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 인간은 왜 취하고 상처 내고 고립되는가
마쓰모토 도시히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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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약한 본성을 지닌 우리 인간은 무언가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 대상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추상적인 대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간혹 고통을 필요로 한다. 그로 인해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

25년간 의존증 전문 정신과 의사로 지내온 저자는 의존증 임상 현장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관계 속에서 연결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은 약이라는 물건에 의존하며 스스로 고립된다.

다소 어두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좋은 번역 덕분에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이 정신과 의사가 되려 한 계기부터 의사 삶의 전환이 되어 준 환자,

첫 진료의 기억과 의사가 되고 만난 환자들까지 자신의 경험을 소탈하게 이야기한다.

또한 자신 역시 강박적으로 커피와 게임센터의 레이싱 게임이 의존했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저자는 약물 의존증 환자를 처벌이 아니라 치료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의존증 환자보다는 중독자라는 표현에 더 익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약물 중독자는

당연히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다. 저자의 주장 역시 사회적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약물 의존증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며

자신의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이 다시 사회에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이 손길이 필요하다 말한다.

저자의 경험과 환자들과의 일화를 읽으며 의존증에 갖고 있던 편견을 조금씩 깨뜨릴 수 있었다.

의존증 당사자들이 사람이 아닌 약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안타깝고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활발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약물에 의존하는 이들을 모두 범죄자로 단정 짓기 전에 기댈 수 있는 다른 대상과 의존증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배움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의존증을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 역시도 의존증 환자가 아닐까. 그 대상은 오로지 나만 알고 있을 뿐이다.

단언하건대 가장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드는 약물은 알코올이다. 폭력 범죄, 아동 학대,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교통사고 등 수많은 사건의 배경에는 알코올의 영향이 있으며, 그 수는 각성제와 비교할 수도 없다.

p.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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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슬픔을 안고
문철승 지음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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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시집이다.

과거의 아픔을 시로 노래하려는 시인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예쁜 사랑을, 따스한 봄을, 님을 향한 그리움을, 그리고 인생을 노래하는 시로 여겼다.

하지만 시인의 사연을 알고 나서 다시 읽으니 삶의 무게가 더해지는 것 같다.

시인은 시를 통해 행복과 안도감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기나긴 방황을 끝내고 스스로의 삶을 구원하려 쓴 시는 한 권의 책이 되어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99편의 시에서 내 삶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 산책에 재미를 들여서인지 [산책길]이라는 시도 좋고

[얼굴]을 읽으며 오늘의 시련이 내일의 웃음이 되기를 바라본다.

누구에게나 방황하던 시절이 있고 목적도 없이 살아가는 나날들이 있다.

그 어두운 시절을 지나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내디딘 시인의 용기를 조용히 응원해 본다.

힘들고 지친 날, 따스한 시 한 편이 건네준 온전한 위로에 오늘 하루가 충만해진다.

이렇게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눈으로

새로이 움직인다

숨가뿐 이야기

새 삶으로 태어난다

p. 56 [산책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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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안드레아 바츠 지음, 이나경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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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우정여행을 떠난 에밀리와 크리스틴.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달랐다.

칠레에서의 마지막 밤, 크리스틴은 여행지에서 만난 남자의 폭행에 저항하다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하지만 이 일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두 사람은

작년 캄보디아 여행에서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당사자만 바뀐 채. 동이 트기 전 두 사람은

죽은 남자의 시신을 처리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에밀리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감 커지고 연인과의 관계 또한 흔들리는데, 설상가상으로 크리스틴은 점점 더 거슬리는 행동을 하며 에밀리를 압박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들이 숨겼던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수사망은 두 사람을 향하게 된다.

에밀리와 크리스틴은 오랜 우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두 사람의 우정이 진실인지 아닌지

궁금했다. 그녀들은 관계는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배 관계로 느껴졌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듯한 모습이 불편했다. 불편한 관계는 끔찍한 사건

앞에서 더욱 흔들리게 된다. 누가 좋다 나쁘다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지나친 의존과 집착은

독이 되어 그녀들의 삶을 옥죄게 된다. 또한 끔찍한 짓을 두 번이나 저질렀지만 무서울 정도로

밝고 활기찬 크리스틴의 심리가 궁금했다. 그리고 소설이 이어질수록 두 번째 사건은 우발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점차 커지게 된다.

유일한 공범이, 그래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친구가 자꾸만 거슬리는 행동을 하며

자신의 삶에 침범한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어찌해야 할까.

