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셋
무레 요코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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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가을, '아키코' 씨와 새로운 인연의 이야기가 따스한 기분을 느꼈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나고 여름의 문턱에서 다시 마주한 아키코 씨의 소소한 일상은 단단하면서도 평온해 보였다. 두 마리의 고양이와 시작된 동거는 아키코 씨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넣어주면서도 골칫거리가 된다. 여전히 샌드위치와 수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지라 고양이 털은 민감한 문제였다. 깔끔히 청소하고 돌돌이로 문지르는 그녀의 모습에 자꾸만 웃음이 난다.

평일에는 가게에 나가고 퇴근 후나 휴일에는 고양이 뒤치다꺼리를 하는 소소한 일상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개인적인 여러 가지 일들로 평범한 날의 소중함을 깨닫고 난 후라 이런 일상의 이야기가 참 좋다. 물론 그 안에 웃음만 있는 건 아니다. 엄마의 옛 친구와 중학교 동창이 세상을 떠난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가게 직원인 시마 씨의 결혼 소식은 예상치 못한 기쁨을 건넨다.

아키코 씨의 삶을 볼 때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책임감을 갖고 소신 있게 자신의 가게를 꾸려가는 모습에서 자극을 받는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녀의 태도를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굳건하게 지켜가는 모습에 용기를 얻는다. 아키코 씨와 고양이 형제의 평범한 일상이 오래도록 지켜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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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클래식 잡학사전 1
정은주 지음 / 해더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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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는 늘 음악이 흐른다. 예전엔 재즈 음악이 흘렀지만 요즘은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 어릴 땐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던 클래식이 어른이 된 지금은 위로가 되어 준다. 대부분의 클래식은 한 번쯤 들어본 음악이다. 제목이 궁금해서 찾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클래식 일타 강사인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서양 음악사의 은밀한 이야기가 시선을 잡아끈다. 베토벤이 사후 총 세 차례에 걸쳐 부검을 받았다던가, 쇼팽이 폐결핵으로 격리 생활을 했다던가, 라흐마니노프가 지독한 연습 벌레였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었다.

이 밖에도 저자는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가져야 했던 클래식 음악가들의 삶과 음색과 색채를 매칭한 화가 칸딘스키, 클래식 감상을 위한 박수 에티켓과 유럽의 공연장까지 클래식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들려준다.

책 곳곳에 소개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큐알 코드까지 함께 실어 클래식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눈으로 읽으면서 귀로 듣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즐거웠다. 또한 음악과 어우러지는 영화까지 소개하고 있어 클래식의 무한한 세계를 마주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나니 평소 듣던 클래식 음악이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이랄까. 클래식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싶거나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이야기가 풍부하다. 클래식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고 클래식의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클래식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잡아주는 것 같습니다. 안정감을 준다고 표현하면 알맞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이 인류와 함께 살아오고 있는 것 같아요.

p. 168

혹시 지금 누군가를 간절히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분이 계신가요? 그런데 용기가 나지 않아 시간만 보내고 계신 건 아닌가요? 그때마다 로지나의 아리아를 들어보세요. 그녀의 용기에서 비롯된 사랑이 시작될지도 모르니까요!

p.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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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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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하다.

저자는 금서로 지정되었거나 현재까지 금서인 책들을 소개하며

책과 저자의 삶을 어떻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얇은 티저북에 소개된 책들만 봐도 왜 금서로 지정되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역사는 상상보다 더 잔인하고 리얼하다.

감추고 싶은 사실을 금서라는 틀에 가두어 사람들의 눈을 가리려는 어리석은 이들에게

반기를 들고 싶어진다.

어린 시절에도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러한 충동이 생겨났다.

읽을 수 없으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 볼까. 동조자」, 「최후의 유혹」 …

읽을 책이 또 생겼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흥분감을 느낀다.

