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극심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는 전에 없는 이상기후에 시달렸고
전 세계는 식량 부족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당시 식량 자급률 하위권이던 대한민국은
인구 절반이 굶주림 때문에 죽었고 남은 사람들은 살기 위해 서로를 잡아먹었다.
식량이 사라진 한반도에 과거 다국적 식량 기업의 임원이었던 G가 구세주처럼 등장하여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었고 그는 '신인류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최소한의 영양 섭취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인간을 만들어 내는 프로젝트. 그렇게 태어난
아이 중 하나가 바로 '나'다.
소설은 크게 2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던 내가 가족과 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우주 탐사에 위한 무궁화호 프로젝트에 지원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2부에서는 무궁화호가 지구를 떠난 지 2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무궁화호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인간의 존재 의미에서 생존까지 우리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물으며
더 나아가 세상에 신이 존재하는지 의문을 던진다. 살기 위한 최소한의 먹을거리조차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권력을 휘두르고 힘이 없는 자들은 서로를 잡아먹으며 생명의 끈을
이어간다.
소설이 그려낸 세계는 매우 충격적이다. 인간의 민낯을 가감 없이 그리며 삶에 대한 의지를 대변한다. 무궁화호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어린 소년 소녀들이 벌이는 권력 투쟁은 잔인하다. 소설의 배경은 근미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삶과 권력을 향한 인간의 의지와 욕망은 현재와 다를 바 없다.
이들이 바라는 미래는 어떤 형태일까. 우주로 향한 무궁화호가 그 끝을 감싸고 있는 막에
다다랐을 때 희망과 환희로 가득 찬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하지만 20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은 여전히 막을 향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대를 이어 우주로 나아가는 이들의 삶은 지구의 삶과 다르지 않다. 권력을 잡은 자들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계급으로 나뉘어 비루한 삶을 살아간다. 쓸모를 다한 사람들은 비료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먹힌다. 살기 위해 죽이고 먹으며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시간이 지나도 반복되고 있다.
개성 있는 등장인물과 다소 충격적인 세계관이 낯설지만 재미있었다.
빠르게 전개되는 서사는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인간과 생명, 생존과 신의 존재 등
어려우면서도 다소 예민한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