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에 대해서는 솔직히 너무 오래전이라 단편적인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더구나 나는 초등학생이 아니라 국민학생이었다. 어떤 아이였는지, 어떻게 정체성을
만들어갔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요즘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그저 신기할 뿐이다.
이 책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관찰한 과정을 담고 있다.
아이들의 세상은 어른의 세상과는 분명히 다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경한 기분에
뭉클한 감정이 생겨난다.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함께 놀며 인생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아이들도 각자 나름의 생각과 사정이 있다.
이를 존중하기 위해 저자는 가르치지 않고 기다려주는 '정체성 수업'을 시작한다.
처음 겪는 문제들을 스스로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한걸음 더 성장한다.
이를 기다려주지 않고 어른의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보호자의 욕심을 강요한다면
아이들은 타인의 눈치만 보게 되는 어른으로 자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기회를 주면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심판이 되기보다는 아이들의 잘잘못을 가려주는 판사 역할을 대신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적당히 모른 척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구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이들의 세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은 어렵고 다루기 힘든 존재라 여겼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들만의 세상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섣불리 가르치거나 훈계하려
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동등한 인격체로서 대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