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맛 - 고요하고 성실하게 일상을 깨우는 음식 이야기
정보화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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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거리의 나뭇가지에서 파란 새싹이 하나둘씩 피어난다.

그러다 어느새 하얀 벚꽃이 가득 덮여 바람이 불면 봄 눈이 내린다.

매년 이맘 땜 달라지는 거리의 풍경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닐 텐데 때가 되며 계절에 따라 변하는 풍경이

나이가 들수록 더 신기하게 느껴진다.

풍경 말고도 계절의 바뀌는 것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건 맛이 아닐까.

이 책은 제철에 맛볼 수 있는 계절의 맛을 소개하고 있다.

이토록 맛에 대해 풍부하고 먹음직스럽게 이야기한 글을 본 적이 없다.

글자에서 맛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저자가 풀어낸 맛의 표현에 마음을 빼앗겼다.

한동안 계절의 변화도 모르고 산 적이 있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과 저녁 퇴근길에 그저 습관적으로 걸어 다녔을 뿐 주위를 살펴볼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노란 개나리와 하얀 벚꽃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가 잊고 지낸 사이에 계절은 변함없이 바뀌었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던 중 만난 이 책은 내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채찍질한다.

내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토록 다양한 맛을 나는 왜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까.

먹고 있지 않지만 마치 먹은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계절의 맛>.

제철에 나는 재료로 만든 소박하지만 따스한 한 상에 행복을 느낀다.

잠시나마 심야 식당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도 느껴본다.

단, 늦은 밤 이 책을 읽는 건 권하고 싶지 않다.

당장 냉장고 앞으로 달려가고픈 충동을 억제하느라 긴긴밤 힘들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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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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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 생일을 앞두고 되는 일 없이 꼬여가는 인생에 발버둥 치는 무명작가 레스.

9년 동안 사랑했던 전 여인의 청첩장을 받게 되자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핑계를 찾기 시작했다. 서랍 속 고이 잠들어있던 모든 우편물을 꺼내 확인하다가

충동적으로 세계 문학 기행을 떠나기로 한다.

뉴욕, 멕시코, 이탈리아, 독일, 일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해프닝을 통해

레스의 삶과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쾌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일단 주인공부터 독특했다. 낼 모레 쉰 살의 게이 무명작가. 그리고 전 연인의 결혼식.

레스의 파란만장한 여행기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짠하다'라는 기분이다.

뭔가 모르게 안타깝고 짠하다. 실수투성이의 그의 모습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피식 웃음이 난다. 인생이란 이런 게 아닐까.

종이 한 장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시간이 되고 하루가 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그는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던 파란색 정장과 여행 가방을 모두 잃어버린다.

심지어 턱수염과 그나마 남아있던 자존심까지 모두 잃게 된다.

하지만 레스는 여기서 좌절하지 않는다.

비록 여행 도중 만난 새로운 인연들 덕분에 지나가 버린 젊음과 사랑에 대한 슬픈 기억들이

되살아났고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점차 사라지듯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림으로써 인생의 1막이 끝났다면 새롭게 인생 2막을 열면 된다.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소설을 다시 쓰고자 마음먹는 레스의 모습에서 진심으로 그의 인생 2막이 궁금해진다.

비록 여전히 실수투성이에 엉망진창인 순간도 있을 테지만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새로운 멋진 소설을 쓰고 지나간 시간을 웃으며 얘기하는

레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우리 누구도 시간을 거스를 순 없다. 화려했던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지금 이 순간을, 다가올 미래를 그냥 흘려버려서는 안된다.

나이 듦과 삶의 질이 비례해야 하거늘 나 또한 실수투성이에 되는 것 하나 없는 하루에 지쳐가고 있다.

레스는 쉰 살의 나이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새롭게 시작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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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력 수업 - 신경 쓰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우에니시 아키라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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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일들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그 모든 일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하나하나에 반응하게 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스스로의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 순간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큰 고통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우에니시 아키라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마음의 힘으로 둔감력을 주장한다.

