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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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여성학자의 늙음에 대한 자기 고백을 담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늙었다는 걸 인식하게 되는 건 언제부터일까.

이 책에 소개된 작가의 삶에서 익숙함을 느꼈다면 나 역시 늙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겠지.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자꾸만 내 모습을 찾게 된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스물두 편의 자기 고백은 젊은 날의 당찬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늙음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우아하게 미래를 향해 바라보기로 한다.

그녀의 자기 고백을 읽는 동안 언제부턴가 변하게 된 나 자신이 자꾸만 겹쳐졌다.

저자는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살면서 마주하게 된 많은 난관을 이겨냈지만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스러운 노화 앞에서는 초라함과 외로움을 떨쳐 낼 수 없다.

현실을 인지하게 된 그녀는 존재의 이유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다.

어떻게 늙어야 하는 것보다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답을 찾기로 한다.

그녀의 솔직한 고백하면서도 냉소적인 글이 참 좋다.

그 덕분에 그녀의 이야기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감상에 빠져들게 하지 않으면서 냉철하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늙음을 느낄 수 있는 변화는 다양한 곳에서 나타난다.

병원을 찾는 횟수가 점차 많아지고 얼마 전까지도 잘 입었던 짧은 스커트나 레깅스를

입기가 망설여지며 생기발랄했던 삶의 태도가 점차 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인 관계나 여행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조금씩 늙음을 느낀다.

외면하고 싶던 변화를 이제는 마주 봐야 할 때다.

덤덤하게 털어놓는 저자의 이야기에 나를 대입해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스스로가 조금 더 노화를 인식하게 되었을 때 몸과 마음이 쇠약해지지 않도록

중심을 단단히 잡는 방법을 배운다. 다만 아직까지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살아온 환경, 시대, 연령 등은 분명히 다르지만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비밀번호의 악몽은 그야말로 진정한 호러 영화에 버금간다. 비밀번호의 굽이굽이를 돌 때마다 나는 점점 더 혼란의 수렁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P.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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