#나쁜책 #김유태 #금서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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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탄생
이광표 지음 / 현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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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란 무엇이며 누가 정하는 것일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명작으로 인정받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명작에 열광할까. '명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끊임없는 질문이 생겨났다. 저자는 이러한 명작의 탄생에 대해 '예술과 세상과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한다. 하나의 작품이 명작이 되기까지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


1900년대 초 마르셀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회에 출품했을 때 주최 측은 전시를 거부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고 개최된 마르셀 뒤샹의 특별전에는 이 변기를 보기 위해 2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그때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인정받는 예술 작품이 된 이유는 뭘까. 시대적 분위기와 예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100년 후 희대의 명작으로 인정받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평범한 그림도 새삼 달리 보인다.

이 책에 소개된 명작은 '모나리자'와 같은 그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치욕의 역사를 품고 명작이 된 국새와 어보, 20세기 슬픈 근대사를 담은 손기정 선수의 표정, 지폐 속에 그려진 병약한 퇴계의 얼굴, 노동의 의미를 예술로 승화시킨 거대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있는 명작들을 이야기한다. 명작이라고 하면 그림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은 이러한 편견을 단숨에 깨뜨려준다.

예술을 둘러싼 풍성한 이야기는 작품을 넘어 당시 시대상과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예술품이 전부 명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명작은 소비하는 과정과 시대상이 맞물려 탄생한다. 수많은 갈등과 논란을 겪고 지난한 세월이 지난 후 명작으로 태어난 예술 작품들에는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한 세기를 넘고 1500년의 세월이 지나고도 사람들의 사로잡는 명작의 보며 텅 빈 마음이 풍성하게 채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명작의 탄생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 예술과 세상과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인식의 근본적 변화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명작에 대한 탐구와 논의는 수용과 소비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

p.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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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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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날씨가 달라지듯 내 마음속의 날씨도 매일 다르다. 가끔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달라지는 마음의 날씨에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가질 때도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해가 드는 날이 있으면 구름이 끼는 날도 있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이 있으면 태풍이 몰아치는 날도 있다. 치기 어린 시절엔 날씨마저 이겨내겠다고 오기를 부리며 상처도 받고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이제는 경험치가 제법 쌓이다 보니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철학자이자 시인인 저자는 과부하와 무기력이 오가는 현대인에게 마음의 날씨를 찾아주는 생각의 힘에 관해 이야기한다. 일상의 순간에 철학적 위로를 건네며 삶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여행과 동물, 인공지능과 염세주의, 예술과 죽음 등 삶의 다양한 순간을 소재로 하여 당연한 듯 잊고 있던 삶을 상기시킨다.

익숙한 소재지만 그의 글은 결코 쉽지 않다. 문장 속에 담긴 의미를 여러 번 곱씹어 보기도 하고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에는 한 발짝 물러나 관망하기도 했다. 엄청난 일더미에 파묻혀 '과부하'라는 말조차 떠오르지 않던 상황에서 읽게 된 책이었기에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감탄하며 생각의 범위를 한층 넓힐 수 있었다.

철학은 어렵고 따분하다 여기지만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삶이 곧 철학이고 철학이 곧 삶이라고 해야 할까. 익숙한 개념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예술을 바라보며 무기력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하고 있던 일도 끝났다. 끝났다는 후련함 때문인지 아니면 이 책을 읽으면 마주한 저자의 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머릿속의 날씨가 한결 화창해진 기분을 느낀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남들이 찾아낸 해답이 자기 자신에게도 꼭 맞던가? 얼마간 참고는 될지 몰라도 결코 자신을 위한 해답은 되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 해답이란 그 해답을 얻어낸 질문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활짝 핀 꽃송이를 꺾어 가지듯 해답만을 똑 따낼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p. 22

과거란 먼지 쓴 유물처럼 사망한 채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시작함을 통해 현재에 반복된다. 과거를 다시 시작하는 일을 통해 비로소 인간은 오늘을 위한 역사를 만든다.

p. 41

과거의 한순간은 '현재'를 빛나게 하고 현재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p.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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