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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스테이트
시몬 스톨렌하그 지음, 이유진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굉장한 책을 만났다.
세기말의 멸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고품질의 일러스트를
눈으로 보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997년 금발의 소녀가 노란 소형 로봇과 함께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펼쳐지는 풍경은 황폐하기 그지없다.
글자를 통해 느낄 수 있는 황폐함과 일러스트를 보면서 느끼는 황폐함의 깊이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다른 SF와는 다르게 미래가 아닌 과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두려움보다는 아쉬움이 더 느껴진다.
기술은 발달했지만 그로 인해 황폐해진 인간 세상.
거리에 뒹구는 쓰레기와 널브러진 시체들.
그 어느 때보다 먹먹함이 오래 남는다. 책 속 슬프고도 우울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참혹한 실상을 전해주는 이가 10대 소녀라는 점도 슬픔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했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교에 다니며 행복한 시절을 보내야 하는 어린 소녀에게
세상은 고통만을 안겨 준다. 위탁 부모에게 보내지고 동생과 강제로 헤어진 그녀는 엇나간
사춘기를 보낸다. 따스한 빛과 같은 친구와의 이별과 위탁 부모의 죽음은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희망마저 모두 빼앗아 간다.
이 소녀에게 남은 건 세상에 작별을 고하는 것뿐.
그 순간 찾아온 노란 작은 로봇은 소녀와 함께 서쪽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섬뜩한 일러스트는 이런 소녀의 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황폐한 미국 대륙을 묘사하고 있지만 어쩜 소녀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음울하고 두려움이 느껴지는 일러스트에서 희망을 찾기란 쉽지 않다.
모든 일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인류의 슬픈 이야기가 참 애달프다.
열린 결말 속 소녀는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19년 지금의 세상을 어린 소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점점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