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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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작가의 첫 에세이집이라니... 작가의 일상은 어떨지 솔직히 궁금했다.

내가 마주한 그녀의 일상은 묵직했고 냉소적이었으며 다정했다.

다소 복잡한 생각거리를 여과 없이 던져 주었다.

현재 우리 모두가 살아가고 있는 코로나 세상에서 그녀 역시 거리 두기 일상을 보내고 있고

천둥소리조차 숨죽이게 만드는 파주의 일상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 책을 어른이 되어 드라마로 보게 되었을 때 지난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학대당한 아이들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에

잔인한 현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으며

파도에 대한 공포와 혐오는 내게 있는 바다에 대한 트라우마를 상기시켰다.

독서와 산보를 즐긴다는 그녀의 말에 게을러진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고

종이책을 즐기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반가웠다.

가볍지 않아서 좋았다. 비록 누군가의 사사로운 기록이지만

글에 담긴 묵직함이 참 좋았다.

또한 마음을 담아 건강하기를 바라는 그녀의 인사에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

소소한 일상을 탐구하며 닮은 듯 다른 삶을 사는 한 사람의 기록을 읽으며

이토록 오래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한 적이 있었을까.

왜 나는 자꾸만 닮은 부분을 찾으려고 하는 걸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오늘을 살아가며 내일의 안녕을 바라는 일상의 기록들이 깊은 잔상을 남긴다.

세월호를 대하는 그녀의 진심과 꾸준함을 느낄 수 있었고

어린 조카가 써 놓은 의문의 이름에 대한 소소한 에피소드가 정겨웠다.

그녀의 다정한 안부 인사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책이다.

종이책을 읽는 사람도 부쩍 줄어든 시기에 책을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종이책을 즐기고 싶다.

p.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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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
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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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특히 소비 부분에 있어서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늘어났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기적으로 외부 일정을 잡았다. 주로 앉아서 일을 하는 탓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바깥 활동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외출을 꺼리게 되면서

모든 활동은 온라인으로 한정되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이

길어지자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열망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런 내 열망을 충족시켜준 책이다.

공간 디렉터인 저자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오프라인 공간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국내의 매력적인 오프라인 공간을 소개한다.

이렇게 멋진 오프라인 공간을 사진으로나마 보게 되니 눈이 즐거웠고

직접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면서 삶에 대한 활력소가 생겼다.


이 책에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소비자가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다양한

70여 곳의 공간이 등장한다. 내가 찾는 공간도 그런 곳이다.

단지 SNS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간을 방문한 순간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고

오롯이 나를 위해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공간.

잠시나마 조용히 특별함을 누릴 수 있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저자는 공항이나 기차역을 테마로 꾸민 카페, 환경 보호에 참여할 수 있는 매장,

동네 상권을 부활시킨 동네 서점, 숲속 한가운데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복합문화공간까지 매일을 새롭게 만드는 매력적인 공간을 보여주고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공간적 팁까지 다양하게 이야기한다.


이제 곧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방역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온라인이 잠식한 소비 시장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전보다 외부 활동이 자유롭게 된다면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공간들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


각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사람'이 모이고 '사람'들의 교류로 인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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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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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여성학자의 늙음에 대한 자기 고백을 담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늙었다는 걸 인식하게 되는 건 언제부터일까.

이 책에 소개된 작가의 삶에서 익숙함을 느꼈다면 나 역시 늙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겠지.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자꾸만 내 모습을 찾게 된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스물두 편의 자기 고백은 젊은 날의 당찬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늙음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우아하게 미래를 향해 바라보기로 한다.

그녀의 자기 고백을 읽는 동안 언제부턴가 변하게 된 나 자신이 자꾸만 겹쳐졌다.

저자는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살면서 마주하게 된 많은 난관을 이겨냈지만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스러운 노화 앞에서는 초라함과 외로움을 떨쳐 낼 수 없다.

현실을 인지하게 된 그녀는 존재의 이유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다.

어떻게 늙어야 하는 것보다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답을 찾기로 한다.

그녀의 솔직한 고백하면서도 냉소적인 글이 참 좋다.

그 덕분에 그녀의 이야기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감상에 빠져들게 하지 않으면서 냉철하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늙음을 느낄 수 있는 변화는 다양한 곳에서 나타난다.

병원을 찾는 횟수가 점차 많아지고 얼마 전까지도 잘 입었던 짧은 스커트나 레깅스를

입기가 망설여지며 생기발랄했던 삶의 태도가 점차 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인 관계나 여행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조금씩 늙음을 느낀다.

외면하고 싶던 변화를 이제는 마주 봐야 할 때다.

덤덤하게 털어놓는 저자의 이야기에 나를 대입해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스스로가 조금 더 노화를 인식하게 되었을 때 몸과 마음이 쇠약해지지 않도록

중심을 단단히 잡는 방법을 배운다. 다만 아직까지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살아온 환경, 시대, 연령 등은 분명히 다르지만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비밀번호의 악몽은 그야말로 진정한 호러 영화에 버금간다. 비밀번호의 굽이굽이를 돌 때마다 나는 점점 더 혼란의 수렁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P.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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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 무심히 저지른 폭력에 대하여
김예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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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인정하고 약함을 이해하고 할 말은 정정당당하게 하는 삶의 태도를 마음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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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 무심히 저지른 폭력에 대하여
김예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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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온몸을 다해 지원하고자 애쓰는 공익변호사가 있다.

사회의 소수자를 위해 장애인권법센터를 운영하는 이 책의 저자인 김예원 변호사다.

그녀가 전하는 소수자들의 현실은 참담하다.

제대로 된 보호조차 받기 힘든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현실을 마주하며 그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는 "약자니깐 도와주겠다는 시선도 폭력"이라고 말한다.

몸이 불편하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어땠을까.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무조건 도움을 주어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건 아닌지, 도움을 주는 상황에서 스스로 우월감에 빠졌던 적은 없는지

자꾸만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다 읽기까지 다른 책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장애인은 소수자일 수는 있지만 '약자'로 불릴 이유는 없다. 사람의 얼굴이 제각기 다르듯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도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모두 다르다. '약자'라는 말로 납작하게 표현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도와줘야 하는' 장애인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감탄하고 배우고 싶은' 한 사람으로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실천해 보면 어떨까.

p. 86


저자는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누가 나누는지, 누군가가 타인에게 맞아도 되는 상황이란

언제인지 등 각자가 생각해 볼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그녀의 경험담에서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진실된 태도에 대해 배운다.

누군가는 그녀의 이런 행동에 불평을 한다. 혼자만 정의로운 척하는 건 아니냐는 비아냥은 덤이다.

그녀는 전투력을 불태우며 아닌 건 아니라 목소리 높여 얘기하고

소수자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이야기를 들어주다.

현실에 이런 변호사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평범한 이웃이 저지르는 폭력에 화도 났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그 당연한 태도를 왜 알지 못할까.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다름을 인정하고 약함을 이해하고 할 말은 정정당당하게 하는 삶의 태도를 마음 깊이 새겨본다.

사람들은 살아가며 수많은 상황에 휘말리고 때로는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을 겪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결국 온전한 한 사람으로서 '그냥 내 모습'을 찾아간다. 다름 사람과 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답게 반응할 때, 내 앞에 벌어진 일에 귀를 기울이며 나를 스스로 사랑해 줄 때 그 사람만의 온전함이 빚어진다고 믿는다.

p.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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