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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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 생일을 앞두고 되는 일 없이 꼬여가는 인생에 발버둥 치는 무명작가 레스.

9년 동안 사랑했던 전 여인의 청첩장을 받게 되자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핑계를 찾기 시작했다. 서랍 속 고이 잠들어있던 모든 우편물을 꺼내 확인하다가

충동적으로 세계 문학 기행을 떠나기로 한다.

뉴욕, 멕시코, 이탈리아, 독일, 일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해프닝을 통해

레스의 삶과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쾌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일단 주인공부터 독특했다. 낼 모레 쉰 살의 게이 무명작가. 그리고 전 연인의 결혼식.

레스의 파란만장한 여행기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짠하다'라는 기분이다.

뭔가 모르게 안타깝고 짠하다. 실수투성이의 그의 모습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피식 웃음이 난다. 인생이란 이런 게 아닐까.

종이 한 장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시간이 되고 하루가 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그는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던 파란색 정장과 여행 가방을 모두 잃어버린다.

심지어 턱수염과 그나마 남아있던 자존심까지 모두 잃게 된다.

하지만 레스는 여기서 좌절하지 않는다.

비록 여행 도중 만난 새로운 인연들 덕분에 지나가 버린 젊음과 사랑에 대한 슬픈 기억들이

되살아났고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점차 사라지듯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림으로써 인생의 1막이 끝났다면 새롭게 인생 2막을 열면 된다.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소설을 다시 쓰고자 마음먹는 레스의 모습에서 진심으로 그의 인생 2막이 궁금해진다.

비록 여전히 실수투성이에 엉망진창인 순간도 있을 테지만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새로운 멋진 소설을 쓰고 지나간 시간을 웃으며 얘기하는

레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우리 누구도 시간을 거스를 순 없다. 화려했던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지금 이 순간을, 다가올 미래를 그냥 흘려버려서는 안된다.

나이 듦과 삶의 질이 비례해야 하거늘 나 또한 실수투성이에 되는 것 하나 없는 하루에 지쳐가고 있다.

레스는 쉰 살의 나이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새롭게 시작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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