둔감력이 있는 사람은

그가 말하는 둔감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타인의 말과 행동에 일일이 반응하거나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에서 만족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치 없는 말과 행동과는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이미 저자는 베스트셀러인 <마음 청소>나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를 통해

오랜 시간 삶의 지혜를 탐구해왔다.

끊임없이 치열한 고민 속에서 답을 찾고, 내 주변의 모든 일이 내 통제 하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나에게 시기적절하게 찾아온 책이다.

내 두 어깨에 이런 무거운 삶의 짐을 올려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제부턴가 스스로 짊어진 짐 덩어리에 눌려 곧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운 하루를 살고 있다.

심리학 박사이자 현직 카운슬러인 저자의 이야기는 부드럽지만 단호하다.

어쩌면 나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는 모습에만 신경 쓰고 살았던 게 아닐까.

그래서 필요 없는 짐 덩이를 안고 살아왔던 게 아닐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기에 지난날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과거의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고 한결 가벼워진 삶을 그려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조금은 찾을 수 있었다. 어쩌면 알고 있었던 해답이었을 테지만

인정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이 저자의 말투를 통해 내 안에 스며들었다.

모두에게 인정받으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억지로 애쓰지 말자.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주며 내가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보여주자.

오늘 다시 한번 나에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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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의 주문제작 만화
키크니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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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엇이든 다 그려주는 키크니 작가의 그림 모음집이다.

세상에 이런 요청을 다 할까 싶은 어처구니없는 요청도 다 들어준다.

최초의 댓글 주문형 개그 만화. 이름부터 기발하다.

작가와 독자가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그려가는 만화를 보면

머리를 탁 치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온다.

앞 페이지에 적힌 주문을 보고 뒷장으로 넘기면

어김없이 웃음이 튀어나오는 재기 발랄한 그림이 기다리고 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웃을 일 없는 하루하루 중 모처럼 기분 좋게 웃었다.

격한 소망이든, 쿨한 농담이든, 묘한 상상이든 그 어떤 것도 그려내는 키크니 작가.

그의 그림을 보면서 넉넉한 마음의 여유를 가게 된다.

급하게 쫓기듯 사느라 잊고 있었던 유머를 느끼게 해주는 키크니 작가의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같이 웃고 상상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유쾌한 책이다.

때로는 열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에 공감하고 위로받게 된다.

비롯 웃픈 현실이지만 그림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넉넉한 인심에 마음이 풍족해진다.

아! 수많은 독자들의 요청을 들어주었지만 작가가 그릴 수 없는 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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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1cm -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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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비단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사람과의 거리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될까.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가까울 수도 아주 멀 수도 있다.

사랑만큼 나를 둘러싼 세계가 1cm 커진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이 책은 1cm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서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고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아등바등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이 책은 일상의 아주 작은 설렘이 큰 행복으로 바뀌어 

웃음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위로를 전해준다.

하루를 마치기 전, 온전히 홀로 있는 시간에 가만히 책을 꺼내 들었다.

양현정 작가의 그림과 김은주 작가의 글이 어우러져 내 마음속에 들어온다.

내가 그동안 몰랐던 나를 만나고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작가는 행복이 가장 싫어하는 세 가지 단어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 말고 그때. 이곳 말고 거기. 당신 말고 그 사람.”

꼭 특별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작은일조차 

우리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사랑을 하고 있다면 상대를 사랑하는 만큼이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직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면 곧 다가올 사랑을 위해 역시나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자.

그렇게 만들어진 1cm가 하루하루 모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가까워지고 더 사랑스럽고 더 행복할 것이다.

파스텥 톤의 표지와 사랑스러운 곰돌이 두 마리가 그려진 표지를 보니

따스한 봄날에 더없이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곳곳에 담긴 일러스트와 짧은 글귀를 읽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고 내일의 행복을 준비하는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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