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오케스트라
안지연 지음 / 이분의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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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가까워지고 싶은 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입문서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를 소개하고 각 악기의 장점이 잘 드러난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추천곡을 들으며 클래식 음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 음악치료에 관한 책을 읽고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스트레스 치유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많이 들으려 하고 있는데,

멜로디가 익숙해지니 악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목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그리고 건반악기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각각의 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 소리는 조화로운 멜로디가 되어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가끔 오케스트라의 연주 장면을 보면서 곡을 구성하는 악기의 배치가 궁금했었다.

그 궁금증을 이 책을 통해 풀 수 있었다. 각 악기가 내는 소리의 길이와 음역대에 따라 배치된다는 것.

그리고 각 악기가 내는 소리의 유형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이 작은 책에 오케스트라에 대한 기분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재미있는 건 어릴 적 실컷 불었던 리코더가 오케스트라에서 한몫을 한다는 점이다.

실제 독일에는 리코더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으며

우리가 아는 바흐나 헨델, 비발디 등이 리코더를 위한 곡들을 남겼다는 점이다.

그저 장난감 정도로 여겼던 리코더가 이렇게 멋진 악기였다니 새로운 사실이 그저 재미있다.

이 책을 읽으며 클래식 음악을 조금 더 가까이할 수 있을 자신이 생겼다.

또한 어린 시절 배웠던 피아노도 생각났다. 조금 더 욕심을 냈다면 어른이 된 지금도 멋진

피아노 연주곡 하나쯤은 멋들어지게 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도 생겨났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악기를 주인공으로 하여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대한 거리감은 좁혀 준 책이다.

혹시, 무언가 중요한 일로 바빠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 한자리에서 한참 정지한 듯한 마음에 답답하다면 타악기를 소개하고 싶다. 당신의 악보는 지금 쉼표를 그리고 있다고. 그 쉼표 또한 아주 중요한 연구, 음악이라고, 그리고 당신은 또 한 번 정확한 타이밍, 당신이 반짝일 수 있는 타이밍을 반드시, 정말 반드시 만나게 될 거라고.

p.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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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생존자입니다 - 삶을 가두는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31가지 연습
허심양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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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깊은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가장 큰 계기는 대학시절 친구들과 바다에 놀러 갔을 때 생겼다. 커다란 튜브를 빌려

친구들과 매달려 가며 발이 닿는 바닷속에서 신나게 놀던 중 갑자기 깊은 물로 휩쓸려 갔었다.

수영도 할 줄 몰랐기에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물속에서 오로지 두 팔로 튜브에만 매달려 있어야 했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물 밖으로 나왔을 땐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만 남아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물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바닷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트라우마를 정확히 이해하여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이야기한다.

임상심리전문가인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트라우마를 설명하고 치유 워크북을 통해

각자가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먼저 트라우마가 각자에게 남긴 흔적을 돌아보고 실제 연습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반복하면서

후유증을 극복하고 상처를 온전히 마주 볼 수 있는 팁을 알려준다.

저자는 끌려가는 삶에서 원하는 삶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어 스스로를 가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자극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피해자라는 말보다 '생존자'라고 지칭한다.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가는 이들을 생존자라 부르며

살아가는 방법을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격려한다.

이 책을 통해 기억을 매개로 고통을 재생하는 트라우마가 개인의 의지로 인한 문제보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점을 새로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두려움을 중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물론 이렇게 함으로써 트라우마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좋겠지만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그러나 각자가 지닌 트라우마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단계까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사고나 관계 부적응 등 수많은 상황 속에서 누구든 고통스러운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고통 속에서 살지, 고통을 극복할지는 각자가 결정해야 한다.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저자가 제시한 31가지 연습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배워보자.

우리는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거나 그 사람과 똑같은 입장에 설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보편적인 마음,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고 손을 붙잡을 때 나란히 서서 연결되는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고립에서 벗어나고 삶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p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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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시계탑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노경실 옮김 / 소미아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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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인근의 숲속에는 고장 난 시계탑이 있다.

아니, 시계는 고장 나지 않았고 11시 59분에 멈춰있다.

그리고 이 시계탑에는 무서운 '틱톡'씨가 살고 있다. 왜 시계는 멈춰있는 걸까?

이 시계탑의 비밀을 알게 되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왠지 모를 짠함과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틱톡 씨가 부러웠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옮긴이는 독자들이 마음껏 해석할 수 있는 작품이라 말한다.

