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표지와 방대한 분량은 소설을 읽기 전부터 분위기를 압도한다.
빛나는 청춘의 시간을 함께 했던 오랜 친구의 고백과 그 속에 숨겨진 어긋난 사랑과 우정을
다룬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빠져들 시간이다.
작가가 이 소설을 20년 전에 썼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시대를 앞서 나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시절 미식축구부의 실력 있는 쿼터백이었던 데쓰로는 동창회 날 팀의 여성 매니저였던 미쓰키와
오랜만에 재회한다. 10년 만에 만난 그녀는 데쓰로에게 자신의 신체는 여자지만 마음은 남성인
성정체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거기에 더해 이미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있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어 바에서 일하고 있고 함께 일하던 호스티스의 스토커를 살해했다고
털어놓는다. 친구로서 미쓰키를 도우려 하지만 살인사건을 쫓는 기자 하야타와 대립하게 되고
미쓰키는 그들 앞에서 갑자기 모습을 감춘다. 미쓰키를 찾던 데쓰로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성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번 소설은 젠더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안겨준다. 작가는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깊이 박혀 있던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인간 본질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 준다.
특히 성의 기준이 엄격한 스포츠를 소재로 하여 외면과 내면의 차이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인정하고
깨뜨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작가는 본질적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 젠더라는
다소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를 추리 소설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이해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심오한 주제를 공감할 수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