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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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표지와 방대한 분량은 소설을 읽기 전부터 분위기를 압도한다.

빛나는 청춘의 시간을 함께 했던 오랜 친구의 고백과 그 속에 숨겨진 어긋난 사랑과 우정을 

다룬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빠져들 시간이다. 

작가가 이 소설을 20년 전에 썼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시대를 앞서 나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시절 미식축구부의 실력 있는 쿼터백이었던 데쓰로는 동창회 날 팀의 여성 매니저였던 미쓰키와

오랜만에 재회한다. 10년 만에 만난 그녀는 데쓰로에게 자신의 신체는 여자지만 마음은 남성인

성정체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거기에 더해 이미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있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어 바에서 일하고 있고 함께 일하던 호스티스의 스토커를 살해했다고

털어놓는다. 친구로서 미쓰키를 도우려 하지만 살인사건을 쫓는 기자 하야타와 대립하게 되고

미쓰키는 그들 앞에서 갑자기 모습을 감춘다. 미쓰키를 찾던 데쓰로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성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번 소설은 젠더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안겨준다. 작가는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깊이 박혀 있던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인간 본질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 준다.

특히 성의 기준이 엄격한 스포츠를 소재로 하여 외면과 내면의 차이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인정하고

깨뜨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작가는 본질적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 젠더라는

다소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를 추리 소설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이해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심오한 주제를 공감할 수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뫼비우스 띠는 앞이라고 생각하고 나아가면 어느새 뒤가 나와요. 즉, 양쪽은 연결되어 있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 뫼비우스 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p.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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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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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라는 다소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를 추리 장르로 멋지게 풀어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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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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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극심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는 전에 없는 이상기후에 시달렸고

전 세계는 식량 부족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당시 식량 자급률 하위권이던 대한민국은

인구 절반이 굶주림 때문에 죽었고 남은 사람들은 살기 위해 서로를 잡아먹었다.

식량이 사라진 한반도에 과거 다국적 식량 기업의 임원이었던 G가 구세주처럼 등장하여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었고 그는 '신인류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최소한의 영양 섭취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인간을 만들어 내는 프로젝트. 그렇게 태어난

아이 중 하나가 바로 '나'다.

소설은 크게 2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던 내가 가족과 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우주 탐사에 위한 무궁화호 프로젝트에 지원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2부에서는 무궁화호가 지구를 떠난 지 2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무궁화호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인간의 존재 의미에서 생존까지 우리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물으며

더 나아가 세상에 신이 존재하는지 의문을 던진다. 살기 위한 최소한의 먹을거리조차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권력을 휘두르고 힘이 없는 자들은 서로를 잡아먹으며 생명의 끈을

이어간다.

소설이 그려낸 세계는 매우 충격적이다. 인간의 민낯을 가감 없이 그리며 삶에 대한 의지를 대변한다. 무궁화호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어린 소년 소녀들이 벌이는 권력 투쟁은 잔인하다. 소설의 배경은 근미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삶과 권력을 향한 인간의 의지와 욕망은 현재와 다를 바 없다.

이들이 바라는 미래는 어떤 형태일까. 우주로 향한 무궁화호가 그 끝을 감싸고 있는 막에

다다랐을 때 희망과 환희로 가득 찬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하지만 20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은 여전히 막을 향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대를 이어 우주로 나아가는 이들의 삶은 지구의 삶과 다르지 않다. 권력을 잡은 자들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계급으로 나뉘어 비루한 삶을 살아간다. 쓸모를 다한 사람들은 비료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먹힌다. 살기 위해 죽이고 먹으며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시간이 지나도 반복되고 있다.

개성 있는 등장인물과 다소 충격적인 세계관이 낯설지만 재미있었다.

빠르게 전개되는 서사는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인간과 생명, 생존과 신의 존재 등

어려우면서도 다소 예민한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어찌 보면 그들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지구에서 배고픔을 피해 도망쳤지만 여전히 그들은 배가 고팠다.... 오히려 그들의 삶은 지구에서보다 더 나빠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주 천천히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p.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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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생화학무기부터 마약, PTSD까지, 전쟁이 만든 약과 약이 만든 전쟁들
백승만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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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마약 관련 뉴스 기사를 많이 접한다.

그런 뉴스를 볼 때면 사람들이 왜 마약을 하게 되는지, 누가 마약을 만들었는지 등

수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이 책은 그러한 질문에 대해 흥미로운 답을 던져준다.

약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역사를 '약'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전쟁과 약의 관계를 유쾌하게 설명해 준다.

전쟁에 사용된 약부터 전쟁을 끝낸 약, 그리고 전쟁이 남긴 약까지 인류 역사의 수많은

순간에 약물이 끼친 유무형의 영향을 설명하며 전쟁과 질병에 대비해야 하는 자세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전쟁, 질병, 약이 만들어가는 역사를 설명한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의 사실이라고

넘어갈 수는 없다. 실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핵 무기는 물론

생화학 무기까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에도 전쟁과 약의 기나긴 악연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과거 중세 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이나 페스트와 같은 팬데믹이

21세기에 코로나19를 통해 재현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전쟁터에서 병사들에게 각성제로 사용되었던 마약류는 이제 일상으로 파고들어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약을 치료 용도가 아니라 욕구 해소를 위해 사용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다.

역사를 '약물'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현재도 쓰이는 다양한 약물의 탄생 비화를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이에 맞서기 위한 다양한 보건 의료 체계까지 유익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질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약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커질 것이다.

전쟁이 어떻게 질병과 약을 만들고 약이 다시 전쟁을 만들었는지 계속되는 흑역사를

돌아보며 슬픈 악연의 고리를 끊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모든 약은 독이고, 독은 약이다.

p.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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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음 - "인생 선택"을 만드는 4가지 기술
칩 히스.댄 히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부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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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진짜 목표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당신이 조금이나마 더 좋은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좋은 결정을 좀 더 자신 있게 하기를 바란다. 또한 대체로 다른 사람의 편향을 알아보기는 더 쉬우므로, 동료나 사랑하는 사람이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당신이 더 나은 조언자 역할을 해내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 일을 돕고 싶다.

p. 48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최상의 결과를 위해 늘 선택의 순간을 경험한다.

이러한 선택이 백 퍼센트 원하는 결과를 보장한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때로는 충동적으로, 때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곤 한다.

이 책에서는 선택의 순간을 위해 갖추어야 할 결정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결정의 순간을 방해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알려준다.

저자들은 편협한 사고틀, 확증 편향, 단기 감정, 그리고 과신의 과오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이 4가지가 우리의 의사 결정을 방해하는 악당들이므로,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악당들이 작용하는 과정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그동안 내가 했던 잘못된 선택을 돌이켜 보았다.

충분한 계획을 세웠지만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엄청난 금전적 손해를 본 적이 있고,

내 안에 쌓인 분노와 화를 감추지 못해 관계가 흐트러진 경우도 있었다.

조금만 더 선택지를 넓혔더라면, 주변인들의 조언을 집중해서 들었다면,

절차의 공정성을 지켰더라면 등 책 속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들이 마치 내 일처럼 느껴졌다.

사회생활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전략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팁을 알려주며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언제 어디서나 겪게 되는 결정의 순간에 우유부단함을 버리고 오판을 줄이려는 이들에게

이 책에 소개된 프로세스는 각자가 바라는 성공에 다다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적극적으로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니 결정을 시작할 때마다 이렇게 간단한 질문들을 던져보라. ˝이것을 선택할 때 포기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시간과 비용으로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P.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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