나 역시도 그 말에 공감한다. 연인의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고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들을 위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수도 있다.

멈춰버린 시계와 잔인하고 난폭한 불새의 공격은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나타내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틱톡 씨의 모습은 다시 찾고

싶은 평범한 일상을 향한 열망과 희망을 대변하는 것만 같다.

틱톡 씨는 사랑하는 '니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언제까지나 기다린다.

기약 없는 약속이지만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그녀가 꼭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마침내 오래 기다린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멈춰있던 시곗바늘은 12시에 이르렀다.

시계탑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숲속과 마을에 널리 보내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펼쳐 본 그림책이다. 책 속 그림은 마치 애니메이션을 본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생생한 그림과 따스한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멋진 그림책 덕분에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다.

"혹시 내가 많이 늦었나요?"

틱톡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니나는 제 시간에 왔어요."

<약속의 시계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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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 위의 열흘 - 내 인생의 혼란을 사랑하는 법
최예신 지음 / 마인드빌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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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열흘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주저 없이 명상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갑자기 늘어난 일에 정신없이 사는지라 내 안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은

사치라고 여겨지는 요즘, 열흘간의 명상일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큰 자극이 되었다.

대기업의 임원 자리까지 오른 저자는 일 년 만에 해임 통보를 받게 된다.

남부러울 것 없이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지난 세월의 의미가 한순간에 사라진 저자는 자신의 쓸모를 찾기 위해 명상 센터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열흘을 보내며 자신의 행복과 쓸모를 결정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된다.

열흘 동안 저자가 방석 위에서 겪은 명상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며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잠시나마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나의 쓸모는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직속상관이 결정했을 것이다.

늘 평가를 받는 입장이었던 과거와 오롯이 홀로 책임을 져야 하는 지금의 시절을 비교하면

내 쓸모는 더더욱 커진 것만 같다. 그 덕분에 여유로운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내 존재를 인정받는 것만 같아 마음은 풍족해졌다.

명상 센터에 다녀온 지 2년이 지난 지금, 저자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그는 작가가 되었고 국가의 지원을 받아 스타트업 경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방석 위에서 보낸 열흘이 그의 삶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벽에 부딪힐 수 있다. 때로는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순간에 좌절하지 말고 마음을 들여다보며 명상의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저자의 조언대로 호흡을 내쉬며 혼돈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한다. 그리고 이번 일이 끝나면

제대로 명상의 시간을 갖기로 다짐해 본다.

지금 한 번 해보자.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호흡을 느껴보자. 호흡을 알아차리고 미세한 감각을 느껴보자. 이것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생각과 감정 또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이 올라갈 것이라 믿는다.

p.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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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버리기 - 초등교사의 정체성 수업 일지
송주현 지음 / 다다서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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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에 대해서는 솔직히 너무 오래전이라 단편적인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더구나 나는 초등학생이 아니라 국민학생이었다. 어떤 아이였는지, 어떻게 정체성을

만들어갔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요즘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그저 신기할 뿐이다.

이 책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관찰한 과정을 담고 있다.

아이들의 세상은 어른의 세상과는 분명히 다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경한 기분에

뭉클한 감정이 생겨난다.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함께 놀며 인생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아이들도 각자 나름의 생각과 사정이 있다.

이를 존중하기 위해 저자는 가르치지 않고 기다려주는 '정체성 수업'을 시작한다.

처음 겪는 문제들을 스스로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한걸음 더 성장한다.

이를 기다려주지 않고 어른의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보호자의 욕심을 강요한다면

아이들은 타인의 눈치만 보게 되는 어른으로 자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기회를 주면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심판이 되기보다는 아이들의 잘잘못을 가려주는 판사 역할을 대신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적당히 모른 척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구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이들의 세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은 어렵고 다루기 힘든 존재라 여겼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들만의 세상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섣불리 가르치거나 훈계하려

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동등한 인격체로서 대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건강한 정체성은 아이를 지켜주는 갑옷이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날 때 자신을 굳건히 지탱하게 해주는 힘이다. 정체성은 인생 전반에 걸쳐 형성되지만 초등학교 때 이미 절반 넘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 시기가 중요하다. 지금 어떤 정체성을 만드느냐에 따라 어떤 어른으로 살아갈지가 결정된다.

P. 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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