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 더 나은 ‘함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 이주민 24명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순심(이나경) 그림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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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주민들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각자의 꿈을 위해

'이주'라는 형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오랫동안 이주민의 삶과 현실을 고민해온 저자는 함께 자라고

일하며 살아가면서 변해야 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

어린 시절에는 이주민들의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어디선가 만나게 되는

이주민들의 모습은 그저 낯설고 두렵게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그들을 피해서 멀리

돌아가야만 했던 그런 시절이 지나고 이제는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이주민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들과 가까워지기에는 심리적 거리감이 남아있다.

이 책은 그런 거리감을 좁혀준 책이다. 그들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조금 더 따스한 시선으로 따뜻한 온정을 나누는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

피부색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점에서 나도 모르게 갖게 되는 편견을 지우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출생률은 점점 줄어들고 노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현실에서 미래를 꿈꾸며 낯선 나라에서

삶을 이어가려는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제도적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특히 이 책은 실제 이민자들의 현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이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국 사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세상의 편견과 싸워야 하고 열악한 이주 노동자의 삶을 견뎌야 한다.

작가는 '이주란 장기적인 삶의 과정'이라 말하며 단순한 지원 제도를 넘어선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간절한 목소리가 이 책에 잘 담겨 있다.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이주민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 사회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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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은 사양할게요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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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면서 퇴근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산 적이 있었다. 남들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해

회사 앞 스타벅스에 앉아 출근 직전까지 시간을 보냈었다. 가끔씩은 회사 동료와 함께

직장 생활의 고달픔을 토로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연희'의 모습에서 그 시절의 내가 자꾸만 겹쳐진다.

대학 시절 연극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연극배우를 꿈꾸던 연희는 취업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언제까지고 꿈만 꾸고 살 수 없었기에 적당히 현실에 타협하면서 '드림출판사'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 연희는 키즈 콘텐츠 1팀에서 폭언을 일삼는 천팀장과 성대리와 함께 근무하게 된다.

어디나 비슷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 같다. 천팀장이나 성대리와 같은 인물이 내가 근무했던

현실에도 그대로 있었다. 한치도 다르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실소가 터져 나온다.

더럽고 치사하고 억울하지만 제 한 몸 뉠 작은방을 지키기 위해 사직서를 던질 생각은

애당초 하지 못하는 연희의 현실이 그저 웃프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3층 영업팀이 있는 화장실

맨 끝에서 홀로 눈물을 흘린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감의 연속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사회생활이라는 거,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전부 어렵다. 연희는 천팀장 차를 세차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옷차림에 신경 쓰라는 성대리의

구박에도 익숙해져 갔다.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는 삶이 답답하면서도 그렇게 현실에서

안정을 찾아간다. 하지만 회사에 위기가 닥치자 팀은 해체되었고 함께 연극을 했던 절친한 친구는

연락할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

소설은 "출근한 동시에 퇴근 충동을 느끼는 것은 모든 직장인의 마음이겠지"라는 문장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현실을 그대로 고증하면서 점점 더 빠져들게 만들었다.

'연희'에게 감정을 이입할수록 나를 괴롭혔던 상사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아무런 대책 없이 사직서를 던지고 나온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땐 무슨 용기로 그렇게 큰일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를 수 있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행동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한 번 사는 인생 더 이상 엑스트라로 살고 싶지 않았다. 비록 현실이 연극처럼 완벽하게 짜여

있지 않고 불안한 순간의 연속일지라도 '나'를 주인공으로 한 인생의 무대에서 훗날 근사한

커튼콜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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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행성이 있었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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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커다란 전쟁과 폭동으로 지구는 피폐해지고 인류는 화성 콜로니에 정착하여 삶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중 화성에서는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고 지구로 파견되었던

조모 부대가 실종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용모 불명이라 여겼던 로뱅 노르망디 신병이 지구로

파견된다. 그가 파견 임무를 수락한 이유는 사랑하는 연인 "유"를 수명 연장 프로그램에

참가시킨다는 사령관의 제안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뱅이 지구로 향한 순간 그를 맞이한 건 자동추적 미사일이었다.

다행히도 지구의 어느 섬에 불시착한 로뱅은 '안티나'와 '타요'를 만나게 되고 실종된 이들을 찾으려는 여정을 이어나간다.

내 사랑에게 보내는 첫 번째 질문 : 예컨대, 일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우리의 천성에 따라 살아가기만 해도 행복할 수 있을까?

p. 101

소설은 로뱅의 모험기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로뱅이 마주한 삶은 사랑, 행복, 죽음 등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주인공은 용도 불명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에 대한 판단은 능력이나

계급, 적성과는 무관하게 인공지능 아테나에 의해 결정된다. 로뱅은 이번 임무를 통해

자신의 용도를 찾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수명 연장이라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지구 여정은 출발부터 험난했다. 불시착한 섬에서 로뱅이 처음 만난 지구에서

순수한 기쁨을 만끽한다. 그는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안티나와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은 타요와 함께 또 다른 섬으로 항해를 계속한다. 폭풍에 밀려 다다른 섬은 조모들의 섬이었다.

