에 다니며 행복한 시절을 보내야 하는 어린 소녀에게

세상은 고통만을 안겨 준다. 위탁 부모에게 보내지고 동생과 강제로 헤어진 그녀는 엇나간

사춘기를 보낸다. 따스한 빛과 같은 친구와의 이별과 위탁 부모의 죽음은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희망마저 모두 빼앗아 간다.

이 소녀에게 남은 건 세상에 작별을 고하는 것뿐.

그 순간 찾아온 노란 작은 로봇은 소녀와 함께 서쪽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섬뜩한 일러스트는 이런 소녀의 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황폐한 미국 대륙을 묘사하고 있지만 어쩜 소녀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음울하고 두려움이 느껴지는 일러스트에서 희망을 찾기란 쉽지 않다.

모든 일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인류의 슬픈 이야기가 참 애달프다.

열린 결말 속 소녀는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19년 지금의 세상을 어린 소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점점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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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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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스마트폰은 아이폰 8이다. 4s부터 쓰기 시작한 게 어느새 지금까지 이어졌다.

기계는 잘 모르지만 당시 나는 친구 따라 아이폰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이 기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그저 늘 쓰던 기능만 계속 쓰고 있다.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데이트는 하지만 내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단지 알림 표시로 뜨는 빨간색 숫자를 지우고 싶어서 업데이트를 실행할 뿐이다.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과 책을 통해 접했다.

하지만 팀 쿡은 조금 낯설다. 이 낯선 사람이 애플 역사상 최고의 CEO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그 이유가 궁금했다.

스티브 잡스가 암 투병 후 세상을 떠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애플은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나조차 쓰고 있던 스마트폰을 경쟁업체로 바꿔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으니깐.

스티브 잡스 사후 8년이 지났지만 애플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 자부한다.

그리고 그 기업을 이끄는 중심에는 팀 쿡이 있다.

자신과 전혀 반대의 성향을 지닌 팀 쿡을 차기 CEO로 지목한 잡스의 선택은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옳다는 것을 증명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팀 쿡이라는 인물이 애플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의 존재로 인해 앞으로 애플에 어떤 획기적인 변화가 도래할지 기대감이 커졌다.

인권과 환경, 다양성과 프라이버시를 수호했다고 자부하는 애플.

이 거대한 기업의 수장인 팀 쿡이 보일 마법 같은 일이 기대된다.

어쩜 우리가 처음 아이폰을 만났을 때 경험했던 혁신은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팀 쿡과 그가 이끈 애플이 펼칠 새로운 세상을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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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 …인성에 문제는 없습니다만
손수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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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는 몇 개의 인격이 숨어 있을까.

집에서의 나, 회사에서의 나, 친구들과의 나, 그리고 SNS에 감춰진 나...

그나마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인격이 모여 있는 듯하다.

아직 성장하는 어른이기 때문인지 읽는 내내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4인분의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꽤 다른 인생을 살았다.

학생이기도 했고, 백수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직장인으로 꽤 성실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내가 되고자 차근차근 준비 중에 있다.

이 책에서 유독 내가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그녀의 6년 차 카피라이터의 삶이다.

직장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수만 가지 희로애락을 읽으며

내가 경험했던 비슷한 일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이래도 살아가도 될까?

이 책을 읽으면 인생 2막을 앞두고 느끼는 사소한 고민들의 해답에 대한 실마리를

조금은 찾을 수 있을까?

아마 힌트를 얻지 못해도 비슷한 경험에 웃고 공감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녀의 4가지 삶을 읽으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 안의 나를 하나씩 돌아보면서 잘 살고 있다는 격려와 이런 실수는 하지 말자는 충고를 마음에 새기며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나를 인정하면 삶이 편하다는 그녀의 말처럼 잘난 나도, 못난 나도 솔직히 인정하자.

못난 나를 부정하고 잘난 나로만 살려 아등바등 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어떤 이들이 벌어질지, 그때마다 어떤 내가 나타날지 모르지만

그런게 인생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을 웃으며 행복하게 즐겁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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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러 왔어 - 알베르토의 인생 여행 에세이
알베르토 몬디.이세아 지음 / 틈새책방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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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처음 본건 한 예능 프로였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어쩜 이 프로에 나온 외국인들은 다들 유창하게 한국말을 할까.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에서 온 알베르토는 유독 눈에 띄었다.

선한 인상에 사랑꾼인 그의 말 한마디에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책을 썼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스스로 길을 개척하며 중국으로, 한국으로 떠나온

이방인이 겪은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낯선 이가 전해주는 내 나라 이야기는 흥미롭다.

당연하게 여기며 살던 습관들이 다른 문화 사람들에게는 충격이라는 말로 표현할 정도로

파격적이기도 하고,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그의 모습에서 용기를 얻기도 한다.

안정적인 삶에 지루함을 느끼면서도 쉽사리 바꾸지 못했던 내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물론 그가 경험한 시간들이 평탄하지는 않았다.

중국어를 전공한 이탈리아인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국에 왔을 때 느꼈을 그 막막함이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한국어는 물론 영어까지 공부해야 했던 그의 노력에 그저 박수를 보낼 뿐이다.

국적도, 외모도 다른 이방인에게서 낯익은 우리 현실을 보게 됐을 때

내가 가진 부족함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느껴졌다.

우리는 모드 자신이 가진 것 이상으로 노력하고 연습하고 공부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 노력 끝에 알베르토는 사랑과 일과 가족을 낯선 한국이라는 땅에서 쟁취했다.

매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목표를 이루려 계획하는 그의 모습이 참 좋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이들이라면 알베르토의 이야기를 읽어보자.

그의 진심 어린 이야기 속에서 삶의 방향에 대한 작은 단서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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