소설은 에밀리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녀의 시선에서 사건을 보게 되지만 믿고 사랑하는 든든한

연인이 있음에도 끌려만 가는 에밀리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소설에서 보이는 그녀들의 과거를 생각하며 자라난 환경 때문이라고 이해하려 했지만

좀 더 자신을 믿지 못하는 에밀리의 모습에 자꾸만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결말에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었으며 작가의 세심한 묘사 때문에

내가 느끼는 감정의 폭도 깊어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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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하지만, 일단 해봅니다 - 지금 창피한 마음은 미래가 보내는 성공의 신호
나카가와 료 지음, 김나정 옮김 / 갈매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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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완벽해야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수차례 기회를 놓쳤던 경험이 있었다.

처음 해외 학회에 참석했을 때 모든 것이 두려웠다. 누군가 내게 질문을 할까 두려웠고

그 모든 일이 외국어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공포감은 증가했다.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날의 기억은 후회로만 남았다.

완벽하지 않은 내 모습에 창피함을 느끼고 머뭇거렸던 그 시간들이 그저 아까울 뿐이었다.

이 책을 읽을 동안 그때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저자는 창피할 땐 무조건 일단 해보라고 말한다. 창피함이 자신만의 경험으로 쌓여

각자가 원하는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한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때 한마디 더 했었다면 내 미래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피함을 느끼는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익숙한 방식의 무난한 길에서 탈피하여 완벽하지 않지만 새로운 길을

선택함으로써 더 많은 기회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창피함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미래의 성공에 도달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잠깐 창피하고 길게 성공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책의 마지막 장에는 창피함을 극복할 수 있는 50가지 솔루션이 담겨 있다.

자기소개부터 각자의 틀을 깨는 법까지 실생활에서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실천행동을 통해

무조건 해보기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직장 생활이든, 개인 프로젝트든 각자의 일상에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한 현실적인 팁을 알려준다. 실천하려는 마음만 먹는다면 정체된 삶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 번 사는 인생, 언제 다시 찾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창피함에 지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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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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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봄, 한 작가가 장미를 심었다.

p. 11


강렬한 장미 표지가 인상적인 이 책은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한다.

리베카 솔닛은 조지 오웰이 특유의 풍자와 비판 정신으로 여러 작품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과 즐거움, 그리고 기쁨을 추구하는 작가였음을 보여준다.


장미는 완벽하다. 뿌리도 없고 계절도 없고 시간도 없이, 연보라색이나 연녹색이나 황갈색의 들판을 떠다니며 영원히 피어난다.

p. 231


솔닛은 조지 오웰이 심은 장미에서 시작하여 현시대의 다양한 저항 행위를 거쳐 희망을 이야기한다.

유독 읽으면서 플래그가 많이 필요했다. 그녀의 글은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솔닛은 장미 옹호자로서 오웰을 등장시켜 오웰다운 글의 정의를 내린다.

그동안 이름만 알고 있었던 조지 오웰에 대한 흥미가 생겨났다. 특히 아직 읽지 않은 <1984>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소설로 알려진 이 작품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나무를 심는 것, 특히 오래가는 단단한 나무를 심는 것은 돈도 수고도 별로 들이지 않고 후세에 해줄 수 있는 선물이다. 만일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 당신이 선악 간에 행한 다른 어떤 일이 갖는 가시적 효과보다도 훨씬 오래갈 것이다.

p. 18


솔닛에 따르면 오웰은 장미를 심고 돌보는 행위를 통해 저항의 방식을 이어나간다. 그는 장미를

옹호하면서도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 탄광 취재를 떠난다. 정치적 논평을 쓰며 저항의 행위를

이어나간다. 또한 솔닛도 장미를 매개로 윤리적 문제와 정치성을 비판한다. 영국식 정원에서 시작된 풍요로움과 이를 위한 희생, 노동력과 자원 착취 등을 지적하고 아름다움에 가려진 불평등의 현실을 토로하며 지속 가능한 투쟁이란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준다.


정원은 글쓰기의 육체 없는 불확실성과는 정반대인 것을 제공한다. 그것은 모든 감각에 생생하게 와닿는 육체노동의 공간, 최상의 그리고 가장 문자 그대로의 방식으로 더러워질 공간이며, 즉각적이고 이론의 여지없는 효과를 볼 기회이다.

p. 68


솔직히 쉽지 않은 책이다. 그럼에도 조지 오웰의 아름다운 문장들과 솔닛의 매혹적인 글은 지금 시대에 필요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솔닛은 정원을 돌보는 오웰의 모습을 희망의 몸짓이라 말한다. 그의

삶을 통해 우리는 기후 위기나 전쟁과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감이라는 말은 종종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것들에 대해 쓰이며, 뮤즈의 감상적인 이미지는 작가의 열정의 대상인 어여쁜 여성으로 그려지곤 한다. 정치적 작가에게 글쓰기를 위한 영감 내지 적어도 불쏘시개는 종종 가장 역겹고 경악스러운 것이고, 반대가 자극제가 되곤 한다.

p.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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