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약한 본성을 지닌 우리 인간은 무언가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 대상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추상적인 대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간혹 고통을 필요로 한다. 그로 인해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
25년간 의존증 전문 정신과 의사로 지내온 저자는 의존증 임상 현장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관계 속에서 연결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은 약이라는 물건에 의존하며 스스로 고립된다.
다소 어두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좋은 번역 덕분에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이 정신과 의사가 되려 한 계기부터 의사 삶의 전환이 되어 준 환자,
첫 진료의 기억과 의사가 되고 만난 환자들까지 자신의 경험을 소탈하게 이야기한다.
또한 자신 역시 강박적으로 커피와 게임센터의 레이싱 게임이 의존했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저자는 약물 의존증 환자를 처벌이 아니라 치료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의존증 환자보다는 중독자라는 표현에 더 익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약물 중독자는
당연히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다. 저자의 주장 역시 사회적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약물 의존증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며
자신의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이 다시 사회에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이 손길이 필요하다 말한다.
저자의 경험과 환자들과의 일화를 읽으며 의존증에 갖고 있던 편견을 조금씩 깨뜨릴 수 있었다.
의존증 당사자들이 사람이 아닌 약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안타깝고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활발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약물에 의존하는 이들을 모두 범죄자로 단정 짓기 전에 기댈 수 있는 다른 대상과 의존증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배움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의존증을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 역시도 의존증 환자가 아닐까. 그 대상은 오로지 나만 알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