이전 섬과 다르게 이곳에는 권력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로뱅은 이 섬에서 실종된 조모 부대원들을

찾고 위험에 처한 친구들을 구한다. 그리고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자신이 세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도중에 만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조금씩 성장한다고 느끼는 행복! 장애물을 넘어서고, 시련을 극복함에 따라 용도 불명으로서의 내 정체성은 조금씩 지워져갔다.

p. 219

작가는 우리가 꿈꾸는 낙원의 모습을 그리며 행복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는 로뱅은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세상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한다. 그러면서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겉으로 보기에 아름답기만 한 섬에도 그늘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은 노화되고

질병으로 고통받게 된다. 유한한 삶에서 누구나 겪는 그 과정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지극히 인간다움을 생각하며 로뱅의 임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결말을 지켜보는 과정이

흥미롭다. 동화 같은 과학 소설을 읽으며 행복과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는 이 산에서 새로운 형태의 행복과 만났다. 불필요한 모든 것을 포기함으로써 얻어지는 행복.

p.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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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노블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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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매칭 앱 '얼터네이트'를 통해 십대의 만남과 이별을 이야기한다.

SNS가 필수인 현실에서 사춘기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만남과 관계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소설은 엔메이학원고등학교를 무대로 얼터네이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으로 이용하지 않는

3학년 니미 이루루, 얼터네이트를 신봉하는 1학년 반 나즈, 고향에서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더 이상 얼터네이트를 이용할 수 없게 된 다라오카 나오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루루는 요리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고 나즈는 운명을 상대를 찾는 중이다.

나오시는 밴드의 멤버였던 소꿉친구를 만나러 상경한 후 음악가들의 셰어하우스에 입주하게 된다.

이들은 각자의 상황에서 만남이라는 과정을 통해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SNS 속에서 보이는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일까. 각자가 만들어 낸 세계에서 환상에 취해

미쳐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현실과 환상의 괴리감에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관계를 맺는다는 행위가 SNS 때문에 하찮게 여겨지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이루루는 얼터네이트 앱에서 원치 않은 유명세로 곤란하게 되고 나즈는 매칭 앱의 상대를 만난 후

실제와 앱 상의 괴리감 때문에 이제는 휴대폰을 멀리하게 된다. 나오시는 셰어하우스에서 생활하며

SNS를 통하지 않고도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소꿉친구가 다니는 학교 축제날

무대 위로 올라간다. 각자의 고민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의 생각도 성장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어른의 시선에서 보면 아이들의 고민은 그저 귀엽게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그 순간의 고민이 인생의 가장 큰 숙제가 아니었을까.

문득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작가는 서툰 감정을 내보이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십대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세계를 점차 넓혀가는 주인공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이들이 펼칠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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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표현형 - 출간 40주년 기념 리커버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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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이야기에 내용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부터 어려웠다.

그럼에도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말의 의미가 궁금했다.

하나의 개체에 속한 유전자가 같은 종을 넘어 다른 종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개념은 흥미롭다.

이 책에서는 유전자가 결정론의 원인이 아니라 성장 환경, 식습관, 혹은 가지고 있는 다른 유전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사고실험을 보여주고

논리적 근거를 대며 확장된 표현형을 설명한다. 즉, 유전자는 하나의 개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담고 있는 개체는 물론 다른 종에서도 자신의 표현형을 발현한다.

저자는 이러한 확장된 개념을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별도의 용어 사전을 함께 실어 진화생물학에 대한 관심을 이끈다.

단일 유기체와 유기체 집단에서 운반자와 복제자의 개념부터 실제 유전자가 내는 표현형 효과와

유전적 변이에 의한 표현형 확장에 이르기까지 자연 선택의 진화 과정을 폭넓게 다룬다.

특히 5장의 내용이 재미있었다. 복제자가 가진 생존력 차이가 드러나면서 진화가 이루어지고

능동적인 생식 계열 복제자가 자연 선택의 기초는 물론 진화의 기초가 된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이해된 부분보다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더 많기에 이 책에 대한 정복 욕구가 커졌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모호한 개념을 명확하게 하고 싶어졌다.

이를 위해 저자의 전작인 <이기적 유전자>부터 제대로 읽고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 보려 한다.


성은 있으나 교차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각각의 염색체는 복제자이며 적응을 염색체가 얻는 이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성이 없다면, 무성 유기체의 유전체 전체를 복제자로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유기체 자체는 복제자가 아니다.

p. 171


무언가를 최대화하려 애쓰는 개체로 생각하는 방식은 공공연한 오류를 초래하나, 무언가를 최대화하려 애쓰는 유전자로 생각하는 방식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내 신념이다. 공공연한 오류란 오류를 저지른 장본인이 더 숙고한 후에는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할 것이라는 뜻이다.

p.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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